명사인터뷰

[Vol.28] "취업자 보다 고용주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세요 "


한양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 김창경 교수

 

“수학, 과학 못 하면 과학자나 공학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수학, 과학 잘 해야 인정받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고차방정식도 애플리케이션이 1초 만에 답을 내놓는 세상이에요. 정답 찾기 문제풀이에 매달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나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의 김창경 교수(58)는 2월 2일‘꿈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갖가지 잘못된 상식과 편견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과 유전자편집 기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현실에서 과거의 법, 제도, 관습을 지나치게 고수할 경우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은 결말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교육 분야에 있어서도 새로운 교육과정과 방식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꿀 수 있다.”며 “우리 미래 세대가 제대로 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좀 더 자세히 들어보자.

-최근에 공과대학인 신소재공학부 교수에서 대학원 협동과정(2개 이상의 학과 또는 전공이 공동으로 설치·운영)인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로 직함이 바뀌었는데 배경이 궁금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좀 더 체계적으로 알릴 필요성을 느꼈어요. 예를 들어 공학의 많은 문제들은 2차 편미분 방정식을 풀어야 해결되는데, 예전에는 이걸 잘 가르치고 잘 푸는 걸 ‘능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면 다 해결돼요. 3차 방정식이 아니라 5차 방정식도 순식간에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3000원 정도만 주면 누구나 이 앱을 다운받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대학에서 2차 편미분 방정식을 깊이 있게, 많은 시간을 들여 가르치는 게 맞는 걸까요?”

-공과대학 교과과정이 많이 바뀌어야겠네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조선,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런 것들이다 보니 대학도 그 분야 인재를 기르는 데 특화된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분야는 전망이 별로 좋지 않아요. 사양 산업에 가깝습니다. 노동 집약, 자본 집약 산업은 중국이 훨씬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반도체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우리가 지식기반 산업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이런 걸 제대로 배워온 인재가 국내에 별로 없어요. 선진국에서 좀 배워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제가 유학 갔던 시절만 해도 원자력, 전자, 기계 이런 분야만 전공했지 소프트웨어나 신약 공부를 한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이들이 귀국해서 교수가 됐는데, 스승이 이런 분야를 전공하니 제자도 다시 유학 가서 그런 분야만 배워 옵니다. 악순환이죠. 여러 모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지식기반 산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 많이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가 ‘알파고’ 때문에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요, 하사비스(‘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이자 총책임자)가 파고들거나 파고들 분야는 진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사실 제가 배우고 가르쳤던 재료공학 분야도 예외가 아니죠. 이제 알파고는 구조화된 문제(Structured Problem)는 전부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하사비스는 이야기 했어요. 이제는 창의력까지 발휘합니다. 구조화된 문제를 풀다가 지겨워서 구조를 새롭게 만드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예를 들어 바로크, 로코코, 낭만주의, 인상주의 등등 화풍이란 화풍은 전부 다 배워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겁니다. IBM과 토요타에서는 인공지능이 신소재 분야 논문을 씁니다.”

-‘꿈트리’가 진로 관련 매체이다 보니 하사비스가 찍은 분야가 어디인지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우선은 에너지, 신약, 슈퍼배터리 3개 정도인 것 같아요. 에너지는 구글의 데이터베이스센터가 너무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으니까 구글이 의도적으로 주문한 분야이고, 슈퍼배터리는 핸드폰, 자율주행차 등등 여러 분야에서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기술이죠. ‘프로틴 폴딩(protein folding, 단백질 접힘)은 알츠하이머 치료과정에서 신약 개발에 중요 역할을 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이 중요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3개 정도지만 앞으로 훨씬 더 확대될 것이란 게 문제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중요하기도 하고, 유망하기도 하다는 전망이네요. 최근에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산다.’는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셔서 화제가 됐는데, 짧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생명공학이 새로운 지식기반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요. 2006년 미국의 한 과학지에 ‘DNA는 우리의 시간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노화는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라는 부분과 연관이 있는데, 텔로미어가 점점 사라지면 세포 증식이 안 돼 노화가 진행돼요. 그런데 텔로미어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200살까지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겠죠? 유전자 편집(CRISPR, 크리스퍼) 기술의 발달로 이게 점점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규제가 적은 중국에서는 연고를 바르면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유전자 편집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어요. 미국에서는 이미 유전자편집 기술로 창업된 기업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은 바로 이 분야에서 생길 확률이 거의 100%입니다. 인공지능 분야는 이미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선점했지만 이 분야는 그렇지 않아요. 많은 과학자들과 기업들이 유전자 편집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10년 내 ‘수퍼 인텔리전트 베이비’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생명이 디지털화되고 프린트된다는 것은 인류가 신의 영역에 다다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두려움이 크고 규제도 많죠.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서 인간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과 영국은 열려 있죠. 역사적으로 보면 과학기술의 발전은 결코 법으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생명공학의 발달에 따른 윤리문제를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다루고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세상이 무척 급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직업세계는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지식기반 산업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전통적인 일자리를 줄어들게 합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외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플랫폼에 올라탈 수 없는 자영업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이 아주 치열해질 겁니다. 일본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력이 있는 상태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기계와 로봇으로 대체했죠. 군살이 싹 빠졌습니다. 그래서 밤 늦게까지 식당이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고요. 반면에 유럽은 인건비가 높아서 저녁 8시 이후에는 가게들이 문을 대부분 닫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력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어요. 인건비는 높아지는데 영업은 새벽까지 해요. 혼란기입니다. 자영업 생태계도 무너질 가능성이 커요. 결국에는 프리랜서의 시대가 올 겁니다. 한 직장을 10년, 20년 다닌다는 생각은 그다지 현실성이 없어요.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를 계속 찾아다녀야 할 겁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프리랜서들에게도 4대 보험 혜택이 적용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갖추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겁니다.”

-앞으로 직업세계에 뛰어들어야 할 젊은이들은 그럼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우선 취업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고용주 입장에서 세상을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내가 고용주라면 어떤 선택, 어떤 결정을 내릴까 생각해 보면 대략 가야 할 큰 길이 보이는 거죠. 평생의 취미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요즘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 보세요? 거기 나오는 출연진이 강태공 수준으로 낚시를 잘 하니까 TV에 다시 나오잖아요. 본업인 연기에서 빛을 잃어도 취미로 다시 살아난 거죠. 나만의 생존기술이랄까요, 그런 걸 갖추고 있으면 불확실한 시대에서도 그나마 유리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데 에너지를 쏟지 말고, 문제를 발견하고 만들어 내는데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니까요. 예를 들어 요즘 핫한 이슈인 비트코인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리먼 사태 때 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는데, 금융시장에서 몇몇 나쁜 놈들이 장난을 쳐서 생긴 문제였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려고 했던 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입니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서 해결하고 나니 엄청난 가치가 창출됐죠. 기득권 입장에서는 못마땅한 거고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문제를 발견하고, 빨리 해결해야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문제를 발견해 내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박제화 된 지식은 박제화 된 문제만 만들어 냅니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없죠. 진짜 실력 있는 교수는 새로운 시험문제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수입니다. 새로운 문제를 인식하고 만들기 위해 교실 밖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에는 전례 없는 방법으로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연결된’ 세상에서는 지구 반대편에서 해결된 문제가 곧 내 문제도 해결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니 남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내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틀에 박히지 않은, 현장의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죠. 창의력은 결국 경험과 연결에서 나오니까요.”

-자유학기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과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한다는 측면에서 취지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취지가 좋다는 것과 취지대로 운영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죠. 자유학기제마저 교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겁니다.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Project Based Learning)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함께하는 수업이 돼야 하는 것이죠. 10년 후, 2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거의 모두가 동의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변해야 합니다. 대학교수인 저도 변해야겠죠.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김창경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미국 MIT에서 재료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센소메틱 일렉트로닉스라는 회사에서 6년간 일하다 1997년 한양대 공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귀국했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과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단체 및 학회에서 활동했고, 청와대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 공직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약 2년 전부터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메가 트렌드와 정책적 대응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