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인터뷰

[Vol.35] “노동문제가 해결돼야 교육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학장

 

올 상반기에 노동교육을 주제로 한 책 두 권이 출시됐습니다.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우리가 몰랐던 노동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노동이란 단어가 친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만 40년 가까이 해 온 분이 있습니다.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보통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나 고(故) ‘노회찬’ 의원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두 분보다 더 선배인 분입니다. 바로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학장인 하종강 교수(64)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실 교수 직함을 가진 건 몇 년 되지 않았고, 한울노동문제연구소라는 작은 연구소의 소장을 맡아 전국 방방곡곡 현장의 노동자들을 만나며 그들을 대변해 온 것이 본업입니다. 교수인 지금도 연구실을 지키기보다 전국의 기댈 곳 없고, 하소연할 데 없는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웹진 꿈트리는 2018년 9월 ‘환경·노동’ 테마에 맞춰 최근 노동교육 서적 두 권을 발간한 하 교수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인기 웹툰 <송곳>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신 하 교수님으로부터 노동과 교육, 인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자유학기제에 대해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잘 압니다. 제가 모 교육시민단체와 인연이 있어서 교육 문제 전반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어요. 그 단체에서 펴낸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란 책의 7명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웃음)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란 제목이 참 직설적인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은 그렇게 나왔지만 제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노동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대우를 받는 게 바람직한 사회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유익한 삶이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평생에 걸쳐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을 만나 왔는데 행복하고 멋지게 사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권리를 잘 주장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청소노동자로 살다가 대통령 선거에 나온 김순자씨도 그렇고요. 노동자로 살아도, 또 노동자 곁에 있는 삶을 살아도 ‘그렇게 겁나는 삶은 아니더라’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죠.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사는 사람들이 멋진 사람들이고, 남들이 겁을 먹거나 싫어하는 일들도 막상 해보면 겁나는 일은 아니고 해 볼만 한 일들이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올해 출간한 책에서는 청소년에게 노동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학생들에게 노동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노동자가 됩니다. 최근에 청소년 실습생들이 작업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고용자의 잘못도 있지만 노동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노동 문제를 가르쳐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교육을 학교에서 하자고 했을 때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대립하면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지요. 그런데 미국, 일본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매우 발달한 나라들도 아주 철저하게 노동교육을 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미국의 경우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노동운동사라는 단원이 있어서 각 부문별 노동운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교과서에 자세히 설명이 돼 있습니다. 유럽이야 원래 노동운동 역사가 깊은 지역이니 말할 필요도 없지만 철저한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과 일본도 하는데 우리는 안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청소년을 위한 노동교육이 꼭 필요하니까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자는 취지에서 최근 책 2권을 냈어요.

 

-대학 교수로서 교육계에 머물면서 노동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셨습니다. 평소 교육과 노동의 불가분 관계에 대해 강조해 오신 걸로 압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잘 안 풀리는 이유는 노동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보면서 든 생각인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아직 은메달, 동메달을 따도 펑펑 울어요. 그런데 유럽 선수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은메달, 동메달 따면 웃어요. 이 차이가 왜 생겼느냐 하면 우리 사회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남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에 그래요. 경쟁에서 이기고 1인자가 되는 게 아주 바람직한 인생인 것처럼 계속 가르치다 보니까 1등만 행복한 사회가 된 겁니다. 그런데 유럽은 그렇지 않거든요. 수영을 예로 들면, 굳이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지 않아도 수영을 좋아하기만 하면 동네 체육관에서 평생 아이들과 주민들을 가르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수영코치의 월급이 대기업 정규직 직원이나 대학교수와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자신의 취미가 직업이 되고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대학 졸업한 사람 못지않게 대우 받는 사회가 됐으니까 2등, 3등을 해도 울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노동 문제가 풀려야 교육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죠.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로 시험보지 않고 여러 가지 즐거운 활동을 해서 적성을 찾고 직업을 찾는 것까지 성사됐다 하더라도 그 이후와 연결이 되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기업 간 임금격차, 학력 간 임금격차가 완화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뒷전이고 모두들 머리 싸매고 일류대학에 가려고 애를 쓸 수밖에 없다는 거죠. 대학을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입시경쟁이나 고학력 문제가 해결됩니다. 저는 일자리 문제가 안 풀리고 노동 문제가 안 풀리면 교육 문제가 풀리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유럽 선진국의 사례를 들으면 부러운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은 그런 나라들과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고등학교 한 반 30명 중에 공기업, 대기업의 정규직이 되는 학생은 통계상 1명 정도로 잡힙니다. 그런데 그 1명이 주로 자사고, 특목고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반고는 3학급에 1명 정도가 공기업, 대기업 정규직이 돼요. 그래서 어른들이 계속 아이들한테 노력하고 경쟁해서 그 1명이 되라고 가르칩니다. 이제 우리가 문제를 근본적인 부분에서 고민할 때가 됐어요. 더 이상 1등이 되기 위해 무한경쟁 하면서 대다수가 불행해지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선진국의 경우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의 행복만 추구하는 삶을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는 문화가 상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인간은 다른 존재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진로교육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로교육을 통해 직업전반을 소개하고 체험해보는 교육은 하고 있지만 근로자로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노동인권 교육은 안 합니다. 아무래도 노동교육에 대한 저항이 크니까 그렇겠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삶이 현대 산업사회에서 굉장히 소중한 삶이고, 그 삶이 향상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유익하고, 개인도 그 방향을 위해 노력하는 게 사회 전체에 유익하다’ 이걸 깨닫게 하는 진로교육이었으면 좋겠어요.

-전국 방방곡곡 다니시면서 강연을 많이 하시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전라도 광주의 한 여고에서 강의를 끝내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여고생이 옆에서 한참 쭈뼛쭈뼛하다가 저한테 말을 걸어요. 자기 엄마가 학교 식당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초창기 멤버였대요. 그런데 자기는 엄마가 비정규직 노동운동하는 게 그렇게 싫었대요. 그런데 제 강의를 듣고 엄마가 했던 일이 나쁜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대요. 그걸 알려줘서 너무 고맙다고 울어요. 그런 학생들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전국을 계속 돌아다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존경하는 인물이나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이 있는지요?

글쎄요. 제가 거의 매일 만나는 현장의 노동자분들로부터 위대한 위인들한테서 받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아요. 이 분들이 노벨상을 받은 소설가보다 더 크고 중요한 소설을 실제로 인생에서 쓰고 있거든요. 지난주에도 통영의 한 비정규직 모임에 갔는데, 7년 동안 노조 설립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여성 청소 노동자 분을 만났어요. 이 분이 나이가 64세이고 정규직 돼도 별로 혜택 받는 게 없어요. 65세 정년이어서 되자마자 바로 퇴직이니까. 그런데도 이 분이 정규직 전환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내가 이거 하나만큼은 해놓고 나가야 한다’면서요. 이런 이타적인 분들은 제가 볼 때 단재 신채호 선생 못지않게 훌륭해 보여요. 이런 분들을 볼 때 저는 굉장히 감동을 받습니다.

 

◆하종강 교수는…
1955년 인천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노동운동에 눈을 떠 인천 도시산업선교회가 운영하는 ‘일꾼자료연구실’에서 업을 이어갔다.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노동자들의 삶과 욕구를 접하며 노동교육을 시작했고, 노동자 상담 일도 병행했다. 1년에 300회 강연을 다닐 정도로 노동교육에 열정적으로 헌신해 왔다. 1994년에는 ‘너무 늦게 만난 사람들’로 제6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객원논설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인천대학교 강사,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 학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