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인터뷰

[Vol.38] “완성된 인간은 없어요…도전하는 인간만이 있을 뿐”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원장

 

“사회적기업가는 ‘도전하는 사람’입니다. 누구도 걷지 않았던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제1목표가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이에요. 하나의 사회 현상은 다양한 사건들이 얽힌 복잡한 결과물이어서 해결하는 데도 여러 가지 해답이 나올 수 있죠. 정답은 없어요. 다양한 솔루션이 있다 보니 창업, 운영 등 모든 과정이 새로운 도전입니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58)에게 사회적기업가에 필요한 소양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의 육성·인증·지원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현행법에서는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인증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원하는 기업들의 인증업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이 사회적기업과 도전을 결부 짓는 것은 그의 이력과도 관계가 깊다. 올 7월 취임한 김 원장은 본인 스스로가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1세대 사회적기업가다. 김 원장은 2004년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만드는 최초의 여성 사회적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설립·운영했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고학력 여성들을 교육해 학생들의 역사 기행·체험을 돕는 선생님으로 양성하고 이들을 학교 등 필요한 집단에 파견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김 원장은 본인을 비롯해 사회적기업을 만든 창업자들이 흔히 부딪히는 고민의 지점으로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윤추구, 기업 설립 취지와 생산성 증대 간 상충’을 꼽았다.

“장애인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모 업체에서 웃지 못 할 일이 있었어요. 직원이 몸이 불편한 분들이다 보니 생산성이 낮아서 일반 기업 컨설팅 업체에 솔루션을 문의했답니다. 그랬더니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계를 사 전 공정을 자동화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이런 솔루션은 사회적기업가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죠. 장애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버릴 순 없으니까요. 결국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거나 국가 도움을 받는 등 일반 기업과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김 원장에게 붙는 ‘최초’, ‘1세대’라는 수식은 또 다른 무게감을 준다. 김 원장은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사소한 고민 하나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업 운영에 대한 온갖 잡다한 고민을 고스란히 혼자 떠안아야 했다는 말이다. 그에게 힘이 됐던 건 본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분야의 사회적기업가들이었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가 만들어질 무렵은 사회적기업의 개념조차 생소한 때였어요. 아무리 회사 직원들과 한 배를 탔다곤 해도 경영자로서 나눌 수 없는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찾게 되는 건 저와 같은 처지의 1세대 사회적기업가 동료들이었어요. 저 말고도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여 기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많은 격려가 됐죠.”

 

물론 일반 기업가들의 고민과 비슷한 지점도 있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가 만드는 미래’ 대표 입장에서는 학교 등 주요 거래처에서 하는 첫 강의에 실력이 가장 좋은 강사를 내보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럴 경우 첫 강의를 무조건 (실력이 좋은) 한 사람이 독식한다는 뒷말이 나올 수 있죠. 실제로 서운해하는 강사들이 있어서 이를 공론화해 보자고 논의의 장을 만들면 막상 앞에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당시 시점에서는 여성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 책임을 지는 일을 훈련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죠. 이런 식의 사소한 이견 조율부터가 저에겐 난관이었어요.”

도전을 강조한 김 원장이 좋아하는 또 다른 단어는 ‘자유’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 번 듣지 않았던 김 원장은 본인의 청년 자녀에게도 똑같은 교육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제가 늘 일에 빠져 살다보니 자녀 교육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게 아이들을 편안하게 했던 것 같아요. ‘내 인생은 내 것’이라는 의식이 강한 아이로 성장했죠. 물론 아이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도와줄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 못 하는 영역도 많으니까요. 길을 가르쳐주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죠. 저조차도 완성된 인간은 아니니까요.”

같은 이유로 김 원장은 아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자유학기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김 원장은 “꿈을 가지길 강요하는 교육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는 어릴 때 ‘꿈이 뭐냐’는 질문이 참 싫었어요. 어떤 꿈을 말하는 순간 정해진 길이 함께 연상될 수 있으니까요. 청소년기엔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해요. 어떤 사람은 이 방법을 책에서, 교실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저는 세상 바깥으로 눈을 돌려 아이들과 여행을 다녔죠. 실제로 길은 교실만이 아니라 밖에도 있다고 믿으니까요”

 

◆김인선 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학사)를 졸업한 후 △숭실대학교 노사관계대학원 경제학 석사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들이 길거리로 나앉으면서 한국 사회가 여성의 경제적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경력단절 여성들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설립했다. 사단법인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서울시 동부여성발전센터 대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사회적경제전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글쓴이] 지민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