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인터뷰

[Vol.40] “로봇공학은 대표적인 융합공학…소통·협력할 수 있어야”


‘마이크로의료로봇 1인자’ 박종오 전남대 기계공학과 교수

 

1961년 미국에서 개발된 최초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는 무게가 무려 2톤에 달했다. 제품을 옮기고 차량 몸체를 용접하는 이 로봇이 발명된 이후 로봇은 수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점차 작고 가벼워진 로봇은 그로부터 58년 후 먼지만큼 작아졌다. 박종오 전남대 기계공학과 교수(63)가 연구·개발하는 마이크로로봇은 우리 몸속을 유영하며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밝힌다. 로봇이 주입되는 신체기관에 따라 크기는 3마이크로미터(㎛)까지 작아진다. 마이크로미터(㎛)는 센티미터, 밀리미터와 같은 길이의 단위로 1마이크로미터는 0.001㎜다.

박 교수는 자타공인 마이크로의료로봇의 1인자다.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특허만 166건이다. 박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있는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MRC)는 국내외 로봇 연구진 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줄기세포기반 의료용 마이크로로봇 개발, 면역세포기반 의료용마이크로로봇 생체외실험, 대장내시경로봇개발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이 붙은 성과도 무수하다. 박 교수가 내딛은 첫 발걸음이 곧 의료용 로봇 개발의 길이 되는 셈이다.

 

박 교수가 로봇을 처음 접한 건 독일 유학길에 오른 1982년이었다. 국내 한 자동차업체가 산업용 로봇을 공장에 도입한 시기가 197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로봇의 연구가 활발하지 않을 때였다. 박 교수가 처음부터 로봇 분야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전공을 택한 계기를 묻자 그는 “우연히 기회가 왔고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약간은 싱거운 대답을 내놨다.

“대학 때 선택한 기계공학과는 그저 학과 이름이 멋있어 보여서 지원한 학과였어요. 하지만 한번 공부에 흥미가 붙으니 한 우물만 파다보니 한국과학기술원(KIST) 석사 과정까지 졸업하고 어느새 국비유학생으로 선정됐죠. 그때 파견된 곳이 연구소가 세계 최고수준의 로봇 연구소인 독일 프라운호퍼 IPA(Fraunhofer Institute for Manufacturing Engineering and Automation) 연구소였어요. 그 길로 로봇 길만 20년, 30년 걷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는 “연구소를 이끈 한스 바르네케 슈투트가르트 교수로부터 로봇이 아니라 공학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교수님의 지론은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책상 머리에 앉아서 논문만 보기보다는 실제로 로봇을 만져보고 끊임없이 테스트하라는 거죠. 교수님 말씀대로 전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때 만든 전자동 용접가동시스템 로봇이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출품됐고 관련 전문 회사에 이 기술이 팔렸어요. 제가 독일 유학에서 거둔 첫 성과였어요.”

많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슬럼프’도 그 앞에서는 맥을 못 췄다. 연구가 안 풀릴 때도 하루 이틀 쉬기만 하면 금방 기력을 찾았다. 박 교수는 그 원동력을 “남이 시켜서 한 연구가 아니라서”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로봇이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1990년대만 해도 산업용 로봇이 아닌 로봇을 떠올릴 때가 아니었어요. 제가 연구하던 마이크로의료로봇 역시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았어요. 끊임 없는 의지의 싸움이었죠. 하지만 지치진 않았어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거란 확신이 있었고 저 역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는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많다”고 했다. 본인이 이끄는 연구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현재 개발 중인 로봇들을 더 작게, 스마트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엔 내시경로봇을 신체 각 기관에 투입한 후 이를 의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아직은 신체에 투입하고 나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맡겨둬야 하거든요. 환자 맞춤형의 정밀한 검사를 하려면 의사가 직접 로봇을 제어하며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죠.”

다만 이런 연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강조했다. “로봇공학은 대표적인 융합공학입니다. 우리 연구소만 해도 물리, 화학공학,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생물학과, 수의대 출신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있어요. 흔히 공대생은 굉장히 고립된 상태로 연구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례로 제가 연구하는 마이크로의료로봇만 해도 의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죠. 연구를 하다보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이들을 설득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이야말로 로봇공학자에게 꼭 필요한 소양입니다.”

 

◆ 박종오 교수는…△연세대 기계공학과 졸업 △KAIST 기계공학 석사 △도일 슈투트가르트대 로봇공학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과학기술부 21세기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장 △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전남대 로봇연구소(RRI) 소장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 센터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회 위원

[글쓴이] 지민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