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인터뷰

[Vol.42] “작가는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작가

 

‘엄마가 돌아가셨다.’

고작 초등학교 3학년이 어린이날 백일장에 제출한 글 치곤 꽤 묵직한 첫 문장이었다. 글쓴이는 학기 초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알겠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고아에 대한 편견이 두려웠던 탓이다. 고민 끝에 다음날 선생님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그리곤 이를 덤덤하게 글로 풀어내며 마음의 짐을 내려놨다. 전교생 앞에서 글을 낭독하던 교장선생님은 눈물을 훔쳤다. 글쓴이는 어머니를 여읜지 석 달 된 초등학생 시절의 강원국 작가(57)였다.

강 작가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책임진 ‘소문난 글쟁이’다. 그는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흔치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좋은 글쓰기 팁을 전수하는 책이다. 하지만 강 작가는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책이나 강연을 통해 자주“글 쓰는 데는 젬병이었다”고 말한다. 선천적인 재주가 모자라 후천적으로 노력하다보니 글을 잘 쓰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익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게 된 것 역시 “수많은 우연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말했다.

“대학(서울대 정치외교학과)은 지금 제 일과 전혀 상관없는 학과로 진학했어요. 외할머니가 외교관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추천하신 과로, 그냥 점수에 맞춰서 간 거죠. 그랬더니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하더라고요. 선택할 직업이 외교관, 기자, 아니면 회사원밖에 없었어요. 외무고시는 너무 어려울 것 같고 회사원은 되기 싫어서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대기업 홍보실에 지원하면서도 ‘신문을 보며 기자 시험을 준비하겠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웠죠.”

 

하지만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자마자 사사(社史) 제작을 맡게 되면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이를 해내고 나니 ‘20년 회사 역사를 단숨에 써내려간 능력자’가 되고 말았다. 그 인연으로 그룹 회장의 연설문 작성을 보좌하는 일을 맡게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실에까지 합류하게 됐던 것이다.

강 작가는 ‘회사원’이었던 자신이 ‘작가’가 된 것처럼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작가라는 말이 문학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어요. 신춘문예에 등단해서 소설, 시, 수필 등을 쓰는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글쓰기가 호구지책인 사람’을 이르는 말로 좀 더 의미가 폭넓어졌죠. 여기서 더 확장해본다면 작가는, 누군가가 말했듯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인 것 같아요. 소통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그러면서 저처럼 글쓰기를 위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생긴 거고요.”

강 작가에게 특별한 작문 과외 선생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항상 주변 사람들을 멘토 삼아 성장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있을 땐 두 분의 전 대통령이, 책을 낼 때는 출판사 대표님이 멘토였죠. 항상 제 주변에 배울 만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행운이었어요. 다만 누가 멘토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나 아닌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어요. 내가 이에 대해 배움을 구하려는 마음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강 작가가 멘토로 삼았던 이들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이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사소한 의미라도 부여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말이다. 이는 글을 쓸 때도 적용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자신의 감정부터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화가 났다면 그 이유를 차분히 서술해보는 거죠. 글을 못 쓴다고 지레 겁먹지 마세요. 일단 쓰다보면 좋은 문장이 나옵니다. 글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고 싶다면 동어반복을 피해보세요. 예컨대 사망은 영면, 별세, 서거, 소천 등 다양한 유의어가 있죠. 자신의 이야기가 글로 편하게 나온다면 다음엔 자신이 본 사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묘사하거나 설명해보세요. 이게 가능해진다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써서 남을 설득하는 글까지 쓸 수 있을 거예요.”

강 작가는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신문 칼럼 읽기를 권했다.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도움 된 글은 신문 칼럼이었어요. 칼럼은 시쳇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가 좋아요. 글을 쓸 때 필요한 인용어구, 사례, 주장 등 다양한 소재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죠. 책을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에게는 칼럼이 직접적으로 도움 됩니다.”

자유학기제를 보내는 학생의 학부모들에게는 ‘무한 신뢰’를 당부했다. “저는 학창시절로 돌아가기 싫어요. 어릴 때는 나를 둘러싼 욕망이나 의무가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의 경쟁도 너무나 힘들었고요. 그래서 진로탐색 시간이 주어지는 자유학기제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아버지께 반항도 많이 했어요. 이유 없이 가출도 하고 단정하지 못한 옷도 사고 그랬죠. 아버지는 그런 제 투정을 다 받아주셨어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미안해지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막 나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혹여나 지금 자녀들이 힘들어서 엇나가는 것 같더라도 항상 기다려주세요. 그럼 언젠가는 돌아옵니다. 저처럼요.”(웃음)

 

◆강원국 작가는… 1962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1990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홍보실 업무를 맡았다. 1997년부터는 대우그룹 회장비서실에서 글을 썼다. 2000년부터 4년동안 청와대 연설행정관, 2004년부터 5년간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청와대를 나와 여러 대기업에 재직하다 2013년부터는 출판회사의 주간으로 있으면서 《대통령의 글쓰기》와 《회장님의 글쓰기》를 출간했다. 최근 《강원국의 글쓰기》란 세 번째 책을 내고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글쓴이] 지민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