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진로

[Vol.42] “미래 인재? 부모님 방식대로 키우지 마세요”


에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에서 CCO(최고문화책임자)로 변신한 최경희 씨

 

“알파고를 보고 충격 받았어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어머님, 어머님이 하셨던 방법을 자녀에게 전수하시면 위험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촉’과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오지랖’,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며 알고자 하는 ‘무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이가 있다. 바로 국내 스타트업 기업문화를 연구하며 좋은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켓디자이너스 CCO(최고문화책임자) 최경희 씨(40). 자녀를 미래형 인재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는 “과거 부모세대가 겪었던 시절의 경험과 성공방법은 이젠 별로 쓸모없으며 오히려 자녀의 앞날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꿈트리는 4월 2일 마켓디자이너스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경희 씨를 만났다. 교육관련 기업, 취업포털 기업을 거쳐 서울시 일자리 실무위원을 역임했고 2016년엔 에듀테크(Edutech) 스타트업 기업을 공동창업하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경험한 경희 씨에게서 교육의 미래와 미래인재의 필요역량에 대해 들어보았다.

 

■ 교사 될 생각 1도 없었지만…교육기업에서 커리어 시작

고교시절 이과반이던 경희 씨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화실을 들락거렸다. 대학 입시에서는 공과대학 재료공학부를 선택했지만 전공이 맞지 않아 소위 ‘반수’를 했다. 문과로 전과를 해 다시 입시에 도전했고 1998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경희 씨의 아버지는 20년을 앞서가신 분이었다. 삼 남매에게 ‘각자 원하는 나라를 고르면 1년 동안 체류비용을 지원해주겠다. 대신 결혼할 때 재정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과감한 제안을 하셨다. 장녀인 경희씨는 2000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 1년 살기’를 실행했고 여동생은 일본, 남동생은 스페인에서 1년씩 살았다. 최근에서야 트렌드가 된 한 달 이상 낯선 해외 도시에서 살아보기를 일찌감치 실행한 셈이다.

“영국에서 산 1년 동안 다양성이 무엇인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는지, 그리고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죠. 물론 이때의 경험 덕분인지 이후에도 겁이 없고 다소 무모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도전적인 성향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교육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논술 과외를 하며 대학원에 진학했고 논술관련 자격을 따기 위해 집 근처 교육관련기업의 논술센터에 갔다가 얼떨결에 취업을 제안 받았다. 진로로서 교사가 되겠다는 선택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교사나 학부모용 교재나 교육 콘텐츠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후 대형 취업포털 기업으로 옮겨 대학생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기획과 영업을 배웠다. 주로 대학생들을 위한 취업·리더십·진로관련 콘텐츠를 기획했다. 이후엔 교육컨설팅기업 초기 멤버로 합류해 해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대학이나 기업에 도입하는 일을 담당하기도 했다.

“제 경력을 돌아보면 대기업에서부터 점점 작은 기업으로 옮겨왔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얕지만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공부했던 것 같아요. 산업의 변화,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의 변화를 남보다 조금 앞서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무엇이 되느냐’ 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라

그즈음 해외에서는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산업분야의 혁신이 시작됐고 국내에도 조금씩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경희 씨는 회사를 나온 이후 짬짬이 강의를 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2015년 9월 핀란드 스타트업 축제인 슬러쉬(Slush)에 참가해 *미네르바스쿨 CEO 등 세계 창업계의 혁신적인 리더들을 만나기도 했고 그 해 말 창업 준비에 들어간 에듀테크 스타트업 기업에 합류해 2016년 공동창업 했다. 2년 반 동안 초기 창업자의 고통스런 성장 과정을 거치며 고군분투했고, 2018년 9월 마켓디자이너스와 합병하면서 경희 씨는 직원 100여명의 마켓디자이너스 인사담당자이자 최고문화책임자(CCO)가 됐다.

그가 늘 미래를 한 발씩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변화의 물결 속으로 자신을 내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오지랖, 그리고 호기심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만나면 내가 그 사람에게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그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호기심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서 책을 읽고 더 깊이 알기 위해 이런저런 세미나나 교육을 들으러 가기도 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죠.”

취업과 창업의 세계를 넘나들며 일의 과거와 현재를 오래 관찰해왔던 경희 씨에게 일이란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어야 하고 또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선 반드시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희라는 사람의 일에 대한 지향점은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의 제가 입은 옷은 HR 담당자,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창업자였던 것이죠. 직업은 그때그때 하고 있는 일의 색깔이나 입는 옷이라고 보면 되는데 옷이나 색깔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경희 씨가 가장 행복하게 일했던 때는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고 도와주는 일을 가장 충만하게 했던 시기’라고 답했다. 그때의 직업이 무엇인지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질문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 또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같은 것이며 거기에 명사로서의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의 꿈을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정의하는 것과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라고 정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아픈 사람을 도우려면 약을 만들 수도 있고 환자를 위한 건강식을 만들 수도 있고 아름답고 편리한 환자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의용공학을 공부하여 의사들을 돕는 일도 가능하죠.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미리 정해 버리면 급변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에게 어떤 직업을 정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10년 혹은 5년 후 직업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데 그때 가서 직업을 고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자녀를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로 키우려면, 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저희 회사에 19세 개발자가 입사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이 친구는 고3 여름방학 때 본인이 검색해서 우리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어요.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온라인으로 전세계 개발자들과 함께 공부를 하더군요. 영어를 못해서 힘들지 않냐 물었더니 번역기가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더군요. 이 친구들은 이미 자신과 관심분야가 맞는 사람과 그룹을 짜서 어떻게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는 어떻게 온라인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협업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도 해본 적 없으니 알려줄 수가 없는 일이다. 코딩을 시작한 아이가 *파이썬(Python)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동네에 있는 컴퓨터학원에 보내는 식이면 안 된다는 말이다. 부모 자신이 수십 년 전 학습하고 성장했던 방식을 자녀세대에게 똑같이 적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10대 청소년들에게는 반드시 20대 이상이 되면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와서 따로 살 것을 조언했다.

“부모의 양육으로 받은 영향을 벗어나서 나 스스로만의 삶으로 새롭게 표백해야 합니다. 부모로부터의 받은 좋은 물이든 나쁜 물이든 한번은 빼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삶에 대한 핑계를 댈 수 없어요. 그러려면 반드시 혼자 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제가 하는 많은 생각의 틀은 부모님이 주셨겠지만 그 안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는 오로지 제 삶의 경험이 돼야 하니까요.”

오프라인 교육회사에서의 다양한 경험에 이어 에듀테크 스타트업 창업자, 그리고 국내 스타트업 최초 CCO(최고문화책임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지 물었다.

“미네르바스쿨의 설립자는 ‘만약에 영국의 옥스포드대학이나 미국 아이비리그가 오늘날 학교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까’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미래 아이들이 꼭 배워야할 커리큘럼을 우리가 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에 뭘 더하려고 하지 말고 완전히 새로운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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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스쿨: ‘캠퍼스 없는 혁신대학’ 2011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교육기관이다. 2014년에 생겼다. 미네르바스쿨 최고경영자(CEO) 벤 넬슨은 HP에 인수된 스냅피시라는 IT 기업을 설립한 벤처기업가이기도 하다. 재학생은 2018년 현재 470명. 샌프란시스코(미국), 베를린(독일),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서울(한국), 하이데라바드(인도), 런던(영국), 타이베이(대만) 등 세계 7개 도시에 기숙사가 있다.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가 있는 도시들을 돌며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운다.

*파이썬(Python): 1991년 프로그래머인 귀도 반 로섬(Guido van Rossum)이 발표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플랫폼 독립적이며 인터프리터(interpreter)식, 객체지향적, 동적 타이핑(dynamically typed) 대화형 언어이다. 파이썬이라는 이름은 귀도가 좋아하는 코미디 〈Monty Python's Flying Circus〉에서 따온 것이다. 파이썬은 비영리의 파이썬 소프트웨어 재단이 관리하는 개방형, 공동체 기반 개발 모델을 가지고 있다. C언어로 구현된 C파이썬 구현이 사실상의 표준이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