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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2] 불어라 ‘문학한류’…문학 번역가 돼볼까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역가 직업 체험교실’

 

방탄소년단(BTS)으로 인해 한류가 또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8년 이들의 음악이 미국 빌보드차트를 점령하면서부터다. 한국 대중음악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

한류 영향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또 더 많은 국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보급이 필요하다. 우리 문학작품의 번역을 통해 ‘문학 한류’의 선두에 서 있는 기관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 있다. 꿈트리는 3월 25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한국문학번역원을 찾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번역교육본부 석희진 씨를 만났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 소속기관으로, 한국문학과 문화를 해외로 전파해 세계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한국문학 번역과 출판을 지원하며 문학을 통한 해외교류와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번역 작업은 ‘양’보다는 ‘질’이 담보돼야 하는데 왜곡되지 않은 수준 높은 번역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번역자의‘역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문학, 한국문학 번역가 직업체험교실’도 관심 있는 소수 즉, 1년에 두 번, 20명 내외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자유학기제 시행에 발맞춰 2015년 12월 첫 진로체험 행사를 개최한 이래 매년 두 번씩 행사를 진행해왔다. 프로그램 구성은 다음과 같다. △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소개(10분) △ 직업으로서의 번역(90분) △ 총평과 소감 및 마무리(15분) △ 번역전문도서관 탐방(5분 이상) 등 진로 모색과 번역 실습 형태로 구성됐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2시간 정도.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번역을 하려면 한국어 능력이 먼저일까? 외국어가 먼저일까?’ 답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이다.

이후 참가자들은 번역아카데미 출신 현직 한국문학 번역가로부터 ‘직업으로서의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90분간 들은 후 직접 번역을 해봄으로써 한국문학과 직업으로서의 번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된다.

 

번역아카데미는 국내 유일의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기관이다. 번역아카데미는 차세대 한국문학 전문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2008년 설립됐으며, 총 1089명(2017년 기준)이 수료하고 졸업생 상당수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아카데미는 2년제 정규과정, 특별과정, 번역아틀리에 총 3과정으로 운영되는데, 번역아틀리에 과정은 타과정 수료자 중에서 선발된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첫 강사를 맡았던 영국인 소피 보우만(Sophie Bowman) 번역가는 정규과정 출신이며, 현재 강사인 조용경 번역가는 ‘번역 아틀리에’ 출신이다. 조 번역가는 이승우 작가의 소설《오래된 일기》를 영어로 번역한 것으로 유명하다.

번역가의 자질에 대한 질문에 조 번역가는 “외국어 실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학 전문 번역을 해야 하므로 당연히 한국문학을 좋아해야 한다. 또‘*변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단어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번역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번역을 할 때 반드시 ‘이 단어가 맞다’는 원칙은 없지만 왜 그 단어가 적합한지를 염두에 두고 번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번역가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해당 언어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번역가의 마음가짐과 책임에 대해서도 매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번역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그 언어만이 지니는 문화적 뉘앙스와 결을 살리는 수준 높은 번역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직접 하게 되는 번역 실습은 번역아카데미 실제 수업을 그대로 가져와서 한다. 널리 알려진 황순원의 《소나기》나 정호승의 《여행》이라는 작품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하고, 다양한 작가의 시를 번역하고 또 합평(합동으로 평가받는 것)을 해본다.

영어실력이 부족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쉬운 단어로 쓴 청소년 시를 번역할 뿐 아니라 조별로 함께 번역하고 하나의 작품으로 합동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부담이 적다. 조 번역가는 “참가자들이 대부분 중학교 1학년이라 실제로는 영어 단어의 조합 정도 수준으로 번역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같은 작품을 번역했지만 조별로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에 따라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번역의 묘미’를 느끼기도 한다. 조 번역가가 “여기서는 이 단어를 쓰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며 어떤 순간에 어떤 단어를 쓰는 것이 더 적합한지,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에 대해 조언해주는 식이다. 문학 번역이 굉장히 섬세하고 감정이 많이 담겨야 하므로 적합한 단어를 어느 순간에 쓸 것인지에 대한 팁을 전해주고자 한다. 조 번역가는 학생들이 영어로 번역한 내용을 원저자인 오은 시인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석 씨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160명 정도의 중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가끔은 프로그램을 마치고도 번역전문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관련 책을 읽고 가는 학생도 있고, 후에 부모님과 함께 찾아와서 번역가가 되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 건물 2~4층 일부를 번역아카데미 강의실로 활용하고 있으며 옥상에는 정원이 있어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번역전문도서관에는 소수언어로 된 특수 서적도 많아 프로그램 진행 후 남아서 책을 읽고 가는 학생들도 있고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열람시설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무료 회원가입으로 7권까지 대출도 가능하다.

한국번역문화원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신청은 꿈길로는 할 수 없고 강남구진로체험센터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전국의 중학교를 대상으로 했으나 2017년부터 양재내곡교육지원센터(강남구진로체험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센터를 통해 신청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개인 신청은 받지 않고 학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올해는 7월에 첫 프로그램이 실시될 예정이다. 문의: 번역교육본부 최희수씨(02-6919-7756)

 

*언어변이(language variation):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것을 ‘변이’라고 한다. 언어변이에는 크게 방언(dialect), 사용역(register)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글쓴이] 정선영 객원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