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Vol.30] “전시기획이 어렵다고요? 아이들은 상상을 뛰어넘어요”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꿈을 잇는 박물관’

 

“기획 단계부터 자유학기제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단순히 박물관의 역할이나 학예사라는 직업을 이해시키기 위한 강의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전시 기획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문제해결 능력, 토론능력, 협업능력 등 미래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자 차별점입니다.”

꿈트리는 3월 2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을 찾았다. ‘대학 속으로’, ‘지역 속으로’라는 2가지 모토에 따라 박물관은 2005년부터 지역사회를 위한 교육기부를 실천해왔다. 2015년부터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진로체험 프로그램‘꿈을 잇는 박물관’을 지난해까지 107회 진행해 총 3,1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경기대 박물관 연구팀 박효린 학예연구사는 “박물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결국 ‘박물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이런 것들을 알려줘야겠다”고 말하며 “자유학기제의 주요 포인트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 이후에도 체험을 평가하는 것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전시기획을 직접 체험하는 방향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꿈을 잇는 박물관’프로그램은 모둠별 수업으로 진행되므로 최소 인원 15~20명 이상 단체로 참여할 수 있다. 수업은 조별 토론을 통해 주제를 정한 후 180점의 작품 모형을 가상의 전시공간에 배치해 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또 전시기획서를 작성하고 최종 PT를 통해 자신들이 기획한 전시를 설득하고 홍보하는 과정까지 거치게 된다. 협업을 통한 아이디어 산출, 글로 표현하는 법, 말로 전달하는 과정 3단계를 거쳐야만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전시장을 참관할 때도 제가 따로 전시의 기획의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참고만 하라는 뜻으로 자유롭게 보고 오라고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거기서 실질적인 모티프를 따오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로 전시를 구상하는 팀도 있습니다. 웬만하면 참관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 시키고, 아이들 스스로 전시기획을 해 나가도록 하는 과정 속에 인문학적인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봐서는 단순히 전시기획을 체험해보는 것 같지만 그 과정 속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요소를 넣었다는 설명이다. 박물관 측은 학교현장의 담당 교사들이 먼저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사전 교사연수를 진행한다.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하는 그대로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하고 의견수렴도 한다.

 

교사 사전연수와 아이들 체험 이후 교사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사전연수를 통해 먼저 전시기획을 체험해본 교사들은 이구동성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것 같다며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유롭게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정과 결과물을 확인한 후 교사들은 자신들이 아이들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중학생들에게는 기술적으로 잘하고 못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원하는 주제를 정하고 토론하고 시각적으로 구현해 보고, 나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이 함께 공감하도록 표현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2시간 안에 거뜬히 해냅니다. 물론 개인별 편차는 있지만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이 굉장히 잘 합니다. 교육과정에도 그런 부분을 존중해주고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매년 신청학교가 늘어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뒤따른다. 2015~2016년 교육기부 대상, 2016년 교육기부 우수기관, 2016년 진로체험기관인증 등 수상했다.

 

“연말에 3팀을 선정해서 경기대학교 총장 표창과 함께 시상식을 합니다. 한 번 참여하고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여운이 남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해당 학교를 직접 방문해 전달하는데 교장선생님들도 굉장히 좋아하시고 아이들에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박 연구사는 “프로그램 실행 기관으로서 크게 애로사항은 없다”고 말하며 교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의욕도 크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학생들 옆에 앉아서 뭐든 도와주려고 하고 발표도 귀 기울여 듣고 평가도 세심하게 해주십니다. 2015년 처음 시작했을 때 저희 박물관에 대한 평가가 무척 좋았는데 알고보니 선생님들이 교육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올려주셔서 이듬해 신청자가 대폭 늘어나기도 했었습니다.”

또 아이들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시작할 땐 이 프로그램을 진짜 원해서 온 아이들이 드물지만 끝날 때쯤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는 반응을 자주 접한다. 또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아이가 재미를 느끼게 되고, 원래 관심 있던 아이들에겐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마음을 갖도록 도왔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박 연구사는 “자유학기제의 취지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아이들이 뭔가를 선택하고자 할 때 좀더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설명의 단계를 거친 후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신청할 수 있고 경기대학교 셔틀버스를 교통수단으로 제공한다. 중학생 프로그램 외에도 고교생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강의나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다. 고교생 대상으로는 3D로 전시를 구현해보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문의 031-249-8903)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