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Vol.32] “과학 어렵다는 편견 깨면 진로의 폭 더 넓어집니다”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원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원은 자유학기제 시행 전부터 과학 분야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이공계 분야에 재능과 꿈을 펼칠 아이들을 발굴해내는 많은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입니다. 과학에 재능이 있는데 접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꿈트리는 지난 5월 24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문지로에 위치한 카이스트 문지캠퍼스 과학영재교육원을 찾았다. 과학교육의 산실 카이스트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2016년부터 지역맞춤형 진로체험 프로그램과 도서벽지 아이들이 직접 카이스트에 와서 캠프에 참여하는 진로탐색프로그램 2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류지영 과학영재교육원 부원장은 “똑똑한 몇 퍼센트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던 영재교육의 세계적 추세가 최근엔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 중 가장 뛰어난 것을 개발시켜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카이스트가 자유학기제를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이 된 것이다. 카이스트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고정관념을 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2016년 전국 최초로‘지역맞춤형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당일형과 부스형 프로그램으로 나뉘며 2016년 한 해 1만여 명이 참가했다. 또 1박2일 캠프 형태로 진행되는 ‘대학-도서벽지 연계 진로탐색 캠프 역시 연중 상시 개최하며, 한 번에 80명씩 한 해 1000여 명씩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총 12회 921명이 참가신청을 한 상태다.

1박2일간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진로탐색 캠프’는 카이스트 과학특강, 대덕연구단지 연구소 견학, 카이스트 재학생 멘토와 함께 하는 이공계 진로멘토링, 융합과학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다.

“캠프에 참가하는 아이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있지만 인근 국가출연연구소를 방문하는 시간이 있어 진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보는 것은 물론 카이스트를 졸업하면 연구소에 취업할 수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죠. 그런 점에서 카이스트가 위치한 대전은 과학을 테마로 한 볼거리가 많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또 캠프에는 학생 4명당 1명의 카이스트 재학생 멘토가 함께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과학영재교육연구원에서 봉사하는 카이스트 학부생 멘토는 100여명이 활동 중이며 이들은 주로 수업이 없는 시간에 조교로 활동한다. 류 부원장은 “사전교육을 통해 중학생들을 만나는 대학생 멘토 역시 나누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자신들이 중학생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됐고 교사의 위치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리더십 훈련도 돼 윈윈(Win-Win)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원 내 진로캠프교육팀에는 8명의 연구원이 있다. 이들은 2013년부터 초중고교 과학영재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자부한다. 콘텐츠 역시 연구원들이 직접 개발하며 특강도 다양한 전공분야의 카이스트 현직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3C(도전, 창의, 배려)를 강조하는 신성철 총장 취임 이후 학교 전반에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카이스트는 지금까지 연구를 중심으로 해왔던 대학입니다. 그래서 일반 대중들은 다소 거리감을 느끼죠. 카이스트 학생에 대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이미지로 연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최근엔 1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자유학기 프로그램을 통해 카이스트를 경험합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카이스트가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나누려고 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설문조사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4.7 이상 나온다. 가장 큰 보람은 과학에 무관심했던 학생들의 변화다. 류 부원장은“학생들이‘과학자가 되고 싶다’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카이스트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보람을 느낀다. 또 멘토로 참가하는 카이스트 대학생들 역시 청소년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외에도 카이스트는 다양한 청소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LG그룹의 지원으로 초중등 소외영재 대상 대규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며, 2016년부터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KSOP프로그램(중1~고3)을 시작했다. KSOP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1년으로 끝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카이스트 측의 지적을 과기정통부가 흔쾌히 받아들여 이뤄낸 성과다.

 

프로그램은 전국에서 선발된 6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기 중과 방학 프로그램으로 나눠 진행된다. 학기 중에는 서울 한성과학고, 경기 북과학고, 부산 한국과학영재원, 대구 대구과학고 등 전국 10군데 교육장에서 수업이 이뤄진다. 카이스트 학생이 직접 현장으로 가서 매주나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수학과 과학 위주 수업을 진행한다. 방학 때는 600명 중 중학생 150명을 카이스트로 초청해 2박3일 캠프를 실시한다. 입시준비로 시간을 내기 힘든 고교생은 카이스트 대학원 조교들이 *R&E(Research and Education) 교육을 진행한다.

카이스트는 2017년 교육부의 새로운 소외계층 영재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영재키움프로젝트’도 맡게 됐다. 전국의 지역교육청에서 선발한 소외영재 400명과 멘토 교사 400명을 1대 1로 매치해 각종 체험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올해는 초4~고1을 선발하고 내년에는 초4~고2, 내후년엔 초4~고3의 순으로 대상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연간 10억 규모의 자금이 지원되는 대형 프로젝트 ‘영재키움프로젝트’는 KSOP프로그램과 같이 경제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과학이라는 한정된 범위를 넘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5월12일에 발대식을 한 영재키움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저희 영재교육원이 지난 6년 동안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가능성이 있지만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문과 전공자인 류 부원장 역시 청소년기에 이유 없이 과학을 싫어했지만 카이스트에서 일하며 과학 책을 많이 접하게 됐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고 고백했다.

 

“과학이 왜 싫었을까를 자세히 따져보면 나의 잘못된 편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과학을 꼭 전공할 필요는 없지만 과학적 사고방식을 익히게 되면 그 학생이 살아가는 삶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이스트처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춘 체험처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지금은 단체 신청자들만 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카이스트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으니까요.”

*R&E(Research and Education): 연구와 학습이라는 뜻의 조어. 과학고와 영재학교에서 이미 일반화 된 과정으로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조사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활동을 뜻한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