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Vol.42] “대학생들이 듣는 후마니타스 수업, 우리도 배워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주니어 자유캠프’

 

‘인문학에 기초한 교양교육 강화가 대학다운 미래대학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결론 아래 설립된 후마니타스칼리지. 무엇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치열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대학교육과 시민교육을 연결하는 창의적 교육 방법을 통해 삶과 문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하는 큰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경희대학교가 2011년 3월 설립한 교양교육기관인 후마니타스칼리지에 대한 소개글이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융합 교육을 통해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성원을 양성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의 프로그램을 중학생 눈높이에 맞게 재해석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경희대학교의 중학생 자유학기제 진로탐색 프로그램인‘후마니타스 주니어 자유캠프’가 그것이다.

꿈트리는 3월 25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로에 위치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를 찾아 입학전형연구센터 김효희 선임입학사정관을 만났다. 경희대학교는 2015년부터 대학 자체적으로 중학생 대상 전공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2016년부터는 교육부와 MOU를 맺고 중학생 진로탐색 1박2일 캠프 ‘후마니타스 주니어 자유캠프’을 개최해왔다.

전국 도서 벽지나 중소도시의 중학생들이 참가했던 이 캠프에는 2016년엔 163명, 2017년 125명, 2018년 110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7월 중 160명이 참가할 계획이다.

김 사정관은 “후마니타스는 인문학이 두드러지는 경희대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교양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학문을 하나의 측면에서 접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 융복합적 과정으로 접근하는 법을 교육과정으로 만든 것인데, ‘후마니타스 주니어 자유캠프’는 이러한 과정들을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시킨 것”이라고 소개했다.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자유캠프의 프로그램은 주제에 따라 1,2부로 나뉜다. 첫날인 1부에서는 <인간의 가치탐색>이라는 대주제 아래 1교시 나는 누구인가?(생각하는 나와 실험하는 나), 2교시 캠퍼스 투어, 3교시 우리가 함께 하는 법(말하는 나와 표현하는 나), 4교시 나의 꿈을 찾아서 등으로 진행된다.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서 각색된 강의와 체험(가면 만들기), 대학생 멘토와의 멘토링을 통해 인간의 중심에 있는 본인, 즉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대학생 멘토는 중학생 5명 당 2명이 매칭 되며 일반적인 경우 20~24명의 대학생이 멘토로 참가한다. 사전교육을 철저히 받은 멘토들은 1박2일 동안 자신들이 맡은 중학생 멘티들을 밀착해서 관리한다. 멘토로 활동한 대학생에게는 근로기준법상의 최저 시급에 해당하는 아르바이트비와 봉사시간이 지급된다.

둘째 날인 2부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대주제 아래 1교시 세계와 나, 2교시 과학과 인간 수업으로 채워진다. 1교시 ‘세계와 나’에서는 글쓰기를 통해 나와 주변사람과의 관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탐색해보고, 2교시 ‘과학과 인간’수업을 통해 미래 사회의 변화에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글쓰기 수업은 실제로 경희대 학생들이 후마니타스 과정에서 운영되는 수업이기도 하다. 캠프에 참가하기 전 중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1분 내외 동영상으로 만들어 미리 보내면 캠프 당일에 담당 교수가 직접 편집한 드라마 형태의 동영상을 감상한 후 글쓰기를 진행한다. 이때는 중학생들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드러내는 시간이기 때문에 동행한 교사들은 참석을 배제한다.

 

김 사정관은 “자유학기제라 하면 대부분 대학의 전공체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희 경희대에서는 전공체험 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후마니타스칼리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중학생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 있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한번쯤 깊게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캠프에 참가했던 선생님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소위 문제아라고 했던 아이들이 우리 대학에 와서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2시간 동안 멘토와 이야기하고 심지어 조 대표로 나서서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을 때”라고 말하며 “중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 누군가의 인생에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 그 프로그램을 설계했다는 데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멘토들을 동료라고 생각한다”는 김 사정관은 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멘토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했다. “사전교육 때에도 멘토들이 이 프로그램의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도록 교육했습니다. 예를 들어 간식이나 가방 디자인 정하기, 명찰 나눠주기 등 아주 사소한 일까지 멘토들에게 맡겼고 그런 과정 때문인지 멘토들이 멘티들에게 더욱 마음을 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멘티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멘토들이 많이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김 사정관은 특히 “대학이 가진 인프라 중 가장 우수한 인적 자원인 대학생 멘토들을 캠프에 활용했던 점이 운영자 입장에서 양쪽 모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장치”였다고 평가했다.“대학생 멘토들은 기성세대보다 중학생들과 연령대가 가깝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보다 실질적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습니다. 멘토 교육을 더욱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대학과 중학교 간 MOU를 통한 진로교육의 한 축으로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00명이 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1박2일 캠프를 운영할 때 따르는 애로사항도 있다.

“먼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나서는 순간부터 돌아갈 때까지 혹시라도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합니다. 특히 기숙사 여건이 마땅치 않아서 외부 숙소에서 숙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불침번을 서는 등 안전문제가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매년 캠프 신청 학교가 늘어나고 있지만 수도권 인근 중학생 보다는 정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말하는 김 사정관은“사업의 양적인 확대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제고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담당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안전문제만큼은 인솔자인 중학교 교사들이 철저한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혹시라도 프로그램이 지루할까봐 대학생 멘토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강의 중간에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졸릴 때쯤이면 시간에 맞춰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기도 하고 수업 사이 학교 홍보대사와 함께 하는 캠퍼스투어를 나가는 등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씁니다. 그 결과 중학생 대상 만족도 조사에서는 4.8점(5점 만점)으로 높은 점수가 나옵니다. 올해는 더욱 열심히 준비해 수혜자인 중학생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