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지원센터

[Vol.28] “기회제공과 소통으로 관광도시 속초를 교육도시로”


속초 진로체험지원센터(길)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아이들에게 경험의 기회 제공과 활동 주체들 사이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초 진로체험지원센터 운영을 맡은 건 1년 밖에 안 되지만 20여 년간 지역사회에서 청소년 활동을 담당해 온 속초 YMCA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 학교와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 상호간 유기적 소통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꿈트리는 1월 19일 동해바다와 설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도시, 속초시 청호로 속초청소년문화의집에 위치한 속초 진로체험지원센터를 찾았다. 속초YMCA 사무총장, 속초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직책을 겸직하고 있는 김원범 속초 진로체험지원센터장은 “앞으로도 기회와 소통, 2개의 키워드에 집중해 관광도시 속초를 교육도시로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2016년 문을 연 속초 진로체험지원센터는 2017년 4월부터 속초YMCA가 위탁 운영을 맡아 지역사회의 체험처 발굴과 학교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2002년부터 속초 청소년문화의집을 운영해 온 속초YMCA는 진로체험지원센터를 맡기 전에도 진로체험과 관련 단발성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경험에 따르면, 아이들은 외부강사가 학교로 와서 진행하는 교육보다 학교 밖 현장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저희 센터는 지난해 24개 직업 일터를 발굴해 하루 3시간씩 2주 동안 총 60회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예산 한계 때문에 참가인원을 500명 예상했는데 속초시내 4개 중학교에서 1200명이 신청했고 복수지망자까지 합산하면 2500명까지 됐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좋아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게 증명된 거죠.”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참가자들의 평가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 횟수를 연간 3회로 늘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또 초기엔 아이들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평가가 많았던 멘토 보고서 역시 횟수를 거듭할수록 긍정적인 반응이 늘었다.

이 같은 호응에는 아이들의 욕구도 충족시키고 학교 밖 활동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진로센터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었다. 우선 학교별 총 4대의 버스와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학교와 체험처간 이동을 안전하게 해결했다. 또 직업체험 현장의 멘토는 물론 교육에 참가하는 멘티(학생)들을 대상으로도 3시간씩 꼼꼼하게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아이들의 동반자, 도우미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사실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정산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큰 부담입니다. 꿈길 등록처에 가더라도 기본적인 재료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교사 입장에서는 이런저런 행정적인 일들이 힘들어서 못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학교에서는 버스를 타고 서울잡월드, 박람회, 대학탐방 등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형태를 선호합니다. 진로담당 교사들과도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저희 프로그램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강원도에서 이렇게 하는 곳은 저희밖에 없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저희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속초라는 지역 내에서 자유학기제를 지원하는데 있어서 느끼는 가장 큰 한계와 해법에 대해 질문했다.

“가장 큰 한계는 청소년들이 체험을 원하는 직업군을 다양하게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도권과의 지리적 거리나 인프라 부족의 문제라기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인식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속초의 어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센터장은 지방의 경우 특히 선출직 공무원들이 청소년 교육관련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속초시의 경우 최근 2~3년 새 아파트 수가 급증했지만 인구는 8만 2000명 선에서 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인들의 세컨드 하우스 개념의 아파트 수가 늘었을 뿐 다른 농산어촌지역처럼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어 향후 인구는 더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이럴 때일수록 지자체는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지역의 부모님들을 인터뷰 해보면 교육에 대한 불만이 제일 큽니다.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없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합니다. 지자체장을 비롯해 지역의 공직자들이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빨리 인식해서 그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자체는 교육경비조례를 통해 얼마든지 지역 내에서도 청소년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김 센터장은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학교 건물을 넓히고 시설을 변화시키는 것에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인력을 키우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진로센터 종사자들의 직업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해줌으로써 지역의 전문가를 키우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직원이 4명인데 진로센터 업무 외 다른 업무도 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속초 진로센터의 경우 매년 입찰계약이라 12~4월까지 공백기나 다름없습니다. 교육청과 시가 공동 직영하는 청소년문화의집을 하나 더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램 운영 따로 예산 정산 따로 협의하는 현재의 비효율적인 행정절차를 줄여나가는 것도 과제다. 자유학기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2,3학년, 나아가 고등학교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또 자유학년제로 확대 시행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프로그램 운영을 맡겨두기 보다 학교별 TF팀을 만들거나 전담인력을 둔 허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학교 교육에서 상위 몇 프로에 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들러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다양한 꿈을 지원하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함에 있어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당국은 아이들의 다양성만큼 전국 각 지역의 진로센터들이 처한 환경도 유연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대도시와 농어촌지역에 대한 매뉴얼의 다양성도 필요하고 평가 기준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