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지원센터

[Vol.36] “스마트폰으로 3D프린팅 체험, 학습 흥미도도 쑥쑥”


광주 동부 진로체험지원센터

 

“과학수업만큼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20여 년 교육기업을 운영하면서 제가 몸소 체험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실험을 해보고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흥미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다보면 과학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학습흥미도가 함께 향상됩니다. 또 과학은 시대상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역사나 문화를 공부할 수 있으므로 생각의 폭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꿈트리는 9월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양일로에 위치한 광주 동부진로체험지원센터(이하 진로지원센터)를 찾았다. 광주 동부 진로센터는 2017년부터 교육사회적기업 포인트가 위탁 운영 중이다. 2012년 설립된 교육사회적기업 포인트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진로체험, 자유학기제, 방과후 활동, 융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특히 이공계 과학실험 전문 진로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특화돼 있다. 양승주 대표(센터장 겸직)를 포함, 13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이다.

“광주에는 동부와 서부를 나눠 2개의 진로센터가 있습니다. 저희는 동구와 북구, 남구를 아우르는 동부권을 맡고 있습니다. 광주 동구는 원도심이라 인구 밀집도가 낮고 북구는 면적상으로는 제일 넓지만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2번째로 낮습니다. 그만큼 취약계층이 많은 편이죠.”

과학 사교육 학원을 운영하던 양 대표가 교육사회적기업 포인트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2009년 다문화아동지원센터와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다.

“아동지원센터 원장님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과학실험 교육을 하고 싶다며 요청했었는데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당시 제가 운영하던 과학실험 프로그램은 고가(高價)의 수업이었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연락에서 원장님이 한 말씀 때문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커서 우리 사회의 부적응자가 되지 않도록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학습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들에게 과학실험 수업을 꼭 받게 해주고 싶다’는 말씀이었어요.”

양 대표는 어머니들이 수업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걸고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1년간 무료 과학실험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지역의 교육 사업가들과 함께 교육사회적기업 설립에 뜻을 모았고, 3박4일간 열리는 대전엑스포 과학축제에서 30개 부스를 맡아 운영하는 등 회사를 체계적으로 키워나가게 됐다.

 

광주 동부 진로센터의 대표적인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 프로그램으로는 분야별로 드론과 항공, 과학수사대, 로봇과 코팅, 의학생명, 아트디자인이 있으며, 수업형태로는 단기 특강형, 2차시, 4차시, 8차시~16차시로 구분된다. 이 외에도 관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꿈! JOB! GO!’를 통해 2차시 또는 4차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이공계 과학분야 인기 프로그램으로 직접 개발한 체험키트로 진행된다. 특히 최근 개발한 ‘스마트폰으로 하는 3D 디자인’프로그램의 경우 아이들이 PC 없이도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창작물을 3D모형으로 출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호응이 크다.

“개발과 기획을 직접 하기 때문에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1000가지 이상은 됩니다. 저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더 나은 것,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수업을 듣는 5명 중 3명 이상은 이해할 수 있도록 매년 프로그램을 개선합니다.”

끊임없는 개선 노력에 힘입어 수상실적도 화려하다. 2015년 광주 교육기부 교육감상, 2017년 교육기부 교육감상을, 2015~2017년 3년 연속 교육기부대상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코딩 프로그램이 교육기부 박람회에서 눈길을 끌어 광주광역시뿐만 아닌 타 교육청과도 연계하여 체험 프로그램 보급과 진로 교사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공계 전문 진로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예산 부족의 어려움은 늘 따른다. 2억여 원의 진로센터 예산으로 관내 12000명 학생의 체험비와 3명의 진로센터 직원 인건비를 감당하기에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과학실험 사교육은 주로 영재반 학생이나 전문직 부모들의 자녀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자유학기제 등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만 재료비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타 기관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입니다. 과학실험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포인트가 지난해부터 동부 진로센터 운영을 맡았지만 여전히 체험비를 감당하기에도 예산이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양 대표의 프로그램 운영 철학 역시 진로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과 강연형 보다는 체험형 수업에 초점을 맞춘다.

“의학생명 프로그램 중에 소의 눈을 해부해보는 체험이 있습니다. 의사를 목표로 하던 한 중학생이 이 체험을 해본 후 자신은 절대 의사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진로의 방향성에 대해 명확한 정보를 제시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지속되고 확대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어떤 제도든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체계화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게 됐고 이를 위해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국영수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미래사회 인재는 자신이 뭘 위해서 공부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고 평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양 대표는 이를 위해 지역의 청년창업가들과 학생들을 연결하는 멘토링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어바웃광주’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어바웃광주’ 는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의 생태계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를 알아보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3년 전부터 ‘사회적경제 학교로 가다’를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해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만 잘살고 행복한 것보다 내 주변이 행복해야지 진정한 행복 아닐까요. 사회 자체가 골고루 발전해야 행복해 지는데 지금은 양극화가 심해져 중간이 없다보니 사회 전체가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이라든가 사회적경제 조직이 대두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미래사회 어차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면 사람들은 공동체의식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웃과의 나눔, 협력, 연대가 있어야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거죠.”

청소년들에게 진로와 직업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진로란 내가 이상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의미하고 직업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 도구는 얼마든지 중간에 바뀔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직업은 몇 번이고 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직업에 실패한다고 해서 인생에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저희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궁극적으로 어떤 행복을 찾아갈 것인가를 잘 생각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