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지원센터

[Vol.42] “사각지대 청소년들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에 집중”


안동진로체험지원센터 ‘꿈이루미’

 

“안동시에 있는 면 단위 7개 중학생을 다 합쳐도 30명이 안됩니다. 중소도시의 진로체험지원센터는 이 같은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당국에서도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문화적 혜택이나 정보가 많이 부족한 도서지역, 많은 이들의 손에 닿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꿈트리는 3월 28일 경북 안동시 광명로에 위치한 안동청소년문화센터를 찾아 최유형 안동진로체험지원센터장(안동청소년문화센터 관장 겸임)을 만났다. 안동진로체험지원센터(이하 안동 진로센터)는 안동청소년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고운청소년재단이 안동교육지원청으로부터 위탁 받아 2015년 3월 개관했다. 안동청소년문화센터의 직원 11명 중 센터장을 포함, 4명의 직원이 안동 진로센터 업무를 겸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서울 수도권 국공립 청소년기관 등지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사회복지 및 청소년분야 전문가로, 2012년 안동청소년문화센터장을 맡은 이후 연고가 없는 안동지역의 청소년을 위해 8년째 일하고 있다.

인구는 16만 명의 안동시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울 만큼 유교 문화의 고장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 경상북도청소재지가 이곳에 있으며 행정구역은 1읍 13면 10동이 있다. 면적은 서울의 2.5배인 1520㎢로 대한민국에서 행정구역 면적이 가장 넓은 시이다. 하회마을, 도산서원 등 유적지와 곳곳에 많은 문화재들이 보존돼 있다. 안동시에는 초등학교 35곳(분교 4곳 포함), 중학교 13곳, 고교 13곳이 있으며 학생 수는 1만 8000여명 정도 된다.

 

최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직업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비해 안동시에는 그런 욕구를 채워줄 자원들이 전무후무하다고 할 정도로 열악하다. 물론 안동 하면 전통문화, 역사, 유교문화 등을 콘텐츠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저희 센터가 그런 일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고 말하며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전문가들을 발굴,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 진로센터는 지역의 체험처를 발굴하고 학교와 연계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 진로체험에 대한 인식조차 자리 잡지 못했던 안동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최 센터장과 직원들은 지난 4년간 직접 논과 밭을 찾아다니며 150여 곳의 체험처를 발굴했다.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공공기관들조차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올해로 세 번째 진로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체험처들이 부스를 만들어 기업 이미지를 홍보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 상호이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이제야 청소년 진로교육에 대해 작게나마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체험처 관리 및 컨설팅 외에도 안동 진로센터는 전문 직업인과의 만남 및 체험활동인 ‘어깨동무 진로캠프’, 행복안동 평생학습복지어울림마당 부스 운영, 학부모 특강, 안동진로박람회‘job체(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안동 탈춤공원 일대에서 개최한 안동진로박람회‘job체(體)’ 에는 27개 기관이 참여해 30여 개 부스를 운영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처럼 청소년들에게 안전하고 재미있는 진로체험 활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내 진로체험처 간담회를 개최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진로교육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 센터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의 진로체험 자원 발굴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엔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올 1월엔 교육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최 센터장은 “면 단위 지역이나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직업군을 알려주거나 관심 있는 직업군을 경험하게 해주고 난 후 그들이 만족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며 “진로관련 정책들에 대해 당장의 성과보다는 어떤 부분의 지원이 부족한지 먼저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산 문제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안동지역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2~3시간 걸려 서울이나 대구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리다 원하는 체험이 있어도 못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식의 진로체험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굳이 먼 곳에서 찾으려 하지 않아도 자세히 찾아보면 안동에도 훌륭한 자원들이 많습니다.”

 

최 센터장은 직업군 연계 강의에 참여했던 건축사 멘토가 관심 있는 아이에게 후속 멘토링을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지속적인 멘토링을 하고 싶다는 제안에 2명의 희망 청소년을 매칭했고 이후 수차례 심도 깊은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런 모델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멘토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마을교육공동체의 본질 아닐까요. 안동시에는 이런 활동을 하고 싶어도 정보나 교육이 없어서 서로 공감대 형성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 지역에 전통문양 디자이너가 있는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체험처를 제공하는 기관이 자긍심을 느끼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증서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학생들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최소한 인증 받은 기관들끼리 연합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사업비를 제공하거나 다른 지역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정도는 구성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온 마을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죠. 이런 일은 공적인 힘이 필요하므로 정책과 시스템이 밸런스를 맞춰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