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자유학기제

[Vol.30] “‘중2병 우리가 뿌셔보자’ 도전했던 우리가 되레 배웠어요”


2017년 자유학기제 대학생 봉사단 활동 우수사례 상명대 놀이터팀

 

“‘그까짓 중2병 한 번 뿌셔보자’라는 다짐으로 자유학기제 대학생 봉사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활동이 끝나고 난 후엔 오히려 저희들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우리와 만난 아이들이 잠시 잠깐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내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꿈트리는 지난 4월 10일 오후 6시 상명대 미래백년관에서 2017년 자유학기제 대학생 봉사단 활동 우수사례로 선정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최우수상)을 수상한 상명대 국어교육과 놀이터팀을 만났다.

놀이터팀 구성원인 김유경(22·팀장), 손채영(22·부팀장), 조현정(22·블로그 촬영 담당), 최혜빈(22·회계 안전담당) 씨는 같은 과 동기로, 1학년 때부터 연극동아리를 함께 하며 친하게 지냈다. 2학년이 되던 2017년 김유경 씨가 학교 홈페이지에 뜬 자유학기제 대학생 봉사단 모집 공지를 보고 세 명의 친구들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해 함께 활동하게 됐다.

미래 교사를 꿈꾸던 네 사람은 늘 학교 현장에 관심이 있었다. 사범대 4년 동안 60시간의 교육봉사를 해야 되므로 이들 모두 1학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봉사 경험을 쌓는 데 적극적이었다. 상명대 놀이터팀은 자유학기제 대학생봉사단 3기 자격으로 지난해 8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서울 은평구 신도중학교에서 연극‘희희낙락’프로그램으로 동아리 수업을 진행했다. 연극 동아리를 신청한 50여명의 학생을 1,2기로 나눠 각각 8주차씩 총 16주차를 진행했다. 1기 학생을 2모둠으로 나누고 놀이터팀원 2명이 한 팀씩 담당했다. 이하 질문에 대해 네 명의 팀원들이 자유롭게 답했다.

 

- ‘희희낙락’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유경) “프로그램명‘희희낙락’은 ‘희망찬 희곡 즐거운 음악’의 줄임말로 팀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지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각색해서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주요 활동내용입니다.”

(채영) “저희가 국어교육과 학생이다 보니 문학작품을 색다르게 각색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활동의 최종목적은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대본을 가지고 연극을 올리도록 하는 것에 뒀습니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네 사람은 심사숙고했다. 초반엔 아이들에게 익숙한 소설이나 동화를 소재로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 친숙하겠다고 판단해 신도중학교 중1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대표 근대 단편소설 《하늘은 맑건만(현덕 著)》를 선택했다.

- 특별히 《하늘은 맑건만(현덕 著)》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혜빈) “이 작품은 시대적 배경이 1960~70년대이고 등장인물도 가족, 선생님, 친구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면적인 인물이에요. 학생들이 시대배경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평면적 인물을 입체적으로 바꾸는 등 자유롭게 각색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판단해서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현정)“각색을 하고 작품을 새롭게 창작하는 과정까지는 모둠별로 이뤄집니다. 이후의 활동은 제작진팀과 배우팀으로 역할을 나눠서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최대한 공정하게 조율했습니다.”

- 요즘은 20대들도 한두 살 차이가 나면 세대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10대인 중학생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은 없었나요?

(채영)“사실 ‘중2병’이라는 말 때문에 중2라서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저희가 학생들의 수준을 잘 모른다는 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혜빈)“마음과 마음으로 만나서 최대한 진심을 전달하면 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신도중학교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활동 결과도 뛰어났습니다.”

 

- 8주차 수업과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설명해주세요.

(채영) “저희가 여름 방학때 미리 준비한 각 주차별 활동 계획서에 따라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1주차는 처음 만나는 날인만큼 서로 얼굴을 익히고 협동심을 일깨울 수 있도록 간단한 게임을 했습니다. 2주차에는 학생들이 원작을 접할 기회를 갖기 위해 교과서를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작 줄거리 내용을 적어놓은 활동지를 충분히 읽어보고 학생들이 어떤 요소로 각색할 건지 각자가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유경) “3주차엔 활동지 작성 후 조별로 각각 하나의 줄거리를 완성했고, 4주차엔 대본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5주부터 7주차까지는 배우팀과 제작진팀으로 나눠서 연습해보고 두 팀이 함께 공동연습도 했습니다. 8주차엔 두 팀의 연극을 무대로 올리고 롤링페이퍼 작성하는 순으로 마무리했습니다.”

- 학생들이 놀이터팀의 프로그램을 8주차 수업 동안 잘 따라왔는지요?

(유경) “각색 단계에서 아이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활동지를 못 적고 있는 아이들에게 저희가 돌아다니면서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현정) “학생들이 스스로 칭찬할 점을 찾아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자기칭찬일기’를 매 수업시간마다 쓰도록 했습니다. 자기칭찬일기에는 자신을 칭찬할 뿐 아니라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해서 저희가 피드백을 해줬습니다.”

(혜빈) “초반에는 아이들이 자기칭찬일기에 뭘 적어야 할지 막막해 했는데 저희가 코멘트 달아주는 것을 보면서 점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찾아나갔습니다. 스스로 그날 했던 활동에 대해서 되돌아보면서 점점 자기 꿈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었고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무엇에 약한지에 대한 자기탐구시간이 됐던 것 같습니다.”

(채영) “학생들이 자기가 뭘 잘했는지를 스스로 파악하는 과정이 무척 대견했습니다. 작은 행동도 자기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으니까요. 담당교사였던 이세웅 선생님께서도 저희 프로그램 중에 ‘자기칭찬일기’를 칭찬해주셨습니다.”

 

-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이야기해주세요.

(혜빈) “1기 때 만났던 한 남학생이 기억에 남습니다. 초반엔 까불까불 하면서 친구들과 장난만 치고 수업에 참여를 잘 안 하는 아이였어요. 그 친구를 어떻게 수업에 참여시킬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날 자기칭찬일기에 제가 써준 피드백을 보고 결국은 그 친구가 마음을 열었습니다. 자신이 찾지 못했던 장점을 찾아내 써줬었거든요. 연극 연습 마지막에 ‘애드립을 넣어도 되느냐’고 묻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더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선생님이 먼저 들어봐 주세요, 선생님이 괜찮다 하면 해볼게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때 우리가 노력하면 학생의 닫힌 마음도 열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경) “1기 때는 사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활동이어서 힘든지 모르고 재밌게 했습니다. 2기 때부터는 우리의 목표가 아이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기 수업시간에 즉흥적으로 ‘오늘 놀이터 선생님 처음 만났는데 어때요?’라고 물어봤고 아이들 모두로부터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저희는 막연히 이렇게 하면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고 재밌지 않을까 하고 목표를 설정했지만 막상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 동시에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은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채영)“제작진과 배우 역할을 정할 때 다소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이 주인공을 맡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목소리가 확 커지는 것을 봤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역할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매주 목요일을 기다리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아이들끼리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저희들도 많이 배웠습니다.”

(현정) “아이들이 활동을 잘 따라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모두 제 탓인 것만 같고 교직의 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내가 힘이 돼주지 못하니까 아이들이 나에게 실망했겠구나’생각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좋고, 활동도 너무 좋았다’는 칭찬일기 멘트를 보면서 제가 되레 위로를 받았습니다. 애초의 목적은 ‘아이들의 성장’이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가 위로받고 성장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요?

(유경) “사범대에 들어와서 어떤 교사가 될 거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어떤’에 들어가는 수식어는 수시로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은‘수업이 기다려지는 교사,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직한 교사, 주변이 정갈한 교사’등 제 나름대로 추구하는 교사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통틀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또 그런 교사가 되기 전에 저부터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채영)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인 김춘수의 ‘꽃’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맡은 아이들이 꽃이라면 의미 있는 꽃이 되도록 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학생과 교사는 일 대 다수인데 저는 일 대 일의 관계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많은 교사들을 만나겠지만 저는 그 한 아이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성장의 기회를 틔울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현정)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만 불을 지피면 활활 타오른다는 것을 자유학기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사,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혜빈) “수업 내적인 측면에서는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수업을 선물해줄 수 있는 교사, 수업 외적인 측면에서는 공감과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수업은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수업을 만들어 나가고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내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이 수업 안에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