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자유학기제

[Vol.35] “이제는 ‘그릇을 키우는 수업’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 강동구 명일중학교 김선희 수석교사

 

“아직도 ‘자유학기제=진로탐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수업입니다. 그렇다면 자유학기 동안‘수업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 저는 이것이 바로 ‘자유학기제’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호에 이어 두 번째로‘2018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자신만의 수업 노하우를 나눈 교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 강동구 명일중학교 김선희 수석교사(56·국어교과 담당)는 지난 8월에 열린 ‘2018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교육청 추천 수업명장으로 선정돼 ‘국어 교과서 재구성을 통한 융합수업/프로젝트 수업 계획’에 대해 3시간 동안 2개의 세션을 진행했다. 꿈트리는 9월 13일 명일중학교에서 김 수석교사를 만났다.

2018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김 교사는 ‘역량중심 학습 & 과정․성장 중심평가’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토론, 논술수업의 사례를 공개했다.

“토론수업을 할 때 크게 4가지 평가기준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 주제파악 및 정보활용 능력, 두 번째는 토론능력, 세 번째 학생들의 상호 동료평가, 네 번째가 모둠학습을 통한 협업능력, 이 네 가지 평가요소를 가지고 수업을 이끌어 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토론수업의 목적은 의사소통능력, 경청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인데 수업을 통해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아이들의 소감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김 교사는 지난 7월 18일 명일중학교에서 실시한 자유학기제 동기유발 수업내용과 학부모에게 보낸‘성장편지’에 대해서도 사례를 보여주며 자세히 소개했다. 또 김 교사는 자유학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평가’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생각을 공유했다.

“9차시의 토론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매 차시마다 평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교사가 짠 수업계획 속에 평가요소가 분명하게 들어가 있고, 그 평가요소에 의해서 학생들의 장점과 강점을 발견하고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실시합니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고 이를 과목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까지 하면 ‘교-수-평-기 일체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즉 진정한 역량중심 학습과 과정․성장 중심평가가 가능한 거죠. 이렇게 하면 교사의 진단적 분석이 용이하고 아이들에게 형성적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같은 김 교사의 ‘특별한’ 국어수업은 사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기 훨씬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도부터 근무했던 중학교에서 시행한 아침독서가 계기가 됐습니다. 그저 자습시간에 독서만 하게 했을 뿐인데 학업이나 생활면에서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교육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 것이죠. 그 생각은 수업이 달라지도록 만들었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열심히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김 교사의 수업은 본격적으로 학생중심 참여형 수업으로 바뀌었다. 그의 새로운 시도는 현직교사라면 누구나 개설할 수 있는 사이버교실 덕분에 더욱 힘을 얻었다. 2006년도에 ‘써니샘의 논술교실’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고, 평가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수업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누적회원 수만도 15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과제물, 결과물이 쌓여 있는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이런 학생참여형의 새로운 수업 방식이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러웠다. 기존의 방식으로 교사가 열심히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규 부임한 선생님과 함께 같은 학년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선생님의 수업을 제가 직접 참관해봤는데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학원 강사 경험도 있으셔서 그런지 매우 꼼꼼하게 열심히 가르치셔서 저도 놀랐거든요. 저의 수업이 너무 엉성하고 대충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내심 불안했지요. 그런데 막상 지필고사를 치르고 결과를 보니 성적 격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후 참여형 수업을 했던 아이들의 성적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긍정적 효과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제 나름대로는 학생 참여형으로, 학생 중심으로 수업해도 전혀 성적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검증받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김 교사의 ‘학생 참여형’ 수업방식은 2013년 자유학기제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게 됐다. 당시 재직 중이던 잠실중학교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됐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김 교사는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아닌 자유학기제라는 틀 속에서 다른 교사들과 함께 수업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게 된 것이다.

“제가 평소 가지고 있던 수업 철학이 자유학기제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저는‘왜 꼭 다 같이 한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야 하지? 누군가는 거기서 내릴 수도 있는 거잖아’ 이런 생각을 해왔었고 수업을 통해 그것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오로지 점수라는 잣대를 향해 아이들을 몰아가는 대신 저는 지금이 아니면 못할 일들, 바로 아이들의 그릇을 키우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들의 그릇을 키워놓으면 나중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릇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국어교사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 끝에 김 교사는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고, 그것을 말과 글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하며 “어떻게 보면 저의 국어수업은 매우 실용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자유학기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업 안에서 역량을 기르고 평가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가 수업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저는 교사들이 수업에서 활개 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이 의미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교사들이 수업을 장악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생깁니다. 자신이 장악할 수 없는 수업은 교사를 힘들게 하고 이런 수업이 반복되면 교사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를 위한 항변과 조언도 덧붙였다. “사실 점수 없는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는 교사들에게 점수 없는 세상을 준비하라니 교사 입장에서도 막연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새로운 수업이나 평가를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 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교사들에게 먼저 경험하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육당국은 좀 더 체계적인 교사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합니다.”

김 교사는 거듭 “자유학기제 수업의 의도와 목적을 분명히 하고, 일관된 흐름을 수업 속에 녹여내며, 이것을 학부모에게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자유학기제가 돼야 한다”고 말하며 전제조건으로 이 모든 일들이 교사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람직한 자유학기제를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자유학기제의 확대에 집중하기 보다는 2~3학년의 정기고사 횟수를 줄여서 지속가능한 연계 효과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가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교사들 역시 점수 위주의 기존의 평가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전히 학교 수업에서 목이 쉬도록 가르치고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받아 적고 얼마나 잘 암기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험을 보고 성적을 내야 한다는 그런 사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저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감을 일찍부터 가졌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자유학기제 하면 아이들 학력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 교사는 “한 학기만 보면 안 됩니다. 중학교 전체 여섯 학기를 놓고 보면 결코 학력이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학력보다 더 중요한 역량이 키워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력이 중요합니까? 역량이 중요합니까?’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 질문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을 하면서 과정중심평가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강점과 장점을 파악하고 형성적인 피드백 해주는 것, 이런 가운데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소통, 협업, 조화, 과제수행 능력, 리더십 등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리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