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자유학기제

[Vol.39] “교사들이 자부심 느끼는 수업, 자유학기제로 시작됐죠”


강완희 충남외국어교육원 교육연구사

“2017년 자유학년제 도입 여부를 놓고 공주지역 14개 중학교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협의회를 했을 때였죠. 처음엔 자유학기제를 시작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자유학년제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 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터놓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한 선생님께서 학생중심의 자유학기제 수업이야말로 진정한 수업이라고 느꼈다고 털어놓았고, 또 다른 분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인성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죠. 또 교사로서 자유학년제 업무를 한다면 부담이 크겠지만 실제로 내 자녀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 3년 내내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는 학교로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꿈트리는 2019년 1월 11일 충남 공주시에 위치한 충청남도외국어교육원에서 강완희 교육연구사(54)를 만났다. 강 연구사는 2014년 9월1일 충청남도 공주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로 발령받은 후 첫 업무로 자유학기제를 맡아 2년간 담당했다.

“당시 교사 입장에서는 자유학기제를 기피업무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아직 현장에 정착 되지 않은 제도였기 때문에 업무량도 많았고 약간의 혼선도 있었으니까요. 초기엔 ‘자유학기제=진로체험’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하지만 저를 비롯해 자유학기제 담당 장학사들은 자유학기제 운영에서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진로체험활동과 더불어 교수학습방법 개선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었습니다.”

강 연구사는 장학사 발령을 받은 이듬해인 2015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교사 연수에 집중했다. 이전까지 도교육청 차원에서 주요 정책 사업으로 학부모 교육, 교사 연수, 관리자 연수 등을 진행했었지만 학생중심·활동중심의 수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공주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실시한 교사 연수는 공주지역 14개 중학교의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자유학기제 담당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교사들이 참여하도록 했고 2개 학교를 빌려 한 학기에 한 번씩 중간고사 기간 중 오후시간을 정해 과목별 연수를 실시했다. 이미 자유학기 수업을 선도적으로 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례 발표와 토론을 통해 어떻게 학교에 응용할지 등을 협의하는 자리였다.

2015년 이후 진행된 각 교육지원청별 전체 교사 대상 연수는 이전의 다른 연수보다 파급효과가 컸다. 자유학기제가 제도로서 안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교사들 스스로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2017년 이후에는 충남지역의 경우 교사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각 학교 내 수업방법 개선 등 고민을 같이 해결하는 풍토가 자리 잡게 됐다.

충남지역은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강 연구사는 3년 전에 비하면 학부모나 학교 현장에서의 우려도 크게 줄어들었고 제도가 안착됐다고 평가했다. 교과 성적저하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자 실시한 주제 중심 교육을 통해서 수업의 방향성도 점차 바뀌고 있다. 성적 줄 세우기를 위한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키우기 위한 활동 중심 수업이라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교사들이 먼저 수업방식의 변화를 경험한 것이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사들이 처음에는 자유학기제 수업을 두려워하지만 막상 수업을 해보면 오히려 행복해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듣지 않는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수업에서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 힘들뿐 ‘이게 내가 원하던 진짜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2학년이 돼서 시험을 보고 성적을 매겨야 하는 수업으로 되돌아가면 자유학기제가 의미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 연구사는 “중1학년 자유학기제로 시작된 수업방식의 변화는 이미 2~3학년 연계학기나 고등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과정중심평가가 고교에서도 생활기록부로 연결이 되고 학생부종합전형, 수시전형과 같은 대입제도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정책 흐름을 추진해가는 데 있어서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성적 줄 세우기가 아닌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을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로를 찾아가도록 이끌기 위해 도입된 생활기록부나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공정성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센 변화의 파도 앞에서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 사회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희망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이런 변화무쌍한 파도 속에서 휩쓸려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즐길 수 있도록 멋지게 윈드서핑 하는 노하우를 익힌다면 더 신나고 재밌게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자유학기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나를 공부해야’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로 강 연구사는 분당의 한 혁신 중학교 교사를 초빙해 공주교육지원청 교사들 대상으로 강의를 개최한 일을 떠올렸다.

“저렇게 멋진 혁신이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학생중심·배움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 이면에는 학교의 배려가 있었다는 점도요. 교무행정사를 활용하는 등 교사들의 업무가 확 줄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것은 좋지만, 제반 행정업무가 많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강 연구사는 자유학기제를 맡은 교사들이 확신을 갖고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업무 지원 시스템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충남외국어교육원에서 교사연수를 담당하고 있는 강 연구사는 “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아이들과 함께 할 때”임을 강조했다.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교사들은 평상시 수업준비를 할 때 좀 더 땀 흘리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노력만큼 교실 수업이 재미있어지고 스스로도 마음에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그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많은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을 위해 사회적 분위기가 더 성숙해야 된다는 강 연구사는 학부모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당장은 성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성공의 기준이 달라진 시대를 살아갑니다. 이제는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경쟁하고 줄 세우기 하는 시대가 아니라 협동하고 세상과 함께 나눠야 되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경쟁해서 이기는 것보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을 발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깨우치는 기쁨은 상당한 것입니다. 그것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활동하고 참여하고 배워가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되도록 부모님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