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자유학기제

[Vol.41] “교사 전원이 반대했지만 자유학기제 실시후 만족도 100%”


김후배 전 제주교육과학연구원 원장

 

“2013년에 자유학기제라는 정책을 처음 접했을 때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제가 갖고 있는 교직 생활의 신념과 너무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죠. 그런 느낌이 오게 만든 건 바로 ‘아이들을 모든 것의 중심에 둔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자유학기제 이전까지 우리나라 학교의 모습은 그렇질 못했잖아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김후배 전 제주교육과학연구원 원장(64)은 자유학기제의 핵심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들이 교육의 중심이라는 것. 참 평범하고 가까워 보이는 이 한 마디에 다다르기 위해 하지만 김 전 원장은 깊고 거센 강물을 버티며 건너야 했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42곳을 처음 선정할 때 저는 제주의 모 중학교 교장이었습니다. 제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 연구학교 신청을 요청했더니 찬반 투표를 하자고 하더군요. 결과는 33명 교사 중에 32명이 반대였어요. 저 빼고는 모두 반대였죠. 선생님들은 의기양양하게 신청 포기를 요구했습니다.(웃음)”

하지만 김후배 교장의 사전에 ‘포기’란 단어는 없었다. 반대하는 교사들에게 학생들한테도 찬반 투표로 의견을 물어보자고 제안했다. 공정성을 위해 담임이 직접 투표를 진행하되 교장에게 1시간만 설명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1학년 6개 반 학생들을 모아놓고 자유학기제가 어떤 정책인지 설명을 했어요. ‘너희들이 중심에 서는 것’이라고 얘기해줬죠. 교사의 역할은 지시가 아니라 너희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랬더니 학생들로부터는 연구학교 신청 100%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교사는 전원 반대, 학생은 전원 찬성이라는 묘한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제 찬반 투표는 학부모들로 향했다. 각 반 10명씩 담임 교사가 선정한 학부모 총 60명에게 의견을 물어 56명으로부터 찬성 의견을 받았다. 김후배 교장의 ‘1시간 마법’이 학부모들에게도 통한 것.

 

“반대한 네 분의 부모님들은 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들의 부모님이었어요. 자유학기제를 하면 시험이 없어서 공부를 안 할 거라는 걱정 때문에 반대표를 던지셨더군요. 그 분들을 학교로 모셔서 자유학기제를 한다고 해서 평가가 없는 게 아니라고 잘 설명을 드렸어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적합한 평가가 진행되니 훨씬 진일보된 평가가 될 거라고요.”

학부모 60명으로부터 전원 찬성 의견을 받은 뒤 교사들을 대상으로 다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첫 투표와 반대인 32명 찬성에 1명 반대. 반대한 한 명의 교사도 진정한 의미의 반대는 아니었다. 따르긴 하겠지만 너무 어렵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던진 ‘우려’의 한 표였다. 김 교장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며 교사들을 다독였다.

연구학교 첫 해, 학교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동아리를 만들고 각종 현장 체험 활동에 나섰다. 진정한 배움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고생도 많았지만 자유학기제 실시 후 교사들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100%에 가깝게 나왔다. 놀라운 변화였다.

“학교라는 곳이 학생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물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난 교사 분들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힘들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죠. 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는 핵심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교장은 미술 전공자로 대학 시절 문화운동에 투신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작은 밑천으로 제주에서 소극장을 직접 운영하며 여러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사범대 출신이었지만 교직엔 별로 뜻이 없었다. 대학에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었고, 당시 김후배 학생은 10년 동안 대학을 다니며 신념에 충실했다. 그러다 발령이 덜컥 났고 3년만 해보자 했던 교직 생활이 정년으로까지 이어졌다.

“제가 대학시절 학생운동과 문화운동을 하면서 사물놀이도 배우고 마당극도 배우면서 참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주전자 물 뜨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지요. 그런데 그 시절 했던 수많은 경험들이 학교에서 학생들, 교사들과 어울릴 때 참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마당극, 사물놀이, 연날리기 등등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많이 즐거워했고, 저 또한 교사로서 보람과 재미를 느꼈어요. 교장이라는 관리자가 된 뒤에는 다양한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젊은 시절에 했던 여러 경험들이 큰 밑천이 됐어요.”

학생들이 저마다 꿈과 끼를 찾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유학기제가 눈물 나리만큼 반가웠던 이유도 본인의 이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유학기제에 대한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돌아다니다 보면 자유학기제가 학력 향상에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요. 그런데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학력이란 무엇입니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학력인가요? 지식을 많이 주입해서 점수를 높이고 좋은 대학을 가는 게 학력 신장인가요? 그런 교육의 끝이 무엇인지, 부작용이 얼마나 심한지 우리 모두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오로지 학생을 중심에 놓고 보면 많은 문제들의 해답이 선명해집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서도 자유학기제의 안착은 매우 중요하다고 김 전 원장은 강조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면 중학교 때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고교학점제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들 하세요. 중학교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고교학점제를 만나야만 의미가 있을 테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요.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자유학기제의 성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