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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0] “인문학 공부야말로 ‘소확행’입니다”


춘천시 춘천중학교 인문학동아리 ‘템페라티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한 사람과 만나는 것이고, 백 권을 읽으면 백 사람을 만난다고 할 수 있죠. 인문학 공부야말로 학생들에게 제한된 환경 속에서 소소한 비용으로 확실한 행복을 찾게 해주는 그야말로 ‘소확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트리는 지난 3월 23일 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오후, 강원도 춘천시 공지로에 위치한 춘천중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남학교인 춘천중학교는 한때 지역명문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기피학교로 여겨지기도 했다.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학교 환경을 재정비하고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학생들을 다독여 각종 토론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과를 올리면서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춘천중학교가 다시 예전의 위상을 되찾아가는 중심에는 인문학 동아리‘템페라티오’가 있다.

신현명 교감은 “지난해 개최한 작가 초청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깜짝 놀랐다. 인문학 교육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진로모색까지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도 우리 학교는 도서부를 중심으로 인문학 수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템페라티오’는 2013년부터 교내 자율동아리로 활동해 왔다. 도서 대출과 도서관 정리뿐 아니라 독서 토론, 글쓰기 대회 등 다양한 인문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인문학을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며 자유주제 탐구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확인해보는 기쁨과 지적 성취감을 추구하고자 한다.

지난해부터는 보다 심도 깊은 활동을 위해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학기에는 한림대학교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2학기엔 인문학 콘서트, 청소년 독서아카데미, 인문학 캠프 등 지역 및 도교육청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일상적인 동아리 활동은 매주 토요일 인근 교육문화관 동아리실에 모여서 진행한다. 독서토론과 주제탐구를 통해 인문학이 책으로만 접하는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점을 체험으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여름방학엔 교내 토론 캠프를 개최해 주제탐구 방법, 토론 활동 등을 깊이 있게 경험한다.

독서토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생각이 다른 친구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토론캠프에서는 주제접근 방법이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논리적 사고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 지난해 9월10일 강원도교육청이 개최한 ‘2017 강원중학생 인문학 독서토론캠프’에서는 강원지역 중학교 독서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함으로써 서로를 알아가고 폭넓은 사고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6,7월과 10월 교내 도서관에서 개최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 역시 학생들의 호응이 컸다. 시인, 소설가 등을 초청해 작품 구상 방법, 창작 활동의 애로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실제 시와 소설 창작활동까지 도전해 보기도 했다. 또 여름방학 중에는 서울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 한옥도서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등을 방문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생활 속 인문학을 느껴보기도 했다.

 

5년간 인문학 동아리를 담당했던 최지숙 교사(국어교과 현재 강원체육중 근무)는 “인문학은 결국 ‘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또 생각의 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모든 것”이라며 “아이들이 유적을 답사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영상을 만들고 팀별로 소통하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삶을 재구성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사는 “단순히 책만 많이 읽어서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인문학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기도 한다”고 말하며 “서로 간의 활발한 토론과 연구가 이뤄지도록 학년별 소모임을 만들고 선후배간에 수평적 의견교환 모델을 만드는 등 자기주도적 활동이 되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시험기간이나 학원시간 등의 문제로 매주 토요일 모임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 또 다양한 활동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는 성과가 있었지만 개인별 주제탐구 활동은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과제라 여전히 어려워했다.

지난해 실시한 프로그램 중 아이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는 한림대학교와 함께 진행한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중 ‘봄내 방방곡곡’을 꼽을 수 있다. 2, 3학년 도서부 학생 30명이 1학기 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5~7교시까지 참가했다.

‘봄내 방방곡곡’은 춘천 지역 곳곳을 탐방하는 활동으로 △1주차 춘천의 문화유적 강의와 홍보동영상 수행계획서 작성 및 역할 분담, △2주차 장절공 신숭겸장군묘역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답사, △3주차 춘천향교, 위봉문, 소양정, 소양1교 등 소양강 인근 문화유적지 답사, △4주차 선사시대 교동혈거유적지 답사/유물 관찰 후 보고서 작성하기/우리 고장 발굴 이야기, △5주차 춘천 문화유적 홍보 동영상 만들기, △6주차 전통제본으로 춘천 문화유적지도 만들기를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독서가 책읽기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를 제공했다. 학교 차원에서 제공하기 힘든 깊이 있는 체험 활동을 할 수 있어 교사와 학생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3학년 권 훤 군은 “수업을 통해 춘천의 순우리말인 ‘봄내’가 ‘봄이 빨리 오는 내’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살고 있지만 춘천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제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춘천이 어떤 곳인지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박물관도 가보고 유물 탐방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이다음에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더라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중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송재희 한림대박물관 교육사는 “2014년부터 시행 중인 ‘봄내 방방곡곡’은 춘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인문학 수업이다. 춘천은 서울과 가까워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지역에 사는 우리가 지역문화를 아는 것은 개인의 자존감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마트기기로 유물카드 등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역사의식이 함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쓴이] 정선영 객원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