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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9] “축구공 차며 스트레스 발산…사춘기도 문제없어요”


서울 숙명여자중학교 ‘숙명FC 축구반’

“시합이 다가오면 아침 7시30분부터 45분 동안 매일 훈련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학원 다니느라 수면시간이 부족하잖아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알람을 2개씩 맞춰 놓고 스스로 일어나서 학교에 나와요. 부모님들도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시고 무척 대견해하십니다.”

꿈트리는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숙명여자중학교 숙명FC 축구반을 방문했다. 학교스포츠교실 숙명FC 축구반을 지도하는 유영상 교사(체육교과 담당)는 건강하고 적극적인 숙명여중 축구부의 일상을 소개했다.

학교스포츠클럽 숙명FC 축구반은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자기주도형 축구 동아리다. 동아리가 생긴 첫 해인 2014년엔 골대조차 없어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매년 서울시교육감배·강남서초교육장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여중축구리그에 참가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18년에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주관 흡연예방 캠페인에도 참가해 인성교육과 봉사를 실천하는 우수 학교스포츠클럽으로 공인됐다. 지난해 11월28일에는 5년간의 꾸준한 활동에 대한 결실로 교육부 학교체육대상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단체 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숙명FC 축구반은 연습시간 확보를 위해 학기 초에 선발동아리로 회원을 모집한다. (선발동아리에 뽑히면 다른 동아리 활동을 겸할 수 없다.) 신입회원 선발은 3학년 주도로 이뤄진다. 조를 나눠 교실홍보와 벽보 유인물을 배포하고, 개별면접을 통해 학업생활을 성실하게 병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 후 협의를 거쳐 동아리 회원을 선발한다.

숙명FC는 매년 10명 내외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초엔 1학년 9명, 2학년 6명, 3학년 10명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최소 1년 동안은 도중하차 없이 계속 활동해야 하지만 유학 등을 이유로 3명이 빠졌다.

훈련 일정은 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정한다. 평일 오전에 0교시(7:30~8:15)에 45분간, 점심시간엔 식사를 마친 후 25분간 연습한다. 멘토링 하듯 선후배가 짝을 이뤄 하는 기능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5~6교시 동아리 시간에는 킥 차기와 공 다루기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축구 방과후 수업과 연계해 기능과 전술을 학습한다.

1학년 땐 시합이 있으면 경기에 나가기보다 주로 자리를 지키고 관전한다. 훈련 역시 기초체력 운동 위주다. 2학년부터는 여러 포지션을 경험해보고 공격수, 수비수 등 포지션별 훈련을 시작한다. 3학년이 되면 각자 포지션이 정해지고 시합이 있으면 무조건 경기에 뛰어야 한다.

*‘오프사이드(offside)’가 뭔지, *‘패널티 킥(penalty kick)’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은 생소한 축구경기 규칙에 대해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하거나 오빠나 남동생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규칙을 제대로 알고 경기를 관전하면 그만큼 실력이 늘게 되고 축구가 더 재밌어진다. 아는 만큼 시합 때가 되면 서로 말이 많아지는데 그만큼 소통하려는 의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 잠도 부족하고 체력도 약한 편이죠.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고 발목을 접지르기도 하는데 20m거리를 왕복으로 달리는 셔틀런을 하고 나면 하체가 튼튼해지고 체력이 좋아져서 이틀 밤도 거뜬히 셀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유 교사는 축구를 통해 학생들의 체력 향상은 물론 성격도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올 때는 내성적이거나 조용했던 아이들이 함께 운동하고 몸을 부딪치면서 관계가 끈끈해진다. 운동을 하게 되면 말이 아닌 몸으로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되고 성격도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바뀐다는 설명이다.

100시간 훈련에 1번 빠질 정도로 열심이라 차기 주장으로 꼽히는 2학년 김민지 양은 “소극적이었던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3학년 이주희 양은 “3학년이 되면 시합에 나가게 되는데 한 대회마다 시합이 5번 정도면 두 달간 매주 시합이 있어서 한 학기가 거의 다 지나갈 정도”라고 말했다. 친구가 없어 교실에서 혼자 겉돌던 한 학생은 “매일 1시간씩 축구 연습하면서 후배들로부터 인정받게 되자 교실에서도 주변에 친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기뻐했다.

유니폼 디자인 선택도 동아리 학생들이 직접 한다. 숙명FC 유니폼을 입고 아침훈련을 하거나 금연캠페인을 벌이면 다른 아이들로부터 부러움의 눈길을 온몸으로 받는다. 저절로 소속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애교심과 리더십도 커진다. 한 예로 축구부 3학년 10명 중 8명이 학급임원에 출마해 7명이 당선되기도 했다. 현재 축구반에는 체육교사를 꿈꾸거나 대학입시에서 체육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4명이나 있다.

외동딸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심심찮게 학교를 찾는 아버지 팬들도 있다. 열혈 아버지팬은 딸이 운동장에서 파이팅 하는 모습을 놀라워하면서 ‘딸한테 축구화를 사주게 될 줄 몰랐다’면서 시합 때마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응원을 오기도 한다.

운동을 한다고 해서 학업을 소홀히 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시합을 핑계로 수업을 빠지는 일도 없다. 시험 일주일 전에는 연습을 중단하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축구부원들의 학업과 성적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유 교사는 “학생들이 성적을 유지하면서 운동도 하니까 몸도 건강해지고 부모님과 대화도 늘어나 사춘기를 무사히 잘 넘긴다”고 강조했다.

유 교사는 “담임교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아침운동을 같이 하니까 아이들과 친밀도가 높아져 때론 고민 상담도 하게 된다. 사제간의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되 힘들어하는 점은 받아주면서 격의 없이 지내려 한다. 아이들이 믿고 따라줄 때, 졸업식 날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올 때 보람 느낀다”고 말했다.

*오프사이드(offside, 문화어: 공격을 어김): 축구에서 나오는 공격자 반칙 중 하나다. 공격자가 공격 진영에서 동료 선수에게 공을 패스할 때, 상대편 최후방에 있는 (골키퍼가 아닌) 마지막 수비수보다 상대편 골라인에 가까이 있던 공격수가 공을 받게 되면 오프사이드 반칙이 된다.

*페널티 킥(penalty kick; 문화어: 11미터 벌차기): 축구에서 페널티 지역 안에서 수비 측이 직접 프리킥에 해당하는 반칙을 했을 때 공격 측이 얻는 킥이다. 골대 가운데 지점에서 11미터(12야드) 떨어진 지정된 곳(페널티 마크)에 공을 놓고 찬다. 줄여서 PK라고도 한다.

[글쓴이] 정선영 객원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