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Vol.36] “지방소멸 심각…마을교사·마을학교가 대안 아닐까요”


충남 논산마을교육공동체

 

“지금까지 교육자치는 지방 학교의 폐교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는 마을이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각각 노력해왔지만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행복교육지구사업을 통해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함께 손잡고 마을을 살리는 데 힘을 모으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충남 논산마을교육공동체는 2017년 3월 22일 논산시와 충남도교육청이‘충남 행복교육지구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공식 출범했다. 꿈트리는 9월 28일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 위치한 놀뫼종합체험학습장(舊 동산초교)에서 논산마을교육공동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원효 양촌초 교사를 만났다.

“제가 2016년에 논산의 혁신학교인 성덕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관련된 활동을 하다가 2017년에 학습연구년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연구주제가 ‘충남 행복교육지구 활성화 방안 연구’였는데 경기도의 혁신교육지구처럼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었죠. 직접 교육지원청에 가서 담당 장학사와 함께 사업 계획도 짜고 사업진행도 해보면서 마을교육공동체를 연구했고, 올해 이곳에 와서 논산마을교육공동체 업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논산 행복교육지구 사업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마을의 다양한 물적·인적 자원이 학교 교육과정과 만나 수업을 풍성하게 하는 마을교육과정, 하교 후 부모님이 일터에서 돌아올 때까지 집에 홀로 남겨져 TV나 휴대폰 게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학교, 그리고 지역사회 교육 문제에 관해 관련 기관들이 수시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민관학 거버넌스 구축이다.

 

마을교육과정은 학교 수업시간에 이뤄지는 교육활동에 마을 강사가 함께 들어가서 교사와 협력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38개 초등학교 중에서 36개 학교, 학급 수로는 160개 학급이 참여하고 있다. 각자 특기와 재능이 있는 논산시민들이 마을 강사가 돼서 수업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목공, 공예, 바느질, 승마, 코딩, 요리, 도예, 연극, 영화 만들기, 마을알기 등 다양하다. 예를 들면 바느질을 못하는 초등 6학년 담임교사가 실과수업을 할 때 바느질 강사를 초빙해서 협력수업을 하는 형태다.

마을교육과정이 진행되는 과정은 매년 2월에 열리는 마을교육과정 박람회에서 시작된다. 마을강사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소개하는 부스를 열면 교사들이 함께 수업하길 원하는 마을강사와 함께 수업과정을 재구성한 후 3월 중 교육지원청에 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교육지원청은 계획서를 검토한 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선정, 통보한다. 올해는 신청건수 200개 중 160여개가 선정됐고, 한 학급당 연간 80만 원 이하의 예산이 지원된다.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신청과정에서 필요한 제반 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이 처리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계획서만 제출하면 된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마을교육과정은 학교 만족도가 높은 편이며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점점 늘고 있다.

 

마을학교는 주로 인구감소 현상이 심각한 면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논산에는 양촌면, 연산면, 상월면, 은진면, 반월 화지시장 등 5개의 마을학교가 있다. 부모가 생업에 바쁘고 학원조차 없는 지역이라 방과 후에 갈 곳 없는 학생들이 집안에만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돌봄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정책이다.

“논산시의 인구는 해마다 0.3%씩 줄고 있는데 학생 수는 그보다 10배는 더 빠른 속도로 줄고 있습니다. 논산시에 있는 33개 초등학교 중 16개 학교가 학생 수 60명 이하로 절반 가까이 교육부 통폐합 대상 학교입니다. 특히 면 지역 학생 수는 굉장히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마을학교 사업을 펼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심각한 지방소멸 현상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방과 후에도 아이들이 안정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마을학교라는 공간이 있으면 마을소멸, 지방소멸을 막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놀뫼종합체험학습장 2층에 위치한 양촌면 마을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교육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소모임이나 교육을 받는 등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야말로 양촌면의 아이들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모인 플랫폼인 셈이다. 연산면 마을학교의 경우 5명의 운영위원 중 지역아동센터 2곳의 센터장이 운영위원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비슷한 성격의 지역아동센터와 마을학교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상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을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이뤄지면서 이들은 공동으로 마을축제를 기획하기도 한다. 매년 10~11월 중 읍면단위로 열리는 마을축제는 학교연합형, 마을학교주도형 2가지 형태로 나뉘어 진행된다.

2년째 접어든 논산 행복교육지구 사업의 중심에는 관과 민의 중간지원조직인 사회적협동조합 벌개(이사장 김시환)가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벌개는 2016년 사회적경제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 있는 10여명의 시민들이 논산시청 평생교육과의‘찾아가는 마을배움터’사업에 참여하면서 논산지역에도 마을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끼며 시작됐다. 2017년 2월, 30여명의 조합원이 논산 마을교육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을 창립했고 충남 행복교육지구사업과 함께 하면서 시너지 된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교육지원청이나 시청이 직접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비해 논산의 차별점은 관과 민의 중간지원조직인 사회적협동조합 벌개가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시작할 때 가장 시급했던 문제가 인식개선인데 관이 주도하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과정을 중간조직인 벌개가 더 알기 쉽고 편하게 시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개선을 교육지원청에서 맡아서 했다면 일반 시민들의 인식개선은 협동조합 벌개와 시청이 나서서 마을교사 대학이나 마을교육아카데미 강좌를 열어서 해왔다는 설명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장점 중 또 하나는 교육청이나 시청의 이 사업 담당자가 바뀌더라고 협동조합은 계속 그 자리에 있으므로 해가 갈수록 축적된 역량으로 민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더 잘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저희는 마을학교 활동가들에게 사업비 외에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따로 생업이 있는 활동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격려하기 위해섭니다. 마을학교가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10~30명의 학생들이 수시로 와서 돌봄을 받고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5개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15개 지역에 하나씩 만들어서 각 지역의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합니다.”

논산시는 2016년부터 황명선 시장 주도로‘따뜻한 행복공동체 동고동락(同苦同樂)’이라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예산 중심의 수혜적 복지가 아닌 관계 중심의 공동체 복지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복지공동체 모델인 ‘따뜻한 행복공동체 동고동락’ 운영에 따른 시범경로당 19개소를 선정하고 ▲독거노인 공동생활제 ▲마을로 찾아가는 한글학교 ▲마을주민 건강증진센터(보건소)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사업을 펼쳐 ‘제13회 대한민국 지방자치경영대전’ 시상식에서 복지서비스분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고동락(同苦同樂)사업이 지금은 어르신 위주의 서비스가 대부분이지만 ‘3세대가 다함께 어우러져서 행복하고 즐겁게 잘사는 주민자치를 이뤄내자’는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점차 젊은 세대에게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논산의 아이들이 외지로 나가지 않거나, 언젠가는 되돌아와서 정착하고 애정을 쌓아간다면 조금이나마 우리 마을교육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관학 거버넌스: 과거의 일방적인 정부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식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