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Vol.37] “주민 스스로 해나가요. 천천히, 자연스럽게”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마을교육공동체 ‘와룡배움터’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1351-8번지. 아파트와 빌라촌 한가운데 ‘꿈터공원’에는 오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꿈이 자라는’ 와룡배움터가 무럭 무럭 자라고 있었다. 꿈트리는 지난 11월 2일 이곳을 찾았다.

“나로부터 시작하여 함께 살아가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더 신나고 재밌게 더불어 살아가겠습니다.” 와룡배움터는 동네에서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마을교육공동체다. 지난 10월 31일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 열린사회시민연합이 주최한 2018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주민조직 분야’ 우수사례로 꼽혀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주관 ‘국민통합 우수사례’ 공개모집 평가에서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와룡배움터와 함께하는 ‘우렁이 밥상’은 2015년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전국 우수 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전국 최우수상을 세 번이나 받은 ‘와룡배움터’에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와룡배움터는 2004년에 만든 ‘성서학부모회’가 모태다. 대구 성서지역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고민하고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2005년에 엄마들이 의기투합해 공간을 마련한 것이 지금의 와룡배움터다.

“엄마들이 천천히 만들었어요. 그냥 재밌게 품앗이 활동을 하다가 공동체로 이어지고 도서관도 만들고 생협도 만들게 됐죠. 자연스럽게.”

조은정 와룡배움터 대표는 별것아닌것처럼 겸손했다. “저희는 목적성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가치를 따라 편하게 한 일이라서 광고할만한 일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밖에 나가 보니까 우리 저력이 무시할만한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13년 전, 와룡배움터가 문을 열었을 때, 마을에 소외되고 교육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들이 품앗이 교육으로 방과후 학교를 시작했다. 아이들 보육이 중심이었다.

2013년부터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가 생기면서, 와룡배움터를 찾는 아이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와룡배움터를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와룡배움터가 10주년이 지난 2016년, 마을교육공동체로 새롭게 출발했다. 마을의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소통하며 스스로가 가진 삶의 재능과 능력을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만 교육해서 될 게 아니라, 부모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부모교실을 열어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를 공유했어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만들었죠.”

마을교육공동체로 전환하면서, 대구시 달서구의 평생학습 지원도 받았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메이커 운동’이 기반이 됐다. ‘온삶 마을 메이커 교실’ ‘어린이 메이커 교실’ ‘학부모 메이커 교실’ ‘인생이모작 메이커 교실’ ‘중장년 건강 메이커 교실’이 이어졌다.

 

특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스스로 마을 메이커 학교’ ‘부모님과 함께하는 청소년진로탐색캠프’도 열었다. 청소년진로탐색캠프는 제과제빵교실, 청소년 놀이 교실, 바느질 교실, 지우개공예교실, 폰영상편집교실, 파자마놀이일박캠프 등이 열렸다.

왜 메이커에 집중하는지 질문에 와룡배움터 PD를 맡고 있는 김종수 코디네이터는 “메이커 운동은 모든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며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 가운데 하나다. 마을교육공동체, 로컬리티 개념이 디자인씽킹 능력이 되고 컴퓨팅 사고 능력, 메이커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와룡배움터의 저력은 ‘주민’이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배우고 소통하며 스스로 확장되는 것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교육을 받은 엄마들이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것이다. “주민 스스로가 해나가는 것에 가치를 둬요. 주민들과 탄탄하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조직.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요. 지속성과 자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와룡배움터의 지킴이 조은정 대표, 홍성조·양하수 씨는 한목소리로 “선생이 주도하기보다는 지역 주민이 주체로 이끌어 가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강사도 마을 주민들이 맡고 있다. 학부모교실도 지역 주민들이 얘기를 들려준다. 아이들이 배우고, 그 아이들이 또 강사가 되고. 궁극적으로 그런 마을을 꿈꾼다.

와룡배움터는 늘 공부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게 힘입니다. 가치와 철학을 세우는 힘이 학습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홍성조) “자기 성장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요.”(양하수)

와룡배움터는 마을기업인 ‘우렁이 밥상’ ‘동네책방’과 함께 한다. 우렁이 밥상은 교육에서 먹을거리로 관심이 옮겨 가면서 2013년에 만들었다. 건강한 먹거리 운동과 로컬 푸드 판매 역할을 한다. 1,750명의 회원이 있다. 2015년에 문을 연 동네책방은 와룡배움터와 같은 공간을 쓴다. 마을의 출판, 기록, 삶의 가치를 담는다.

와룡배움터는 계속 진화 중이다. “해왔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기 보다는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늘 새로운 시도를 해왔어요.”(조은정)

내년에도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다. ‘퍼머컬쳐’(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운동, 삶의 방식)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을 만들어 간다. 내년에는 와룡배움터의 마을교육공동체, 마을공동체, 마을기업 세 바퀴를 움직여서 가칭 ‘마을도시 삶 재생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동네책방에선 <옥천신문>처럼 주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언론, 동네신문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와룡배움터 주변 초중고 학교에 와룡배움터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도 제안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마을을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을 수업을 같이 해보고 아이들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학교 밖 학교’가 필요합니다.”(조은정)

[글쓴이] 김봉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