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Vol.38] “교육도시의 명성, 교육공동체로 되찾아야죠”


경남 진주교육공동체 ‘결’

 

“진주시가 한때 교육도시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같은 자긍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부 사립 인문계고교의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는 것 외에는 진주교육을 보여줄 만한 인프라도, 콘텐츠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 젊은 학부모를 중심으로 새로운 진주교육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나가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들은 입시에만 매몰된 진주교육 풍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정치색과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지역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인구 35만, 서부경남의 중심지 진주시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9월 경남교육청 행복교육지구 지정을 계기로 100여명의 시민들이 힘을 모아 진주교육공동체‘결’을 결성한 것. 꿈트리는 11월 22일 경남 진주시 수곡면에 위치한 수곡초등학교에서 정헌민 진주교육공동체 ‘결’ 집행위원장(수곡초 교사)을 만났다.

“행복학교(경남형 혁신학교)인 수곡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지역 교육 풍토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던 중 지난 1월 경남교육청 행복교육지구연구회 공모에 임하게 됐고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부하며 진주 교육의 변화를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도모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행복교육지구연구회는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함께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4번의 관련 강연회를 개최했다. 공부로만 그쳐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지역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화두를 던져보자’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그 결과 5월 25일 경남과기대에서 ‘진주교육, 나도 할 말 있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진주교육 이그나이트’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사, 활동가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 동안 느껴왔던 진주교육의 현실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과 의견을 쏟아낸 열띤 토론의 장이었다. 특히 발표자로 나선 고교생 임수종 군은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수십 년째 변화 없는 교육을 받고 있다. 나는 이런 교육을 받고 싶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연구회는 진주교육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현실화하고자 진주시의 경남 행복교육지구 지정에 힘을 모았다. 교육이슈에 적극적인 조규일 신임 진주시장과 시의원들과의 다각도의 접촉을 통해 공론화를 이끌었고 그 결과 진주시와 경남도교육청은 8월 행복교육지구 협약을 체결했다. 연구회는 지자체와 교육청을 향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지난 9월 진주교육공동체 ‘결’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9월 17일 설립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고 배경환 진양고 교장(교원 대표), 성애진(학부모 대표), 박혜정(지역 대표)씨 등 3명의 공동대표와 9명의 운영위원, 9명의 집행위원을 선출했다. 100여명의 구성원이 모여 진주교육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12월 20일 ‘진주교육 원탁토론’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제 막 조직을 꾸려나가는 단계지만 ‘결’은 진주시 안에서는 물론 경남 내 다른 지역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희보다 2~3년 앞서 행복교육지구를 시작한 다른 시에서도 담당 장학사가 저희 결의 움직임을 보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청이나 관 주도의 사업으로 접근할 때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인식한 거죠.”

정 교사는 “관 주도의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아닌 학부모와 시민 중심의 교육주체들이 제대로 된 동력을 만들어 내 궁극적으로 교육자치나 주민자치까지 연결될 수 있는 진정한 교육공동체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총 6억 원이 투입되는 진주시의 행복교육지구사업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결’은 행복교육지구사업의 지속가능한 성공을 위해 우선적으로 활동가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학교 정규과정이 끝난 아이들을 마을에서 돌보아야 하며, 마을과 아이들의 교육적 관계를 맺는 데에는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시에는 지역아동센터 외에는 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이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작은 도서관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운영하며 연결돼 있지 못하다 보니 모두 일회성으로 그치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도서관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파악해 흐름과 맥락을 가지고 공동의 과정을 만드는 등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결’이 해볼까 합니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에는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이 같은 관심은 지난 4월 진주시 충무공동에 소재하는 학교의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운영을 시작한 학교 협력형 마을학교 ‘소문날 마을학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문날 마을학교’는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실시한 마을학교 공모설명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마을학교를 추진해 결성됐다. ‘결’은 앞으로 ‘소문날 마을학교’와의 결합을 통해 교육공동체로서 마을의 변화를 함께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지역 청소년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도 다각도로 찾고 있다. ‘결’은 12월 20일 개최할 원탁토론에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진주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도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청소년 자치조직의 기반도 무척 약합니다. YMCA가 그나마 유일한 청소년 활동공간이었지만 이마저도 몇 년 전부터 위축됐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학교측에 협조를 요청해봤지만 상당히 높은 벽을 느꼈습니다. 교육의 당당한 주체로서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라도 중고교 교사들에게 마을교육공동체의 취지에 대해 알리고 학생들의 참여도 이끌어내서 학생자치조직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질문에 정 교사는 교육에 관심 없는 지자체는 미래가 없음을 강조하며 진주시가 교육과 복지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행정동 개편을 추진하면서 곳곳에 비어 있는 주민센터들을 청소년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다.

“진주시의 지역적 특색을 보면 동창회 문화가 발달돼 있습니다. 일부 지연이나 학연 중심의 문화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건강한 공동체 발달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교육 받으면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진주로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