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Vol.40] “내서 마을학교는 성공보다 성장을 꿈꿉니다”


경남 창원시 내서마을교육공동체

 

2014년 말, 경남에서는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급기야 2015년 4월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됐고 지역 학부모들 사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내 아이 급식도 못 먹이느냐’며 분노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주민소환운동은 실패로 끝났지만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동안 지역 문제에 무관심했던 학부모들의 관심이 환기되었다.

이후 더 많은 주민들이 모여서 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화 된 학부모모임이 결성됐다. 지역의 학부모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우리 교육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의 취지로 출발했다. 내서마을교육공동체는 이런 흐름 속에서 태동했다.

꿈트리는 1월 2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의 한 카페에서 이민주 내서마을학교 교장(대표)을 만났다. 이 대표는 1990년대 후반 택지지구로 개발된 내서읍의 지역적 특색과 함께 지난 3년간의 내서마을교육공동체의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정구역상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은 산업입지 측면에서 보면 도농복합 형태의 지역입니다. 20년 전부터 도시계획화가 진행되면서 농지 위주의 내서읍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고 고속도로가 지나가게 되면서 인구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현재 6만9000여 명 정도 되는 내서읍의 인구 분포를 보면 초중고교 학생들이 1만 여명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통합 전 구 마산시의 전체 초중고교 학생 수가 4만 명이었는데 이 중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죠.”

내서읍에는 초등학교 8곳, 중학교 4곳, 고교 2곳과 사립 특성화대학인 마산대학교가 있다. 8개 초등학교 중에는 전교생 100명 미만의 작은 학교도 있고 1400명 규모의 과밀학교도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중 일부는 마산합포구에 있는 고등학교나 함안, 밀양 등 경남 외곽 지역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을 안에서 초중고교 시절을 보낸다.

“20년 전 외지에서 들어와 내서읍에 정착한 사람들은 전원도시의 느낌이 나는 이곳을 마치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당시 자발적으로 생겨난 주민조직인 ‘푸른내서주민회’가 지난해 말 20주년을 맞았으니 내서지역 주민운동의 역사도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더불어 사는 지역주민공동체’를 신조로 하는 ‘푸른내서주민회’는 초기엔 8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회원 수가 400여 명에 이른다. 이후 2000년대 중반 시작된‘작은도서관운동’과 소비자 협동조합 아이쿱 생협 등 다양한 주민자치회에 소속된 사람들은 이후 내서마을학교의 활동가로 이어지게 됐다.

경남지역 최초인 내서마을학교의 공식적인 출범은 2017년 5월 창원교육지원청의 공모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마을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학교급식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학부모들의 힘을 조직화해보자는 요구에 따라 2016년 초부터 진행돼왔다. 2월 ‘스웨덴 교육통’황선준 박사를 초청해 특강을 듣고 난 100여명의 주민들은 ‘먼 북유럽에서 답을 찾을 게 아니라 우리 안에 답이 있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우리끼리 의미 있는 수다를 떨어보자는 제안으로 ‘우리동네 교육이야기-엄마들의 수다’라는 제목으로‘월드카페식 토론회(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토론기법)’를 3차례나 개최했다.

“첫 번째 모임은 2016년 6월 ‘우리 동네 우리아이 이야기’를 주제로 그간 느꼈던 교육문제 등 자신들의 이야기 쏟아내는 시간이었어요. 내 아이를 안전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그리고 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내 아이의 친구, 그 주변의 아이들이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9월에 개최한 두 번째 모임에서는 ‘나와 아이가 행복한 삶터’를 주제로 4~5명씩 모둠을 나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1, 2차 모임을 하면서 내부적인 토론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졌다.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진 마을공동체 견학을 다녀왔다. 전북 완주 고산향마을공동체, 창원 태봉고(전국1호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광주광역시 북구 문산마을공동체, 경남 양산 이음카페 협동조합 등 다른 지역의 사례들을 직접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여러 차례 견학을 통해 마을이 마을배움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그해 12월 열린 세 번째 모임에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 됐다. 이때쯤 학부모이자 공교육 전문가인 교사 3명도 모임에 결합했다. 일부 구성원들의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공부를 해보자는 요청에 따라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책을 읽고 토론하는 연구모임을 이듬해인 2017년 3월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창원교육지원청의 제안으로 내서마을학교 사업을 하기로 하면서 안계초등학교를 협력학교로 지정해 5월부터 본격 출범했다.

“마을학교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공동체의 주체는 누가 돼야 될까’ 이런 논의가 있었습니다. 지역의 아이들이 주체가 돼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전에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었느냐, 있었지만 제대로 된 평가와 반성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주도하는 사업에 이미 판을 다 짜놓고 아이들을 그저 소비자로서 동원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진정한 주체가 돼서 스스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활동이 마을학교의 주사업이 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된 참여자를 초등 5~6학년, 중학생으로 설정하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5월에 ‘청소년들의 수다’를 개최했다.

 

“중학생과 초등 고학년을 나눠 반나절 동안 진행했는데 2시간은 몸놀이를 하고 40분간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동네에서 친구들과 주말이나 방과 후에 해보고 싶은 것, 배워보고 싶은 것 등 2가지 질문을 주고 포스트잇에 쓰라고 했더니 대뜸 아이들이 ‘이거 쓰면 뭐해요? 들어줄 것도 아니면서…’라고 되묻더군요. 그때 우리 어른들이 크게 반성했습니다. 거창한 이벤트를 하려고 하지 말고 오늘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한 것을 체험하도록 마음껏 지원과 배려를 해주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마을학교의 첫해 목표로 세웠습니다.”

2017년 첫 해의 마을학교 사업은 2가지 트랙으로 진행했다. 마을교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주말배움터와 ‘내서청소년덕후모임(내덕모)’으로 명명한 청소년 동아리활동이다. 주말배움터는 1기(9월)와 2기(10월)를 나눠 12개 프로그램을, 청소년 동아리는 댄스, 요리 등 13개 동아리가 신청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진행됐다. 청소년 동아리의 경우 12월초 성장나눔회를 통해 서로 활동했던 것들을 나누는 연합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2년차인 2018년에는 프로그램 구성에 변화를 기했다. 참가자 대다수가 주말배움터보다 동아리활동에서 만족감이 훨씬 크다는 의견을 반영해 주말배움터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고 청소년 동아리활동에 집중했다. 물론 첫해에 비해 전문성을 요하는 동아리는 요청할 경우 전문강사를 초청해 강좌를 열고 원하는 아이들은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동아리 활동도 햇수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진화하더라고요. 1년차 때는 자기들이 해보고 싶은 것 위주였다면, 2년차 때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회환원 활동이 생기더군요. 또 하나는 ‘잡채소녀’라는 동아리가 등장했다는 점이에요. 이 친구들은 이것저것 잡다한 활동을 다 해보고 싶다는 겁니다. 공연연습, 요리, 굿즈 만들기, 맛집 탐방, 그리고 시험기간에는 모여서 공부도 하겠다고 하더군요. 대부분 중 1~2년 소녀들로 가장 모임을 잘하는 팀이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됩니다.”

내서마을학교를 이끄는 운영진은 이 대표를 포함 8명, 마을교사는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마을교사 밴드에는 40여명이 등록해 나머지 20명도 언제든 마을교사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들은 모두 직장을 다니거나 따로 생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거의 매주 모일 정도로 열정이 크다. 정기회의는 2주에 1번 열리지만 현안이 있을 땐 수시로 만나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밤 12시를 넘기며 난상토론을 하기도 한다.

 

“마을교육공동체라고 하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 저희가 생각하는 내서마을학교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면 좋겠습니다. 내서마을학교는 성공 보다는 성장을 지원하는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성공’은 무조건 경쟁해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지만 ‘성장’은 이기고 지는 모든 과정에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것을 기준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아이들이 그렇게 되도록 배려하고 지원해주는 공동체가 되고자 합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