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교육공동체

[Vol.42] “무주의 아이답게 키우는 것이 인류 공헌의 길”


무주마을교육공동체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결국 인류의 문제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면 그들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서 국가나 인류의 문제도 해결해나가게 되지 않을까요. 제대로 된 글로벌 인재는 자신의 뿌리부터 잘 알고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무주의 아이를 무주의 아이답게 키우는 것이 결국 인류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봅니다.”-나승인 무주마을교육공동체 공동대표

꿈트리는 3월 20일 전북 무주군 무주읍 단천로에 위치한 무주교육지원청에서 무주마을교육공동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반징수 교육장과 나승인 대표를 만났다.

반 교육장은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던 교육이 지역, 즉 마을과 밀접해지는 시대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가 지역으로 나와야 하고 지역이 학교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중간 역할을 마을교육공동체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을교육공동체가 학교의 수업이나 문화를 바꿔온 혁신학교의 한계를 벗어나 또 다른 교육 패러다임을 이끄는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유산과 적상산, 구천동 계곡 등 사계절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무주군은 전북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아름다운 금강변의 여유로운 물살과 덕유산 산세가 어우러진 금강변마실길과 백두대간마실길은 무주 주민들이 자랑하는 트레킹 코스이다.

인구 2만5000명의 무주군에는 21개 학교(초등 10개, 중학교 6개, 고교 5개)가 있다. 나 대표는 지난 2월까지 무주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재직했다. 1985년 서울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던 나 대표는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의 아픔을 겪으며 이어온 34년 교직생활의 후반부인 16년을 연고가 없는 무주에 내려와 산골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나 대표는 “전교생 2000명에 가까운 서울의 학교에서 아등바등 지내다가 전교생이 43명뿐인 무주 적상중학교로 내려온 후부터 마치 절간에 온 것처럼 평화롭기 그지없는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전교생으로 구성된 풍물패를 만들어 공연 봉사활동을 하는 등 나 대표는 그야말로 산골 학교에서의 ‘소확행’을 느끼며 지낸 시간이었다. 그러던 그가 정년을 1년 앞둔 시점에 교직까지 접고 마을교육공동체의 대표로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16년 3월 반 교육장님께서 《마을교육공동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주시면서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하셨어요. 당시 무주에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잘 살펴보니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 오던 주말 공동육아나 여름방학 마을풍물캠프 같은 활동들을 모아보니 어느 정도 마을교육공동체의 모양이 잡히더군요.”

2017년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1박2일 마을탐사활동 등 마을교육공동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탐색해보는 실험적인 활동 위주로 진행했다. 2018년에는 전라북도교육청 ‘농어촌교육특구’예산을 신청하고 무주군의 대응 투자를 요청해 1억4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본격적인 활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나 대표는 “지난해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올해는 예산이 2억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학교나 주민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이 예산마저도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무주마을교육공동체는 두 가지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무주 아이들을‘고향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성장시키자’는 것과 마을이 갖고 있는 교육적인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서 학교와 연결해 ‘무주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주군에 대해서 잘 알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즐거운 추억을 쌓게 하고 유익하고 보람 있는 경험을 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지역의 아이들로 하여금 늘 고향을 생각하고 혹시라도 외지에 나가서 크게 성공한다면 고향에 돌아와서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키워주자는 것이죠. 또 교사가 잘 모르는 분야에 마을의 전문가를 마을교사로 모셔서 협업 수업을 하면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주마을교육공동체에서 활동하는 마을교사는 두 부류로 나뉜다. 기존 방과후 수업을 맡아 진행하던 ‘방과후 학교 마을교사’와 무주군 내의 다양한 마을에 대해서 가르쳐줄 수 있는 ‘향토사랑 마을교사’로 구분한다. ‘향토사랑 마을교사’는 지난해 느슨하게 활동을 시작했지만 올해는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마을교육의 최종 목표가 건강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무주시민회 회원들이 솔선수범해 마을교사로 활동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무주시민회는 지난 2016년 만들어진 시민들의 모임으로 현재 인원은 50여명에 이른다.

“우선 15명 정도 모집해 50시간에 달하는 연수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프로그램은 3일은 이론수업, 4일간은 무주군 전체를 샅샅이 훑는 답사여행을 통해 전문가의 해설도 듣고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마을에 얽힌 옛이야기도 들을 계획입니다.”

올해는 인근 중학교와 함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마을탐구활동이 들어갈 수 있는 진로탐색, 주제선택 등 자유학기제 활동영역에 향토사랑 마을교사를 연계해 마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관련 진로에 대한 멘토 역할까지 담당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무주중학교에서 국어교과를 담당했던 나 대표는 이미 마을교사와 함께 하는 협업수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국어수업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라는 고민 속에서 찾은 답이 ‘쓰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 그리고 ‘읽는 습관’을 갖게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읽고 쓰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국어교육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소설쓰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교사 혼자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소설쓰기 수업에 문예창작을 전공한 부부 마을교사에게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7년부터 2학년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소설쓰기 협업수업을 진행한 결과 아이들이 쓰는 소설의 수준이 부쩍 높아진 것은 물론 450쪽에 달하는 문집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자신감을 얻어 지난해에는 1학년(시집), 2학년(소설집), 3학년(수필집) 학년별로 쓰기수업을 진행해 문집까지 엮어냈다. 이같은 무주중학교의 마을교사 협업수업 사례는 지난 2월13일 전북도교육청 ‘학생저자 출간 기념행사’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학생도 여러 명 있었습니다. 아마 무주중학교 아이들은 소설쓰기를 통해 스스로 도전해보고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을 상당히 오랫동안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2년간 소설쓰기를 통해 이룬 놀라운 결과는 마을교사와의 협업수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협업수업이라면 자유학기제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나 대표는 아이들에게 이같은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는 제대로 교육 받은 마을교사나 충분한 예산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주마을교육공동체가 단기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저처럼 학교 안과 밖을 두루 잘 아는 사람이 마을과 학교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퇴직 교원들에게는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애로사항도 있다. 가까스로 사업비 예산은 확보했지만 전담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 대표는 “저야 퇴직 교사이니 봉사 차원에서 일할 수 있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장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따라줘야 일을 제대로 진행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주마을교육공동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까. 공동체의 비전에 대한 질문에 나 대표는 “그런 거창한 것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기대만큼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고민과 정교한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으로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만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핵심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우리만의 방식으로 찾아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