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역량

[Vol.27]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고 응용하는 역량


⑤ 4C

 

오늘 다룰 주제는 부모님들이나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배우고 습득한 것을 활용하는 영역, 바로 ‘4C’입니다.

4C는 Creativity(창의력),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ommunication(의사소통), Collaboration(협업)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정부나 기업들도 ‘고등학교나 대학의 학생들이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졸업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강한 모양입니다. 4C는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도출됐습니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구직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죠. 현실 직업 세계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조사를 한 것입니다.

앞서 1회에서 언급됐던 미국의 ‘P21’이라는 민관연합체는 그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21st Century Skills’라는 한 권의 책으로 2009년 펴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1세기 핵심역량’이라는 제목으로 2012년 번역돼 출간됐는데,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4C’입니다. 이후 우리나라 교육계 안팎에서도 지식의 주입에만 몰두하지 말고 ‘4C’를 키워야 한다는 흐름이 광범위하게 형성됐고, 이제는 거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분위기입니다. 많은 기사와 칼럼에서 창의력을 위시한 소통과 협업,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는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에 상당히 반영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시간에 미래 역량으로 ‘현대적 지식과 지식의 융합’을 강조했는데요, ‘4C’는 습득한 지식을 실천하는 영역, 즉 지식을 활용하고 응용하는 역량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4C는 지식 영역과 분리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임이 분명합니다.

그럼 4C 가운데 먼저 창의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창의력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힘’을 일컫습니다. 다국적기업 IBM이 2010년 60개국 1만5000여 명의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창의력’이 꼽혔습니다.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은 혁신적인 생각 없이는 나올 수 없겠죠. 이 혁신적인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생각을 독창적으로 해내는 이 힘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까요?

권위 있는 연구에 따르면 창의력은 ‘모방-변화-결합-변형-창조’의 과정을 거쳐 생겨난다고 합니다. 문학을 예로 들어볼까요? 좋아하는 시를 만나면 암기하고픈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 나의 생각과 경험을 반영해 시의 내용을 조금씩 바꿔보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시를 많이 만나고 변형의 과정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종국에는 독창적인 나만의 시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이처럼 창의력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의 연습과 훈련을 통해 조금씩 생성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 같습니다. 나만의 생각, 나만의 시각을 갖기 위해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부터 ‘새로운 관찰-새로운 해석-새로운 표현’의 과정을 무수히 거치다 보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죠. 결국 창의력 증진에는 교수법 등 교육의 여건과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1세기 핵심역량’의 저자들은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교수법으로 개방적인 문제기반 학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는 필답식 학습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더 샘솟는다는 것입니다. 유머러스한 사고와 놀이 또한 창의적 사고 증진에 효과적인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습니다. 이스라엘의 영재교육 전문가 헤츠키 아리엘리 글로벌 엑셀런스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주입식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학생은 호기심이 사라져 결코 창의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창의력이 스트레스, 행복감, 호기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이런 의견은 국내의 전문가들도 많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지심리학자인 아주대학교의 김경일 교수는 “창의성은 뭔가를 계속 붙들고 있다고 생기지 않는다”며 “오히려 포기하고, 빠져나와, 낯선 곳에서 머리를 식힐 때 생겨날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위대한 생각은 산책 중에, 여행 중에, 귀양 중에 더 많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다.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휴식과 행복감이 창의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인 고려대학교의 허태균 교수 역시 “세상이 변했다”며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열심히 하되 뭘 하는지 알아야 하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는 충전을 위해 놀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휴식과 즐거움,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비판적 사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는 ‘탁월한 비판적 사고를 위한 국가자문위원회’라는 게 있나 봅니다. 이 위원회는 비판적 사고에 대해 ‘신념이나 행위의 지침으로서 관찰, 경험, 반성, 추론, 의사소통 등을 통해 얻었거나 생성된 정보를 능동적이고 노련하게 개념화, 적용, 분석, 종합, 평가하는 지적으로 훈련된 프로세스’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어떤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는 능력’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전문지식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주장만이 옳고 바람직하다는 잘못된 계몽주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신,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바람직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온갖 기만과 착시 등이 판을 치는 사회는 결코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사회가 미신과, 기만, 도그마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하는 근본적인 장치가 바로 ‘비판적 사고’입니다.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때,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할 때 ‘비판적 사고’는 나와 공동체를 지키는 중요한 무기이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는 데에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등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질문과 대화법이 중요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견해입니다.

마지막으로 ‘의사소통’과 ‘협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일상에서 바로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식구끼리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가정은 결코 화목하기 어려울 겁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심화되면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완수해야 하는데 회사 구성원들끼리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일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렵겠죠. 나랏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으면 그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나의 의견을 강요나 과장 없이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표현의 방식은 말이나 글, 발표, 예술 등 다양합니다. 어떤 표현이든 개방적이고 생각을 촉발하는 표현이 좋은 표현이겠죠. 그런데 의사소통 능력은 협업을 통해 크게 신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업은 하나의 공동의 목표를 향해 여러 명의 개인이 힘을 합치는 행위입니다. 개인은 협업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사소통과 피드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최근 ‘모둠수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의사소통과 협업, 갈등관리 능력을 동시에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지혜로운 통찰이 가능해진다고 말합니다. 전문적인 표현으로는 ‘나의 메타인지를 타인으로부터 점검받는 과정’에서 역량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4C’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과 협업이 결코 개별적으로 동떨어진 역량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협업을 원활하게 하고, 개인은 협업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4개의 ‘C’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영향을 끼치고 있는 관계라는 것이죠. 더 나아가 4C는 앞서 살펴보았던 지식의 영역, 그리고 다음에 살펴볼 인성의 영역과도 유기적인 관계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지식, 실천(4C), 인성의 영역에서 주입식 입시 공부는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주입식 입시 공부와 창의력 증진이 반비례 관계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입니다. 더디 가더라도 ‘주입식 입시 공부’는 점차 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일 테니까요. 맞춤형 교육의 대표 정책인 ‘자유학기제’가 소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