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Vol.28] 경청과 존중, 미래 꼭 필요한 인성의 핵심


⑥인성

 

일본에서는 ‘이지메(집단 따돌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일본 문부과학성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일본 내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에서 발생한 이지메 건수는 32만 건을 넘었습니다. 1985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하는데요, 학생들의 생명이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이지메 건수도 약 400건이나 됐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따돌리고 괴롭히는 ‘이지메’ 때문에 등교를 거부하는 초중학생이 13만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지메’는 뿌리 깊은 일본 고유의 문화와 습속에 기인한 것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지메’와 비슷한 문제가 있죠. 바로 ‘왕따’입니다. 해마다 ‘왕따’ 등 학교폭력 문제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2011년 12월 일어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에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피해 학생이 유서에 적은 가해 학생들의 못되고 못난 행동은 온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죠.

사건 이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대책이 강구되고 실행에 옮겨졌죠. 그 중에서는 인성교육을 법제화 하자는 여론도 형성됐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너무 성적을 중시하고 인성을 등한시해서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인식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인성을 어떻게 법으로 강제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찮았습니다. 그렇게 갑론을박이 오가던 중 2014년 ‘세월호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선장이 수백 명 승객을 버리고 혼자 탈출하는 모습이 전파를 탄 뒤 정치권은 ‘인성교육진흥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윤리와 도덕의 부재를 타개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말이죠. 이렇게 세계 최초의 인성교육법이 우리나라에 생겼습니다.

사실 미래 역량을 논함에 있어 인성은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출중해도 인성이 올바르지 않으면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끼치니까요. 우리 사회 만연한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 참사들도 뿌리를 찾아 들어가 보면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이한 인식과 ‘나만 잘 살면 돼’라는 그릇된 마음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윤리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에서 보듯이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고 윤리를 등한시할 경우 회사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것이 현대의 경영환경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은 일각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교육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인성교육의 정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 및 덕목으로는 예절, 효도,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8가지가 제시됐습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가치(덕목)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8가지 가치(덕목)는 지난 2회에서 소개해 드린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6가지 핵심역량(지식정보처리, 창의적사고, 공동체, 의사소통, 심미적 감성, 자기관리)과도 연결이 됩니다. 공동체, 의사소통, 자기관리 등의 역량은 8가지 인성의 가치(덕목)가 잘 발현될 때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가지 핵심역량과 8가지 인성 가치(덕목) 사이에 뭔가 중첩되고 체계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 역량이라고 하는 것이 칼로 무 자르듯이 명확히 구분되고 각각의 독립된 작동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서구에서도 지식과 실천, 인성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기보다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인 관계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회복탄력성(resilience)’인데요, 학자들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연구해 봤더니 지난 시간에 살펴본 ‘4C’의 의사소통이 뛰어난 사람들과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결국 지식, 실천(4C), 인성 영역의 각 요소들이 명확히 구분되기보다 중첩되고 상호 연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OECD를 중심으로 미래 역량 체계를 도출하기 위한 국제 공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은 이미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아직 현재진행형이긴 합니다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로는 인성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크게 6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좀 전에 언급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비롯해 마음챙김(mindfulness), 호기심(curiosity), 용기(courage), 윤리성(ethics), 리더십(leadership)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호기심, 용기, 윤리성, 리더십 등은 익히 많이 알려진 것이니 지면 관계상 별도로 설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소 낯선 두 단어인 회복탄력성과 마음챙김에 대해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회복탄력성과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 중 한 명인 연세대학교 김주환 교수의 설명을 그대로 소개해 보겠습니다.(회복탄력성, 위즈덤하우스, 2011)

“회복탄력성은 심리학, 정신의학, 간호학, 교육학, 유아교육,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개념이며 극복력, 탄성, 탄력성, 회복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 탄성이 다르다.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거나 커다란 성취를 이뤄낸 개인이나 조직은 실패나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불행한 사건이나 역경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불행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세상일을 긍정적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이면 회복탄력성은 놀랍게 향상된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되튀어 오르는 비인지능력, 혹은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고무공과 유리공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고무공(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땅에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릅니다. 반면, 유리공(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은 땅에 떨어지면 산산이 부서져 버리겠죠. 김주환 교수는 안데르센, 조앤 롤링, 에이미 멀린스 등의 사례를 보여주며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애정 어린 관계 △기대가 높은 의사소통 △참여하고 몰두할 만한 의미 있는 기회 등 3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조건 없는 헌신적인 사랑, 경청과 존중의 건강한 인간관계를 경험한 이들은 회복탄력성이 대부분 높았다는 것입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건전한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줘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역경과 시련이 닥쳐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보다 딛고 일어나 극복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다음으로 마음챙김은 ‘순간 순간 펼쳐지는 경험들에서 성급한 판단 없이 현재의 목표에 완전히 집중하는 의식 상태’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 뿌리 깊게 이어 내려온 명상 수련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마음챙김과 명상이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명상과 달리 마음챙김은 식사, 걷기, 운전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연습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렇다네요.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마음챙김 훈련은 학생의 주의력, 집중력을 높이고 기억력, 자기수용, 자기관리 스킬, 자기이해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실제로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마음챙김 훈련은 확산되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미국 IT업계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입니다. 전쟁터 같은 창업 환경에 있다 보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지는 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마음챙김 훈련으로 분노와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경우 2007년부터 직원들의 명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인텔 역시 8주 과정의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역시 명상에 집중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죠.

 

마지막으로 용기와 리더십에 관해서도 잠깐 언급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서구에서 용기는 두려움이나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도전정신, 그러니까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양 사람들이 ‘용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불의에 맞서는 불굴의 정신’을 떠올리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의 경우에도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통념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성공적인 리더는 전통적인 영웅 스타일이기보다 오히려 수줍고 잘난 체하지 않으며, 서툴고 겸손한 경우가 많더라는 것입니다. 대신 이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 엄청난 열정을 품고 있는 것이 범인들과 다른 점이었다고 합니다.

지식, 실천의 영역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인성’의 영역에서 미래 역량을 살펴봤습니다.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잘 파악해 ‘나의 역량 향상’에 접목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것들은 다 잊더라도 회복탄력성을 위해 ‘경청과 존중’의 자세만이라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