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역량

[Vol.30] 비만팬더 ‘포’가 쿵푸고수 된 비결은…


⑧메타러닝

 

혹시 영화 쿵푸 팬더를 보셨나요? 키 120cm에 몸무게 160kg인 초고도비만 팬더 ‘포’는 가업인 국수 가게를 박차고 나와 쿵푸 경연장으로 향합니다. 몸매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쿵푸 고수’가 자신의 꿈이었으니까요. 포는 모두가 불가능(impossible)이라고 말할 때 무한긍정 에너지(I’m possible)를 내뿜으며 훈련에 매진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 악당을 물리치죠. 할리우드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역량’을 주제로 한 우리의 탐구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주인공 포가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이와 관련해 아주대 심리학과의 김경일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주 평범한 사람도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고 말이죠. ‘포가 해낸 일을 누구나 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원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모양의 도형을 보여준 뒤 “이 도형들로 새롭고 신기한 걸 만들어 봐”라고 얘기하면 아이들은 특이한 모양의 도형은 잘 고르지 않습니다. 나와 친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직육면체와 같은 친숙한 도형을 골라 기차나 자동차, 집을 만듭니다. 별로 창의적이지 않죠?

그런데 상황만 달리 제시해도 아이들은 색다른 도형들을 고른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도형을 먼저 고르게 한 뒤, 나중에 새롭고 신기한 걸 만들라고 하면 자동차, 집 같은 천편일률적인 결과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거죠. 여기서 더 나아가 도형을 보여주지 않고 ‘나만의 새롭고 신기한 걸로 뭘 만들래?’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 뒤 나중에 도형을 보여주고 만들어 보라고 하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매우 창의적인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조건과 환경만 달라졌을 뿐인데 아이들의 창의성 발휘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김 교수와 같은 인지심리학자들은 바로 이 상황을 주목합니다. 인지심리학은 인지, 즉 사람의 생각이 어떤 작동 원리로 발생하고 진행되는지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컴퓨터는 어떤 질문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을 내놓기 위해 내부의 모든 데이터를 스스로 검색한 뒤 답을 내놓습니다. 반면, 사람은 두뇌에 있는 모든 기억을 검색한 뒤 ‘안다, 모른다’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컴퓨터와 달리 모르는 건 바로 ‘모른다’고 1초도 걸리지 않고 답을 내놓습니다. 이는 컴퓨터와 사람의 인지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자들은 컴퓨터와 다른 사람의 인지, 즉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바로 구별할 줄 아는 인지를 ‘메타인지’라고 명명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 환경, 대상을 친숙하게 보느냐, 친숙하지 않게 보느냐(메타인지)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학자들은 앞서 도형 실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곧 인간이 관점(메타인지)을 바꾸면 결과의 차이가 엄청나게 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메타인지는 지능지수(IQ)와는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상황이나 맥락을 바꾸면 같은 IQ를 가진 사람 사이에서도 엄청난 능력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메타인지 때문입니다.

비만 팬더 ‘포’가 자신에게 친숙한 ‘국수집’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포의 쿵푸 잠재력은 영원히 발현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포는 친숙한 ‘국수집’을 박차고 나와 자신에게 너무나 낯선 ‘쿵푸 시합장’을 찾습니다. 그리고 ‘쿵푸 고수’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됩니다. 낯선 상황과 새로운 목표가 어우러져 포의 내면에 숨어 있었던 쿵푸 잠재력이 발현된 것이죠. 이제 우리는 처음에 던진 질문, 즉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주인공 포가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가지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낯선 환경’, ‘낯선 상황’입니다.

낯선 상황이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접근해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역량이 평범한 상황에서 잘 발휘가 될까요? 아니면 매우 낯설고 절박한 상황에서 잘 발휘가 될까요? 우리는 종종 뉴스나 보도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곤 합니다. 생존자들 대부분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에게 닥친 극한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나에게 있는 능력, 없는 능력 모두 쥐어짜내 맞서 싸웠다”고 말이죠. 극한의 낯선 상황에서 잠재력은 최고로 발휘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낯선 것과 낯설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인지를 메타인지라고 한다고 앞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사고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수행하거나 배우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해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구에서 미래역량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학자들은 지식, 스킬, 인성 다음으로 ‘메타러닝’을 제4의 ‘미래역량’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메타인지를 한 마디로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고 표현한다면, 메타러닝은 ‘학습방법에 대한 학습(learning how to learn)’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21세기 핵심역량’의 저자인 찰스 파델과 버니 트릴링은 ‘메타러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21세기에 필요한 적절한 지식과 스킬, 인성 역량의 재설계 외에도 우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돌아보면서 배우고, 자신이 노력하도록 격려하는 성장 마인드세트를 내재화하며, 목표에 맞게 학습과 활동을 적합하게 조정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을 다재다능하고, 반추적이며, 자기주도적인 동시에 자립적이 되도록 돕는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메타러닝이 장착된 사람은 불확실한 세계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나만의 지식, 스킬, 인성을 그 상황에 광범위하게 적용시키면서 상당한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학자의 의견입니다. 이는 실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2010년 EBS에서 ‘학교란 무엇인가-0.1%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내용 가운데 전국모의고사 전국석차가 0.1% 안에 들어가는 800명의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 700명을 비교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두 그룹 간에 IQ 차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도 유의미한 조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들 두 그룹의 큰 차이는 바로 ‘메타인지’에 있었습니다. 0.1%의 뛰어난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인식이 명확했습니다. 즉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났던 것이죠. 반면, 평범한 700명의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 아는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은 것을 모두 ‘안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죠. 내가 어떤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 분별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보면 된다고 합니다.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전국석차 0.1%의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설명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비만 팬더 ‘포’의 사례에 빗대어 메타인지, 메타러닝이 역량 발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나의 숨은 역량을 끄집어내고 발현시키는 데 ‘낯선 환경’, ‘낯선 상황’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목표가 있든, 없든 나를 ‘낯선 환경’, ‘낯선 상황’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나의 잠재된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우리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낯선 상황’은 어떻게 많이 접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도 되고, 낯선 곳으로 떠나도 됩니다. 낯선 책을 읽어도 되고, 낯선 음악을 들어도 됩니다. 정약용 등 조선시대의 많은 학자들이 낯선 귀양지에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것에 머물지 않는 것입니다. 김경일 교수는 우리가 타인과 대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다양한 사람과 만나 나의 메타인지를 점검받을 때 비로소 지혜로운 통찰이 가능하다.”

중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는 메타러닝과도 관련 있다고 봅니다. 낯선 이들과의 대화, 낯선 곳으로의 여행 등 낯선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메타인지를 점검받아 보라는 것이죠. 중학교 한 학년 동안 진로체험이라는 낯선 체험을 통해 나의 꿈을 찾고 미래 역량을 기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요?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