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

[Vol.37] 미래의 학교 교육


[전문가의 눈] 권대봉(고려대 교육학과 명예교수·한국인력개발학회 고문)

 

미래는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는 교육이다. 교육투자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미래 인재양성을 위해 장기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평균인재를 키우는 교육은 그 수명을 다했다. 평균인재를 키우는 교육은 학생들을 일렬종대로 세우는 한계를 보였다. 일렬종대로 줄을 세우면 선두그룹만 행복하지만 일렬횡대로 세우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미래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을 일렬종대로 줄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일렬횡대로 줄을 서서 저마다의 재능(Talent)을 개발할 수 있도록 바뀔 것이다.

학생들이 저마다의 재능을 개발하려면 학습-일-여가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학생들이 자유학기의 변화된 수업 속에서 스스로 학습을 하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일의 세계 탐색을 통해 직업의 의미를 짚어보고 직업관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기회는 학생들이 장차 각자 자기의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직업철학을 정립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직업인에게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필요하다면, 일의 세계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레라벨(Leisure-Life Balance)이 필요하고, 학생들에게는 런라벨(Learn-Life Balance)이 필요하다.

일의 세계에 있는 직업인들이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직장인들도 공부를 해야 변화하는 세상에서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고, 여가를 즐겨야 일도 잘 할 수 있다. 일의 세계에서 은퇴하더라도 학교에 다닐 때 노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제대로 여가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들에게도 노는 것과 더불어 일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의 학교는 모든 이의 배움을 위한 평생교육의 마당으로 변모할 것이다.

 

미래의 학교 교육을 설계하는 데 과학구조의 변화, 사회구조의 변화, 인구구조의 변화는 주요한 변인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첨단기술화시대의 일터시민 자질, 글로벌화 사회시대의 국제시민 자질, 장수노령화시대의 민주시민 자질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과학구조의 변화로 인한 첨단기술화 시대에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 나가서 일터시민으로 일하게 될 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공동체 소명의식(Community Calling Mind), 창의적 사고(Creative Thinking), 기술채택 (Technology Adoption), 그리고 비전(Vision)이다. 비전은 꿈이다. 각자가 재능에 따라 꿈을 꾸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환경과 교육방법이 필수적이다. 기술채택은 디지털격차(Digital Divide)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창의적 사고를 개발하려면 정답을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공동체 소명의식은 일터에서는 직업철학으로 작동하지만, 가정공동체, 이웃공동체, 종교공동체, 학문공동체 등에서 활동할 때에도 필요한 일의 철학이다.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한 글로벌화 사회시대에 장차 학생들이 국제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국제의사소통(International Communication), 협업리더십(Collaborative Leadership), 관용(Tolerance), 그리고 국가관(View of Nation)이다. 만약 조선왕조의 국정을 담당했던 지도자들이 바른 국가관을 가졌더라면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도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은 미래에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이므로 이들이 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은 경쟁과 상생의 두 수레바퀴를 굴려야 하는 글로벌화 사회시대에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므로 관용과 포용도 필수적이다. 국제적으로 협업하는 리더십과 국제의사소통 자질함양은 국제간 학생교류가 주요한 변수로 작동할 것이다. 영어 이외에 각자 관심 있는 제2외국어와 외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지식은 물론, 외국어로 한국의 역사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소통능력을 학생시절에 기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장수노령화시대에 장차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법의식(Legal Mind), 학습능력Learning Capability), 여가활용능력(Leisure Capability), 시간관리(Time Management), 그리고 존재가치(Value of Being)를 발휘하는 것이다. 필자는 교수 정년퇴임에 즈음하여 졸업생들로부터 인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인생이란 나와 남을 함께 빛낼 수 있는 시간여행이다.”라고 답변하였더니,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경영이냐고 물었다. “자기이익, 일터이익, 사회이익을 일치시키면 성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장차 각자의 존재가치를 발휘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저마다 가진 서로 다른 재능(Talent)을 개발하고 일의 철학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학교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인생은 시간여행이고 시간은 생명이므로 시간관리 역시 필수적이다. 학생시절에 학습능력과 여가활용능력을 익히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공부만 해주길 기대하지만, 여가생활도 즐겨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학생들이 여가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음악 미술 체육 연극 수업이 매우 긴요하다. 음악은 조화로운 마음을 키우고, 미술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시킨다. 체육은 심신을 단련하고 팀워크 정신을 일깨우고 다져준다. 연극은 정서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각종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기초질서를 지키는 법의식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자질이다. 물건을 구입하고 신용카드로 서명을 할 때, 구매자 본인 확인을 생략하는 과정은 판매자의 법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카드 서명을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가 해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신용사회를 만드는 큰 걸림돌이다.

 

인공지능(AI)이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므로 미래에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하면 오산이다. 인공지능이 지식을 전달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나눌 수는 없다. 마음은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마음은 오직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얻는 교사가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 교사의 마음을 얻는 학교가 미래를 밝게 만들 것이다.

[글쓴이] 권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