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줌인

[Vol.35] 우즈벡 초·중등 교원 60명 참가…“공통된 관심사로 하나 되는 느낌”


한국의 수업 혁신, 우즈벡으로 가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교육 시스템 또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만의 목소리는 아니고 전 세계적인 목소리입니다. 이런 목소리는 과거에도 늘 있었지만, 2016년부터 ‘제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목소리는 더 다급하고 간절해진 분위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이견이 없는, 공통된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해왔던 ‘주입식 암기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을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 효용을 다했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 시스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웹진 ‘꿈트리’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미래역량’이란 코너를 통해 미래사회가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부터 먼저 살펴봤습니다. 적응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새로운 지식, 4C(창의성, 의사소통, 협업, 비판적 사고), 인성, 메타러닝 등이었습니다. 자세히 소개할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이런 역량을 기르기 위한 방안으로 프로젝트 중심 수업(PBL, Project Based Learning),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교육,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교육, 메이커(Maker) 교육 등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 현재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찾기 위한 다양한 모색과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200년 넘게 지속돼 온 그동안의 학교 모델이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색과 시도의 핵심은 ‘수업의 변화’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는 결국 수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니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색과 시도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현재 공교육 영역에서 이런 흐름이 가장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는 정책은 바로 ‘자유학기제’입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정부 등 교육 4주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시행 5년여 만에 학교 현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죠. 여전히 자유학기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존재합니다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 모델에 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배우려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6~10일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에서는 뜻깊은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 수업이 해외에서 시연된 것입니다. 이번 수업 시연은 2018년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 입상자의 우수 수업을 해외 교원에게 확산해 우리 공교육의 우수성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올해 처음 마련됐습니다. 연구대회에 입상한 16명의 교원들은 현지에서 내실 있는 수업 나눔을 위해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에서 사전교육을 받았습니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수업자료를 직접 만들어 우즈벡 초·중등 교원 60명을 맞이하고 자유학기제 수업을 시연했습니다. 우즈벡 교원 60명은 3개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 당 6개의 수업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교원은 우즈벡 교육당국의 협력 아래 자유학기 수업에 관심이 있다고 사전에 참가를 희망한 교원들이었다고 합니다.

6개 수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기도 동탄중학교의 신수정 교사는 ‘어디에 투자할까, 부동산 게임’으로 타슈켄트 도시 내부 경관을 추론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경기도 청산중학교의 김지혜 교사는 ‘D.R.O.N.E으로 뿌린 꿈 씨앗’이라는 제목의 진로탐색활동 수업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경기도 선유중학교의 최경아 교사는 ‘다양한 맛의 수학꼬치 만들기’를 주제로 ‘경우의 수’를 구하는 수학 수업을 선보였습니다. 대전 삼천중학교의 조해영 교사는 진로 멘토로 세종대왕을 설정하고 이를 일차방정식으로 끌어내는 수업을 진행해 새로운 수학 수업의 모델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울 염광중학교의 김유경 교사는 다양한 직업, 다양한 인물의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을 영어 수업으로 진행해 외국어 교육 수업의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대전 전민중학교 신선미 교사는 익히 알려진 백설공주 이야기와는 다른 흑설공주 이야기를 소개한 뒤 다양한 연관 활동을 진행하는 수업을 시연했습니다.

 

수업을 직접 시연한 삼천중 조해영 선생님은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우즈벡 교사 분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고, 저희한테 하나라도 더 주려고 하는 열정적인 모습에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얻어 왔다”면서 “자유학기제로 촉발된 수업 변화가 해외로까지 뻗어나가는 것 같아 감개가 무량하다”고 뿌듯해 하셨습니다. 조 선생님은 아울러 “자유학기제가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면서 “이런 변화의 씨앗이 고등학교에도 전파가 돼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과 수업을 진행한 청산중 김지혜 선생님은 “러시아어, 우즈벡어 등 언어 문제와 더운 날씨 문제로 힘든 부분이 있긴 했지만 우즈벡 교사 분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서 힘든 부분을 다 잊을 수 있을 정도였다”며 “교육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하나 되는 느낌이 든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수업 나눔’ 기회가 더 많은 교사에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이런 ‘나눔 수업’은 자유학기제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기회조차 생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협업의 필요성이 생겨났고, 이런 협업의 경험은 아이들에게 훨씬 더 많은 기회와 선택으로 연결돼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니까요.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이번 우즈벡 ‘수업 나눔’ 프로그램처럼 해외로까지 연결이 돼 ‘수업 혁신’ 사례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우즈벡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탄중 신수정 선생님은 “2016년부터 3년째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둠활동, 토론수업, 수행평가 등 평소 해보고 싶었던 수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장점이 많은 것 같다”고 자유학기제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한 학기 동안 가르칠 내용이 많고 진도 부담도 있어서 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할 경우 학습 결손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요령이 생기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가고 있어서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자유학기제를 계기로 ‘새로운 수업’에 대한 교사의 갈망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학교 전체적으로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학생들이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조해영 선생님은 “자유학기제가 1학년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 보니 다른 학년이나 고교에서는 사실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수업 변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고교학점제도 잘 안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아울러 “수업의 변화는 교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고 씨앗이 되는 선생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중한 의견도 전달해 주셨습니다. 수업 변화의 흐름이 고교에도 들불처럼 번져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의 목소리였습니다.

웹진 꿈트리는 ‘미래 역량’의 후속 기획으로 총 8회에 걸쳐 ‘수업의 변화’를 주제 삼아 국내외 혁신적인 사례를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에도 해외에서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생겨났고,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소개해 드리면서 기획의 1막을 열었습니다.

 

교육부 남부호 교육과정정책관은 “이번 해외 교원들과의 자유학기 수업 공유는 자유학기를 비롯한 우리나라 교실 수업의 선도적 변화를 알리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다”며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역량을 기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총평했습니다.

해외에서 부러워하는 ‘자유학기제’를 더 풍성하게 만들려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수업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앞으로 소개하게 될 국내외 다른 수업 혁신 사례들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