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줌인

[Vol.39] 메이커 수업과 미래인재 양성의 상관관계


메이커 수업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공업도시 피츠버그 인근에는 엘리자베스 포워드 학구(Elizabeth Forward School District)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학구의 중학교에는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라는 남다른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요, 단어 그대로 학생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드림 팩토리에서 학생들은 ‘캔디 바 프로젝트(Candy Bar Project)’를 통해 직접 초콜릿 바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 3D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해 캔디 바 몰드를 저마다 개성 있게 디자인하고, 3D 프린터로 몰드를 직접 찍어내며,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로고와 포장지를 만듭니다. 30초짜리 캔디 바 광고 프로그램 제작도 학생들의 몫이죠. 이 2주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3D 프린터라는 21세기의 새로운 장비가 어떻게 제품제작 및 경제활동과 연결될 수 있는지 학생들은 몸소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런 활동을 충분히 경험하게 하기 위해 드림 팩토리는 크게 3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3D프린터, 3D 펜, 3D 스캐너, 노트북, 태블릿 등이 구비돼 있는 미술실입니다. 어도비, 포토샵, 스케치업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3D 디자인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다음은 컴퓨터 공학실. 로봇 키트, TV 촬영 스튜디오 장비, 3D 프린터 등의 장비가 갖춰져 있습니다. 엑셀 프로그램과 로봇 공학을 접목시키는 등 미술실에서 디자인한 3D 설계물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끝으로 기술교육실에는 목공과 관련된 모든 공구가 구비돼 있습니다. CNC 장비, 레이저 커터 등의 장비도 있어 학생들이 만들고 싶은 물건은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는 장소로 꾸며져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포워드 학구의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중퇴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2008~2009학년도에 중퇴자가 15명에 달했고, 일종의 대안학교인 차터스쿨이나 사이버학교를 선택한 학생도 70명 이상이었다고 하네요. 이런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지역의 교육책임자들이 비영리 재단 등 경제계 명망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뜻 있는 한 재단으로부터 1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 ‘드림 팩토리’가 2013년에 지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드림 팩토리가 들어선 이후로는 중퇴자가 사라졌고,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들도 급감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인 국가표준시험의 등수도 250위에서 145위로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다고 하네요.

미국 엘리자베스 포워드 학구에서 나타난 혁신을 우리는 ‘메이커 교육(Maker Education)’이라고 부릅니다. ‘메이커’의 일반적인 정의는 ‘만드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메이커 운동, 메이커 교육, 메이커 학습이라는 표현에서 이르는 ‘메이커’는 ‘만드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3D프린터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시제품을 직접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메이킹(making) 작업을 공유 및 소통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죠. 이러한 메이커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라 하고, 메이커들의 활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의 흐름을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메이커 운동의 시작을 2000년대 초반 미국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사실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커 운동이 교육 분야에 미친(미치고 있는) 영향은 상당한데요, 그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관련이 깊습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등의 기술 발전이 불러올 혁명적인 변화를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릅니다. 20세기가 완전고용과 평생직장이 보장된 안정적 성장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고용과 성장이 불안정한 파괴적 혁신의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회사들이 내놓고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들은 세계화 흐름과 맞물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상품과 서비스를 거의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단적인 예를 들어 볼까요? 자율주행차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많은 운전기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내연기관에서 탈피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기존의 경쟁력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최근 일본의 토요타가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전통적인 자동차 명가들이 현재 얼마나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걸쳐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발생하는 시기에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를 원하기 마련입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등 새로운 지식을 익힘과 더불어 이 지식을 현실에 적용해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새롭게 문제를 구성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메이커 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새로운 인재상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선, 메이커 수업은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도와 몰입도가 높습니다. 컴퓨터와 3D프린터 등 첨단 도구를 활용할 경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식에 성큼 다가설 수 있죠. 그리고 학생들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합니다. 실패 없이 한 번에 뚝딱 만들 수 있는 물건은 드무니까요. 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메이커 교육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중앙일보의 황정옥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사소한 실수나 실패로부터 큰 교훈을 얻습니다. 하지만 기존 암기식 지식 습득 수업에서는 실패를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메이커 수업에서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시시때때로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모터로 움직이는 작은 배를 만들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수 모터가 아닌, 일반 모터를 장착합니다. 당연히 물 속에서 몇 초 작동하다 멈춰버리죠. 학생들은 실패를 경험한 뒤에야 확실히 깨닫습니다. 물 속에서는 방수 모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요. 아무리 노력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다른 메이커들은 도대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 눈길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문제를 해결한 메이커를 만나면 존경의 눈빛이 저절로 뿜어 나오죠. 이 때 나이와 성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풀지 못한 숙제를 푼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되고, 선배가 되고, 형님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식과 경험의 공유가 일어나고, 더 발전되면 협업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협업력 등이 자연스럽게 함양되는 수업인 것이죠.”

메이커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만의 메이커 작품이 탄생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 보람, 성취감 등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네요. 메이킹 과정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온갖 과목들의 잡다한 지식들이 다양하게 동원돼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융합적 사고 함양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수업이라고 합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접하고, 미래 역량까지 함양할 수 있으니 전 세계적으로 메이커 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될 법도 합니다.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디지털 프로미스(Digital Promise)’에 따르면 현재 메이커 수업은 미국 전체 주로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백악관을 ‘메이커 페어’ 행사장으로 개방했습니다. 메이커 운동이 ‘미국 제조업의 미래’라고 강조하면서 행사가 열린 2016년 6월 18일을 ‘메이커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을 중심으로 ‘메이커 수업’이 교육 현장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도 기존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교육이 확장된 형태로 메이커 관련 수업이 다양하게 구현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에서는 ‘한국형 메이커스페이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프라 지원에 앞장서고 있고요. 메이커 교육, 메이커 운동, 메이커 스페이스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은 관련 정보가 집약돼 있는 메이크올 홈페이지(www.makeall.com)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메이커 교육이 활성화되고, 융합인재가 많이 배출돼 창업 활성화까지 이어진다면 혁신성장이 훨씬 앞당겨질 수 있을 겁니다. 꿈트리 애독자들은 모두 교육계에서 그런 시대를 앞당기는 실천가이자 주역들이므로 자부심을 가지셔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화이팅!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