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줌인

[Vol.40] 다문화 교육의 핵심은 우리가 변하는 것


지속가능발전교육(ESD)와 다언어 수업

 

요즘 TV에서는 ‘외국인들이 경험하는 한국’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방송을 보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데요,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외국인들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들에서 ‘아차’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공연장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좌석표기를 ‘가열 15번’보다는 ‘A열 15번’이라고 하는 것이 외국인에게 더 친화적이라는 걸 깨닫는 것처럼요.

이제 더 이상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가 아닙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모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외국인 주민은 186만1084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53만6627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급증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 주민 100명당 6명이 외국인일 것으로 통계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외국인은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바로 큰 혼란에 빠질 겁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인 것이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질적인 곳에서 외국인들이 잘 적응하고 편히 지낼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외국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자녀까지 세심하게 돌봐야겠죠. 186만 명의 외국인 주민 가운데 약 21만 명은 미성년자입니다. 21만 명 가운데 11만 명은 초·중·고교 학생인데, 대부분 국내에서 태어났습니다(81.6%). 다문화 학생 수는 2006년(9389명)에만 해도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지만 10년 만에 11배나 증가했습니다. 인구절벽 현상이 심화되면 앞으로 빠른 속도로 더 늘어나겠죠.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의 국적이 달라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모님 국적은 베트남, 중국, 필리핀, 중국(한국계), 일본, 중앙아시아 등 아시아 나라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이들을 잘 돌봐야겠다는 움직임도 꿈틀대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성의 뜻있는 교사들은 2017년 다문화교육 수업모델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했습니다. 다문화교육이론연구회와 현장연구회를 조직해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겁니다. 100명으로 구성된 가상의 마을을 상정하고 다양한 불평등 사례를 스토리텔링으로 끌어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수업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공감대 형성에 그치지 않고 융합예술놀이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 과정도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교사들은 매달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도서 강독과 학술 토론을 거치며 수업 모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다문화 예비학교인 ‘인천 명현중학교’의 경우 자아존중감 캠프, 한국문화 체험 등 징검다리 문화학교 운영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어깨동무학교, 두드림학교 등 교내 다른 수업들과 연계해 다문화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렸고, 방과후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중심의 이중언어 교육도 실시했습니다. 인근의 작전중학교와 더불어 방학 중 집중 한국어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네요. 덕분에 예비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은 90% 이상이 학교 적응과 한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LG그룹도 다문화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LG는 2010년부터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열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글로벌 인재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과학과 이중언어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2년 동안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무료로 지원합니다. 선발된 학생들은 각각 KAIST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교수진 및 멘토로부터 정규수업을 받습니다. 과학과정의 학생들은 융합과학,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등 과학교육을 바탕으로 국내외 메이커 페스티벌 참가, 방학 캠프, 해외 교육봉사 등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언어과정 학생들도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한국어 등 6개 언어권으로 나눠 1대 1 화상수업을 받고 방학캠프, 심화과정(몰입교육), 해외연수 등의 기회를 제공받습니다.

다문화학생의 강점이 될 수 있는 이중언어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 LG연암문화재단은 2013년부터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해 왔는데요, 교육부는 이들의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고 지원에 나섰습니다. 6회 대회는 처음으로 교육부, 재단 공동주최로 행사의 권위가 격상된 것이죠. 이 대회에서 대표로 선발된 50여명의 학생들은 부모의 모국어와 한국어로 다양한 주제의 내용을 발표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포산중학교 2학년인 어윤청겔 문흐치멕 학생은 “몽골의 울란바토르에 있는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인 이태준 선생님 기념공원을 보고 남을 위하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저도 선생님이 되어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다문화 학생들을 돕고 싶다”고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다문화 교육의 핵심은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로 베푼다는 의미보다는 우리의 고정관념과 인식을 고쳐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의 사고와 인식, 문화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니 외국인 주민 못지않게 내국인의 노력 또한 함께 뒤따라야 하는 것이죠. 이런 배경에서 전국 약 300곳의 다문화 중점학교에서는 다문화 감수성을 높여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UCC만들기, 캠페인 활동, 다문화 게시판 꾸미기 등 학생 주도적 체험을 통해 인식 및 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경남 김해에서는 김해진로교육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인근 학교들이 뭉쳐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적극 지원해 지난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해 ‘마을교육공동체’가 꾸려진 것은 다른 마을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학교 안팎으로 이러한 노력들이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감수성도 빠르게 향상될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 비단 다문화 영역만은 아닐 겁니다. 인권, 생명다양성, 성소수자, 기후변화, 불평등, 빈곤 등 매우 다양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에서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10년을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UN 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DESD)’으로 지정했고, 유네스코를 선도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세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그에 걸맞은 가치관과 역량, 비전을 갖고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유엔과 유네스코의 문제의식입니다. 유네스코는 DESD가 종료된 2014년, 보다 실천적인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ESD를 위한 국제실천프로그램(Global Action Programme, GAP)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런 뜻을 받들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평화, 인권, 다문화, 환경, 세계화, 지역고유문화, 경제정의 등 일곱 가지 주제와 관련해 학생들이 학교 및 지역사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계획, 실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청소년들을 위한 수업에서 다언어, 다문화, 토론수업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인 수업이 아니라 국어, 수학, 과학 같은 교과 수업 못지않게 필수 수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자유학기제 도입과 더불어 다양한 수업이 개발 및 확산되고 있으므로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한 것 같습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