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줌인

[Vol.41] "코딩은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소프트웨어 수업

 

미국의 교육연구단체 CCR(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교육과정재설계센터)은 선진국 주요 나라들의 교육과정을 연구한 후 변화하는 시대에 청소년들이 새롭게 익혀야 할 현대적 지식 분야로 △기술·공학 △바이오 △미디어 △기업가정신 △재무관리 △웰니스 △사회시스템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CCR은 그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컴퓨터공학(특히 코딩), 로봇공학,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등을 학창 시절에 필수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 지식, 예컨대 수학이나 과학, 외국어,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도 새로운 현대적 지식이 가미되고, 융합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죠.

이스라엘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이미 소프트웨어 과목을 정규교육 과정에 포함시켰고, 일본과 핀란드 또한 2010년을 전후로 소프트웨어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영국도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죠. 미국, 에스토니아, 인도 등도 소프트웨어 교육의 선도적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2015년 우리나라에서도 진통 끝에 소프트웨어 필수 과목 지정을 선언했습니다. 2018년 중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19년에 모든 초등학교(5~6학년)와 중학교 2학년까지 확대되고, 2020년에는 중학교 3학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입니다.

교육부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을 ‘컴퓨터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여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력 중심의 교육’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코딩을 가르친다거나 해커 수준의 영재 프로그래머들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에 익숙해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바이오공학 등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에 적응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죠.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교육 방법도 문자(text) 기반의 프로그래밍 언어보다는 놀이와 그래픽(블록형) 언어를 기반으로 한 실습·체험 중심의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천의 명현중학교는 일찌감치 이런 교육의 목표와 방법에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15년부터 컴퓨터 교육 연구·선도학교에 지정돼 정보 교과 시간에 다른 학교들처럼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가르치지 않고 알고리즘을 활용한 나만의 게임 만들기, 아두이노를 이용한 창작품 만들기, 스크래치를 활용한 생활문제 해결 등의 새로운 수업을 진행한 것이죠. 명현중학교에는 로봇동아리도 결성돼 코딩을 통해 직접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명현중학교는 또 학생들의 수업 참여, 과제 수행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해 인증하는 ‘CT(Computational Thinking) 인증제’를 도입, 소프트웨어 우수·모범학교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한 소프트웨어 수업 중에서도 특히 미국 MIT 미디어랩의 미첼 레스닉 교수가 개발한 ‘스크래치(Scratch)’라는 블록형 코딩 프로그램은 명현중학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딩 교육에 활용되며 소프트웨어 교육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크래치를 활용해 코딩이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지 SNS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학생들은 SNS에서 어떻게 ‘왕따 학생’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합니다. 화면에 블록 명령어를 옮겨 붙이며 다양한 상황을 게임처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고, 대화 창을 열 수도 있습니다. 대화 창을 여러 개 열면 마치 스토리가 있는 방송처럼 화면을 구성할 수 있겠죠. 컴퓨터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상대방과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화면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만약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설정한다면 사용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왕따 학생’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사용자가 어떤 생각,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은 올바른 SNS 문화를 게임 형식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활용 여하에 따라 스크래치는 학교폭력 문제를 ‘컴퓨터적 사고’로 접근·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10대 청소년(14세)이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올릴 때 경고 메시지를 띄워 폭력적인 글을 막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트리샤 프라부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사이버 폭력 때문에 자살에 이른 한 안타까운 청소년의 사연을 접한 뒤 프로그램 개발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어플리케이션을 10대 청소년이 운영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교육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페스티벌 행사에 초청된 스크래치 개발자 미첼 레스닉 교수는 강연에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서 특히 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고,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글쓰기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코딩은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의 확장된 방식인 것이죠. 코딩은 애니메이션이나 역동적인 표현 등 새로운 것을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글쓰기가 단순히 맞춤법과 철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듯 코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만 강조하지 않는 것입니다. 관점을 더 넓게 가져야 합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디자인하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죠.”

이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교육도 엑셀, 파워포인트 배우기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교육 연구·선도학교를 초등 940곳, 중학교 456곳, 고등학교 245곳 등 총 1641곳 지정한 바 있습니다. 이들 학교에는 교당 1000만원 안팎의 운영 지원금과 함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돼 소프트웨어 교육 모범 사례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의 순천금당중학교는 자유학기를 맞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68차시를 확보해 블록코딩언어, 센서 로봇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나섰습니다. 교내 소프트웨어 공모전, 소프트웨어 교육의 날, 온라인 코딩 파티, 소프트웨어교육 페스티벌 체험 부스 운영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연구·선도학교로서 손색이 없는 성과를 냈다고 하네요. 대구 매천중학교의 경우 글로벌 소프트웨어 교육 비영리단체(Code.org)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학습자 체험 중심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고 합니다.

지난해 연구학교의 학생 및 학부모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교육이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된다’는 항목에 ‘보통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학생은 94.8%, 학부모는 96.4%에 달했다고 합니다. 학습 수요자의 긍정적 반응이 놀랍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1800곳의 선도학교를 지정·운영해 소프트웨어 교육 확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경남교육청과 전남교육청에서는 각각 ‘피지컬 컴퓨팅’, ‘소프트웨어와 생활’ 등 신설 선택과목을 개발해 올해부터 교과서를 보급하고 있다고 하니 관련 수업을 준비 중인 교사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경기·경북·제주교육청에서도 신설 선택과목을 개발 중이니까 내년에는 더 다양한 교과서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에 일찍 나선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교육 열기도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니 훌륭한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