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줌인

[Vol.42] “미래 사회 변화, 당신은 대비하고 계신가요?”


미래 시리즈 종합

 

필자가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를 통해 교육 관련 기획 코너를 진행한 지도 어느덧 4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2013년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유학기제에 대해 잘 모르셨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 분들이 자유학기제라는 제도를 널리 알릴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관련 사업이 추진됐고, 2014년 오프라인 잡지 발행(꿈이음)에 이어 2015년 8월 웹진 꿈트리 1호가 탄생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매달 고정적으로 발행이 이어져 2019년 4월 42호 발행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중간점검 차원에서 그 동안 기획 코너를 운영해 오면서 필자가 느끼고 깨달았던 점을 압축적으로 독자들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꿈트리에서 필자가 맡았던 기획은 △미래 세계의 변화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 △미래 역량의 변화 △미래 수업의 변화 등 크게 4가지 주제였습니다. ‘미래 세계의 변화’ 코너에서는 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해 다뤘습니다. 1년 가까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정보를 파고든 결과 찾아낸 결론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냉장고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지금까지의 냉장고는 단순히 음식물을 차갑게 보관하는 기능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식료품 주문과 배달이 이뤄지고, 한 해 동안 소비한 식료품 데이터가 집계되면서(빅데이터) 사용자의 영양 상태, 건강 상태가 자동으로 집계·파악되는(인공지능) 시대가 온 것이죠. 앞으로 냉장고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줄 겁니다.

“사용자님, 지난 3개월 동안 동일 연령대 평균 섭취량과 비교했을 때 육류 소비가 너무 많으니 줄이셔야 합니다. 당장 건강검진을 예약하고, 헬스클럽 회원권을 등록하시길 권장합니다.”

기존 제조업체의 경우 물건이 판매되면 그것으로 끝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물건 판매에서부터 다시 서비스(건강검진, 헬스 등)가 시작되기 때문에 물건 판매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됩니다. 소비자들은 나의 영양상태와 건강상태까지 알려주는 냉장고를 선호할 확률이 높을 것이므로 글로벌 가전업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죠. 괜찮은 일자리도 이 분야에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자리 이슈로 넘어왔습니다.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 코너에서는 저성장, 고령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빅 트렌드에 따라 우리 일자리 세계가 어떻게 바뀔 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접근 방식은 기존 통계청의 공급자(기업들) 중심이 아니라 일자리 수요자(취업자) 중심이었죠. 취업 분야, 자영업 분야, 창업 분야 세 파트로 나눠 민간 부문, 공공 부문, 전문직, 일반직, 프리랜서 등의 일자리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일단 전반적으로 일자리 숫자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많은 일자리를 기계와 로봇,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관리직, 생산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죠. 18세기 영국에서 태동한 산업혁명 때는 노동자 계급인 블루 칼라(blue collar)의 타격이 컸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관리직, 전문직인 화이트 칼라(white collar)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이니까요.

이런 큰 변화가 시작된 배경에는 메이커 운동(Makre Movement)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미래에는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는 공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작동 매커니즘은 이렇습니다. 크라우드 펀딩과 3D프린터가 결합하면서 ‘제조업의 민주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누구나 훌륭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자금을 조달받고 3D프린터를 활용해 재고 없이 물건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의 주력 경제 시스템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이었는데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면서 적량생산, 적량소비 시스템이 현실화 된 것이죠. 이런 시대에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익숙한 대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들어 글로벌 대기업들이 단기 실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저성장, 고령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빅 트렌드에 따라 취업(공공/민간), 자영업(일반/전문) 분야 일자리 전망이 모두 어두운 현실은 미래의 취업준비생들에게 매우 어두운 소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력 산업은 조선, 자동차, 기계, 철강, 석유화학, 섬유,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인데 어느 한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한편에서는 ‘취업을 전제로 한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 등으로 그 동안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 온 분야의 경쟁력이 나날이 약화하고 있으니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이고, 정년보장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된 상황도 이런 목소리에 분명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창업 중심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고 1인 기업, 메이커, e랜서(프리랜서의 새로운 개념) 등이 새로운 일자리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는 추세입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수요자, 구직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직시해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극단적으로는 1~2년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변화에서 각 개인이 생존하고 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 시스템이 필요할까요? 이 숙제는 지금 지구상 모든 나라들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일단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역량 강화 교육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4C’로 대표되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협업 역량을 키우는 것은 물론, 윤리와 리더십 등 인성을 갖추고, 코딩·기업가정신 등의 새로운 현대적 지식 습득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결국 21세기의 인재는 적응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지금까지의 지식 전달 중심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교육 전문가들의 문제인식입니다. 지식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비판적,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남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역량 중심 교육을 공식화했습니다. 6대 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 제시됐죠. 2013년부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격 도입됐고, 현 정부 들어서는 고교학점제가 새로운 교육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중심전형, 교육기부, 성취평가제, 창의인성교육, STEAM, 한국형 나노디그리 등 많은 정책들도 모두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입시중심 교육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들이었죠. 이런 많은 제도와 정책들이 지향하는 지점은 아마도 한 곳일 겁니다. 그건 바로 ‘학생 성장 중심의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인재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였고, 개인은 자신의 재능, 적성, 소질을 애써 무시한 채 끊임없이 일자리의 요구에 나를 맞추기 급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드는 취업난의 시대에는,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가를 강력히 원하는 시대에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생존력과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고, 그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하고 낯선 경험들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변화의 물결은 시작됐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센터시험(수능)이 폐지됐고, 핀란드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고등학교들에서는 과목별 성적 표기가 사라지고 있고, 싱가포르에서는 덜 가르치고 더 배우는 ‘협업, 체험’ 중심의 교육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변화의 중심에 ‘자유학기제’가 있습니다. 자유학기제의 슬로건은 ‘나를 공부하자’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자유학기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나를 공부하는 교육은 어떻게 실현이 가능한가 하고 말이죠. 지난 7년 동안 교육계 안팎의 많은 분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업 노하우가 축적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프로젝트 수업(PBL), 메이커 수업, 소프트웨어 수업 등 각양각색의 수업들이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선진국 사례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리만의 자산이자 역사입니다. 작년부터는 해외에도 수업 노하우를 적극 전파하고 있죠. 이런 창의적인 제도를 앞으로 더 잘 가꾸고 키우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임무일 것입니다. 이제 여쭤보고 싶네요.

‘여러분은 나를 잘 공부하고 있습니까?’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