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명저

[Vol.37] 100세 시대, 인간은 ‘불멸의 신’이 될 수 있을까


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著, 김영사, 2017년)

 

인간은 ‘신’이 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후속작 《호모 데우스:미래의 역사(원제:Homo Deus)》는 인류의 ‘가능한 미래’를 역사의 관점에서 다룹니다. 우리의 오랜 신화들이 21세기 신기술과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은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요.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역사학과)는 생물학과 역사학을 융합하는 흥미로운 시도로 독특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하라리의 미래 예측은 이렇습니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39쪽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고,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꾼다는 겁니다. 하라리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를 고려해 이런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불멸. 영원히 살 수는 없더라도 수명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이미 100세 시대입니다. 인생 설계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한평생이 150년이라고 상상해보죠. 40세에 결혼해도 앞으로 살날이 110년입니다. 결혼 생활이 110년 동안 이어지는 것이 과연 현실적일까요.

진로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10대와 20대에 직업 교육을 받고 일을 하며 나머지 인생을 보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죠. 물론 40대와 50대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인생은 일반적으로 배움의 시기와 일하는 시기로 나뉩니다.

그런데 150세까지 살게 되면 그렇지 않겠죠. 신기술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세계에서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훨씬 더 오래 일할 것이고 90세에도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생각과 포부를 지닌 신세대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지도 않을 겁니다.

하라리는 70세가 새로운 40세가 되고 있는 지금, 전문가들은 은퇴연령을 높이고 직업시장을 재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살고 있고, 이들의 연금과 치료비를 지불하기에 돈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겁니다.

불멸을 얻지 못한다 해도, 여전히 ‘죽음과의 전쟁’은 다가오는 시대의 주력산업이 될 것이라고 하라리는 내다봅니다. 기성 과학계의 역할과 함께 자본주의 경제의 필요가 더해진 결과라는 것이죠.

죽음과의 전쟁에서 과학이 진전을 이룬다면, 전쟁터는 실험실에서 의회, 법정, 거리로 옮겨갈 것입니다. “역사에 기록된 모든 전쟁과 무력 충돌은 앞으로 닥칠 진짜 투쟁, 다시 말해 영원한 젊음을 위한 투쟁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51쪽

저자는 인생의 의제에 오를 두 번째 큰 주제로 행복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과학기술은 행복이 생화학적 기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현재 인류는 생화학적 해법에 훨씬 더 관심이 많습니다. 히말라야 동굴의 수도자들이나 상아탑의 철학자들이 뭐라고 하든 자본주의라는 거대조직에게 행복은 곧 쾌락으로 통합니다.

군대를 예로 들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인 병사 가운데 12%,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국인 병사 가운데 17%가 전쟁의 압박과 고통을 덜기 위해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했다는군요. 이 병사들에게 두려움, 우울증,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것은 포탄이나 지뢰, 차량폭탄이 아닙니다.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신경망이 그런 문제를 일으킨다는 겁니다

. “지금까지 인간이 더 큰 힘을 갖기 위해 주로 외적 도구의 성능을 높였다면, 앞으로는 몸과 마음을 직접 업그레이드하거나 외적 도구와 직접 결합할 것이다.” -69쪽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그리고 비(非)유기체 합성이 그것입니다.

생명공학자들은 오래된 사피엔스의 몸을 가져다 유전암호를 고치고, 뇌 회로를 바꾸고, 생화학 물질의 균형을 바꾸는 것은 물론 새로운 팔다리까지 자라게 할 것입니다. 과학소설 같은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이미 현실입니다.

2015년 초, 스웨덴 스톡홀름의 첨단기술 산업단지 ‘에피센터’. 이곳에 근무하는 직장인 수백 명은 마이크로 칩을 손에 이식했습니다. 쌀알만 한 크기의 이 칩에는 개인 보안정보가 저장돼 있어서 직원들이 손을 흔들면 문이 열리고 복사기가 작동합니다. 조만간 같은 방식으로 결제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이 계획을 추진한 하네스 쇼발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이미 우리는 수시로 기술과 교류합니다. 아직은 다소 엉성하죠. 핀코드와 암호가 필요하니까요. 손만 가져다 대면 편하지 않겠어요?”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누군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춰줄 거라는 바람이 있죠. 그런데 하라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는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전문가들도 인공지능, 나노기술, 빅데이터, 유전학 중 한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뿐이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거죠.

둘째는 만일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경제가 무너지고 그와 함께 사회도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오늘날의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무한성장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무한성장에 기반을 둔 경제에는 끝나지 않는 프로젝트가 필요합니다. 불멸, 행복, 신성은 이런 프로젝트로 안성맞춤이죠.

하라리는 자신의 예측이 모두 현재의 딜레마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시도이며, 미래를 바꿔보자는 제안일 뿐이라고 덧붙입니다. “이 논의로 인해 우리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래서 내 예측이 빗나간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이 책을 옮긴이도 우려를 남겼습니다.

“언제가 우리는 우리가 지난날 동물들에게 한 일을 그대로 돌려받을 거라는 하라리의 서늘한 예측은 그 어떤 말보다 섬뜩하게 들린다.” -548쪽

[글쓴이] 김봉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