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명저

[Vol.40] 미중 무역전쟁은 ‘환경’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총, 균, 쇠(재레드 다이아몬드 著, 문학사상사, 1998년)

1532년, 스페인의 피사로와 페루 잉카의 황제 아타우알파가 전장에서 마주칩니다. 피사로는 쇠칼을 비롯한 무기들과 갑옷, 총, 말 따위의 군사적 이점을 갖췄어요. 반면, 싸움터에 타고 갈 동물도 갖지 못한 아타우알파의 군대는 겨우 돌, 청동기, 나무 곤봉, 갈고리 막대, 손도끼와 헝겊 갑옷 등으로 맞섭니다. 결과는 뻔하지요. 이 같은 장비의 불균형은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많은 대결에서도 역시 결정적이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왜 어떤 민족은 지배하고 어떤 민족은 지배를 받았을까요? 그런 차이는 어떻게 현대 세계의 불평등으로 이어졌을까요? 《총, 균, 쇠》(원제:GUNS, GERMS, AND STEEL)는 이런 인류 문명의 수수께끼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냅니다. 무기와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인류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금, 여기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75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총, 균, 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35쪽

이 책이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것은 바로 ‘환경’ 차이를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역사적 서술이나 설명은 문명 역사의 차이가 특정 민족이나 인종의 우월성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았거든요.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1937~)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의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학제 간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생리학자로 출발해 지리학자, 인류학자, 비교사학자의 길을 걷고 있어요. 조류학, 진화생물학, 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문명학자’라고 할 수 있죠.

다이아몬드는 1972년 7월, 열대의 섬 뉴기니 해변에서 만난 이곳의 정치가 얄리의 질문을 잊지 못합니다. 얄리는 날카롭게 물어요.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얄리의 질문은 인류사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요. 다이아몬드의 대답이 바로 이 책의 내용입니다. “각 대륙의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그는 역사에 미친 ‘환경’의 영향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총, 균, 쇠’는 문명의 불평등을 가져왔고, 궁극적 원인은 식량 생산에 있다고 봅니다. 가축과 농작물의 가축화와 작물화의 차이가 그 핵심이라는 겁니다. 작물화로 인해 인구가 급증하고 그 결과 전문 계층이 발생하며, 가축화는 더 큰 영향을 미쳐 동물로부터 비롯된 질병을 만들어 내고 면역력을 갖추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식량 생산의 전파도 각 대륙 축의 방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유라시아의 주요 축은 동서 방향인데,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남북 방향입니다. 유라시아의 농업이 아메리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농업에 비해 더 빠르게 전파됐던 것은 유라시아의 문자, 야금술, 기술, 제국 등이 더 신속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정작 ‘문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그의 견해는 다양성의 관점에서도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는 미국의 도시와 뉴기니의 촌락에서 각각 살아본 느낌은, 이른바 문명의 축복이라는 것에는 장단점이 뒤섞여 있다고 밝히고 있어요.

“사실 나에게는 산업화된 국가가 수렵 채집민 부족보다 ‘낫다’든지, 수렵 채집민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철 중심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 ‘진보’라든지, 또 그와 같은 변화가 인류의 행복을 증대시켰다든지 하는 따위의 생각은 전혀 없다.” -23쪽

중세까지만 해도 기술의 선도자였던 중국이 유럽에 추월당했던 역사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최초의 제국과 문자 체계가 발생했던 이슬람 중동 지역은 또 어떻습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대체로 강력한 장애물이 없을 때 이루어지는 기술 확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연결성은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했다고 말해요. 어느 한 폭군의 결정은 당장 혁신을 중단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그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고 봐요.

저자는 이런 비교를 통해 지리적 연결성이 기술 발전에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팔레스타인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중동 지역)와 중국의 역사는 현대 세계에 교훈을 던져 줍니다. “상황은 변하는 것이며 과거의 우위가 미래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교훈”이라고 말이죠.

상황은 또 다시 바뀌었습니다. 중국은 지금, 세계 강대국으로 떠올라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죠. ‘일대일로’라고 부르는 새로운 실크로드 정책을 펴고 있는데요.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런 현실 앞에 다이아몬드의 ‘환경결정론’은 비판과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요. 지리학자이자 맑스주의 이론가인 세계적 석학 데이비드 하비는 최근 “환경과 지리는 항상 변하는 것”이라며 “지리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잉여 자본과 잉여 노동력”이라고 다이아몬드의 견해를 전면 부정합니다. 2017년에 펴낸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에서 이런 현상은 중국에 의해 가속화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영국의 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은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탄생했다고 주장하며 환경보다는 주체적 대응을 중시했었죠.

저자의 견해와 주장은 충분히 논쟁의 대상이 될 만하지요. 《총, 균, 쇠》가 나온지도 20년이 지났습니다. 그의 연구방법론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소재는 ‘역사’이지만, 접근 방법은 자연과학, 특히 진화생물학이나 지질학 같은 ‘역사적 과학’의 접근 방법을 썼어요. ‘빅 히스토리’는 이렇게 탄생이 되는가 봅니다.

다이아몬드는 ‘과학으로서의 인류사의 미래’를 제안합니다. 인간 사회에 대한 역사적 연구도 공룡에 대한 연구에 못지않게 과학적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역사학도 ‘역사 과학’일 수 있다는 그의 오래전 제안은 여전히 새롭습니다.

[글쓴이] 김봉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