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명저

[Vol.41] 35년 베스트셀러 작가의 노하우 ‘하루씩 꾸준하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 著, 현대문학, 2016년)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는 일본 와세다대 연극과에 재학 중일 때 결혼해 1974년부터 칠 년여 동안 아내와 재즈 카페를 운영합니다. 서른 살을 앞둔 1978년 도쿄 신주쿠 진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1번 타자 데이브 힐턴이 2루타를 날린 순간 불현듯 자신이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날 밤부터 가게 주방 식탁에 앉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생애 최초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답니다. 소설가 데뷔도 참 독특하네요.

하루키는 1981년부터 가게를 접고 전업 작가로서 소설 집필에 몰두합니다. 전업 작가로 나선 서른두 살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지켜온 습관이 있습니다. 이 습관 속에 하루키 창조성의 비결이 숨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진로명저는 하루키의 이 습관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자신은 누구를 위해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그리고 왜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내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소설가로 살아온 35년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 자기 혁신의 창조성을 밝혀 두었습니다.

하루키는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집, 에세이와 여행서, 번역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비롯한 미국, 유럽, 러시아까지 총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장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 소설가는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하루키는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어요.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 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150쪽,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네 시간이나 다섯 시간, 책상을 마주합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날이면 날마다 판박이처럼 똑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그렇게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씩입니다. 한꺼번에 몰아 이틀 사흘씩 해치울 수는 없습니다.” -179쪽

그런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하루키는 ‘지속력’이라고 말합니다. 그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거기에 대한 하루키의 대답은 단 한 가지, 아주 심플합니다. ‘기초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Physical) 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

“나는 전업 작가가 되면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삼십 년 넘게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달리기나 수영을 생활 습관처럼 해왔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해서 그냥 내 성격에 맞는 일을 습관적으로 계속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나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창조력은 보다 강고하고 안정적이 되었다는 것을 평소에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184쪽

하루키의 이런 습관은 한 마디로 ‘One day at a time(하루씩 꾸준하게)’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어요. 하루키가 미국의 금주 단체 표어에서 발견한 것이죠.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끌어당겨 자꾸자꾸 뒤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면서요.

한 분야의 전문가, 대가의 반열에 오른 장인의 성장 과정을 보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은 ‘흥미’가 아닐까요. 하루키도 ‘내가 좋아하는 일, 흥미가 있는 일에 대해서는 열심히 철저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라고 말합니다. 어중간한 지점에서 ‘뭐, 됐어’라고 멈춰버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파고든다는 거죠.

“무엇이 꼭 필요하고 무엇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 혹은 전혀 불필요한지를 어떻게 판별해나가면 되는가. 매우 단순한 얘기지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106쪽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30년 넘게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쌓아온 하루키의 창의성의 원천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매일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함이 창의력의 바탕이 됐습니다. 세계적 심리학 석학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을 몰입과 집중, 성실함과 신념을 꼽은 걸 보면, 하루키의 사례도 그 하나의 예가 될 겁니다.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하루키의 시선 혹은 조언도 힘이 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한자를 읽고 쓰는 능력에 있어서는 선행하는 세대보다 약간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를테면 컴퓨터 언어의 이해 처리 능력은 틀림없이 선행하는 세대보다 뛰어나겠지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것입니다. 각각 잘하는 분야가 있고 잘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냥 그뿐입니다. 그렇다면 각 세대는 뭔가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각자 ‘잘하는 분야’를 척척 전면에 내세우면 됩니다. 자신이 잘하는 언어를 무기로 삼아서 자신의 눈에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것을 자신이 쓰기 쉬운 말로 써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 138쪽

여러분의 언어, 무기는 무엇입니까.

[글쓴이] 김봉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