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톡톡

[Vol.29] "나를 찾아가는 여정, 즐기도록 도와주세요”


초·중학생 자녀의 창의력 키우기

 

▶톡톡 상담: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2학년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창의력에 대한 궁금증이 많습니다. 창의력에 대한 책이나 방송을 봐도 과학을 잘 하는 것인지, 상상력을 의미하는 것인지 해석이 제각각이라 헷갈립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필요한 창의력에 대해서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또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톡톡 답변: 사연을 읽어보고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어머니와 같은 고민, 비슷한 의문을 오랜 시간 품어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해왔지만 창의력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이런저런 책이나 연구자료, 저명한 인사들의 강연을 찾아봐도 똑 떨어지는 해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의력에 대한 교육학자, 심리학자들의 연구는 아직 뚜렷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죠. 다만 저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창의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실험해온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가 생각하는 창의력의 문턱을 조금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창의력에’ 대한 관념은 기발함, 독특함, 남과 다름, 상상력, 타고난 재능, 새로운 것 등입니다. 너무 거대하고 모호해서 범접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유일하게 기발한 생각, 모든 사람들과 다른 특별함, 완벽히 타고난 재능, 완전히 새로운 표현이 과연 가능할까요?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관념들은 창의력에 대한 지나친 경외심 때문에 생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창의력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결과물과 그렇지 않은 결과물을 구분하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어머니께서도 아이가 직접 창작한 글이나 그림 등의 결과물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아이의 창의력을 판단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때, 혹시 ‘다른 아이들’의 결과물과 비교해서 다른 점, 특별한 점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으셨나요?
우리는 종종 ‘남과의 차이’에만 집중해 창의력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창의력이란 남보다 앞서기 위한, 혹은 남보다 더 높은 성취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바로 나 자신, 아이 그 자체를 드러내는 능력입니다. ‘나’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각과 감정, 재능과 한계를 온전히 파악해야겠죠. 그래야 내 생각을 잘 드러내는 글도 쓸 수 있고, 내 기분을 담은 그림도 그릴 수 있으며, 나한테 꼭 맞는 공부법도 스스로 찾아나갈 수 있으니까요. 결국 창의력이란 가장 ‘나다운 것’을 찾고 표현하는 능력인 셈입니다. 어머니께서도 ‘가장 내 아이다운 것이 무엇일까’, ‘내 아이를 오롯이 드러내는 표현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남다른 법이니까요.

물론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기호, 취향, 재능, 성격 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이 과정은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됩니다. 따라서 창의력이 타고난 재능이라는 생각, 어렸을 때 완성되는 능력일 것이라는 부담감은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지치지 않도록 북돋워 주는 일입니다.

평소에 아이가 자신의 감각과 감정, 해석과 판단을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자주 질문하고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 때 주의할 점은 아이의 지식과 이해의 정도만을 확인하는 질문은 피해야 합니다. 예컨대 책을 읽은 아이에게 책이 무슨 내용인지, 그 안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묻는 질문은 아이를 긴장시킵니다. 질문에 아이가 책의 줄거리를 잘 이해했는지, 주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죠. 대신‘제일 좋았던 장면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어?’, ‘주인공 같은 친구가 네 주변에 있니?’, ‘만약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와 같이 아이가 무엇에 공감했고, 어떤 점에 감동했는지를 물어봐 주세요. 나아가 어머니의 마음도 털어놔 보세요. 관점을 해치지 않고 확장시키는 열린 대화 속에서 아이의 생각이 구체화되고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이 풍부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창의력은 스스로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때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발견되기도 합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 안에서 놀라운 창의성을 찾아낼 수도 있죠. 심지어 숨어있던 창의성까지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어머니도 든든한 조력자가 되길 원하신다면, 아이의 창작 결과물들을 유심히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틀에 박힌 표현은 없는지, 별 고민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해 보세요. 만약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있다면, 여기서부터 출발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글에서 ‘재밌다’가 반복된다면 그 단어를 쓰지 않고도 재밌는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다소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재밌는 느낌의 색은 무엇이니?’, ‘재밌을 때는 어떤 표정이 돼?’ 등의 질문으로 감각을 자극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으레 사용하던 관습적 표현들 대신 풍부하고 다양한 표현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능력처럼 보이는 창의력도 사실은 아이들 모두가 품고 있는 작은 씨앗입니다. 아이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는 모든 경험이 싹을 틔울 빛이 되고 물이 되고 양분이 되죠. 하지만 씨앗이 그 밖의 세상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무도 그 안에 생명이 꿈틀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새싹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답답하고 느릴지라도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봐 주세요. 대화와 공감으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두 아이들의 아름다운 성장을 기대합니다.

[글쓴이] 박유미 아트플러스 연구원(아트플러스 창의 콘텐츠《초등 1-3학년을 위한 열두달 학습법(시공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