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톡톡

[Vol.37] “무용이냐 스마트폰이냐, 다그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목표는 높은데 실천하지 않는 중1딸

 

▶톡톡 상담: 중1 딸아이는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무용학원 선생님이 예고를 갈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학업 성적도 상위1,2등급은 돼야 합니다. 그런데 딸아이 성적은 전교 50등 정도밖에 안되길래 ‘어쩌려고 하냐’고 다그쳤더니 말로는 ‘공부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믿었습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외동딸이어서 무용을 계속하고 싶다면 다른 비용을 아끼고 아껴서라도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딸에게는 무용학원비도 감당하기에 버거우니 공부는 학원 대신 인터넷강의로 하는 게 어떻겠다고 했더니 선뜻 동의하더라고요.

그러고는 한 달이 지나도록 집에서는 공부는 안 하고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습니다. 키도 지금보다 더 커야하는데 잠도 안자고 말이죠. 목표만 세워놓고 실천을 안 하는 딸이 한심해서 하루는 아예 스마트폰과 무용 중 양자택일을 하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말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는 방으로 쑥 들어가 버리네요. 그날 이후 저도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예 스마트폰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간섭도 안하고, 방에서 안 나와도 열어보지도 않고, 무용 열심히 하라는 말도 안하고 있습니다.

그저 스스로 목표를 세웠으니 열심히 하길 바라는 건데 제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건가요? 아이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잘 통하는 엄마와 딸이라 생각했는데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톡톡 답변: 안녕하세요, 영희 어머님.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사춘기 딸과 어떻게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어머니의 사연을 접하며 자신의 진로를 찾고자 애쓰는 청소년을 둔 부모님이라면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답을 해봤습니다.

영희는 중학교 1학년임에도 이미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 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어머니께서도 영희가 갖고 있는 재능과 잠재력을 일찍 알아차리고 그 목표를 지지해주고 있으니 잘 소통하며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자녀가 예체능을 전공하는 경우 레슨비 등 교육비가 꽤 많이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넉넉한 경제 사정은 아니지만 자녀의 선택을 믿고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응원해 주시려는 어머니의 훌륭한 마음도 느껴집니다.

학업 역시 영희가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하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은 욕심이라기보다 모든 부모의 일반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부모의 마음을 강요하기 보다는 자녀가 자신이 정한 목표에 대해 자율성과 자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로상담을 할 때마다 저는 부모님에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녀 스스로 선택하고 기다려 줄 것을 우선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개입 역시 최소화할 것을 권합니다. 그 이유는 자녀가 스스로 결정해서 이룩한 것이 아니라면 결과가 좋게 나오더라도 성취를 통해 얻게 되는 자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성취하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몰입하며 이루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용을 선택한 영희에게 예고 진학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무용가가 되기 위해 예고를 진학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예고를 진학하기 위해 무용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고를 가야한다고 목표를 정하는 순간 영희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또 영희와 어머니의 관계까지 깨질 수 있습니다. 서울예고를 진학하는 것은 무용가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것이지 최종 목표는 아닐 것입니다.

공부와 무용을 병행해야 하는 영희의 하루는 나름대로 치열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영희가 다소 예민하거나 주변상황에 대해 날카로워 질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영희는 핸드폰을 하면서 휴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대화 시도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 행동은 무엇보다 그런 어려움을 잘 알아주리라고 믿었던 어머니에 대한 순간적인 서운함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일단 어머니께서 문제라고 느끼는 스마트폰 사용이 영희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이제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뗄래야 뗄 수 없는 도구가 돼버렸습니다. 관심 있는 정보를 찾아보고, 전공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며,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으며 또래와의 소통까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희에게 무용과 스마트폰은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릴 수 있는 종류의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영희 스스로가 그 두 가지를 지혜롭게 잘 운용하는 방법을 찾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자녀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부족해 보일 때 불안함 마음에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화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화의 단절과 함께 서로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영희가 재능이 있고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 하더라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시간만 있는 건 아닙니다. 때론 불안한 마음과 두려움으로 실수를 할 때도 있고 그로 인해 좌절도 경험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한 발 물러서서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먼저 부모에게 다가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때가 바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아래 2가지를 지켜주십시오.

첫째, 칭찬과 격려를 하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는 물론이고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도 그에 따른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다그치거나 야단치기에 앞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해야 할 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는 잔소리를 하거나 야단부터 치게 됩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자녀가 먼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관계가 유지될 때 자녀는 자신의 모든 문제들을 부모에게 내놓고 의논하게 됩니다. 그럴 때에도 부모는 자녀 스스로가 묻고 그 물음에 대한 답도 스스로 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역시 배움의 한 과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부모도 자신과는 다른 자녀세대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어머니는 대화 중 방으로 들어가 버린 영희와 다시 이야기를 나눌 방법을 알게 됐을 겁니다. 먼저 영희가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 걱정이나 바람을 이야기한다면 예전처럼 잘 통하는 모녀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희가 이런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무용가라는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면 그 모습 또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입니다. 어머니의 칭찬과 격려로 영희가 멋진 무용가의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저 또한 응원합니다.

[글쓴이] 신현미 아하 서울시립청소년 성문화센터 상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