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톡톡

[Vol.38] “만년 중상위권이라는 자신감 결여 문제, 열등감 극복해야”


고교 진학 앞두고 굳이 하향지원 하려는 아들

 

▶톡톡 상담: 저희 가족은 아직 고등학교 평준화가 되지 않은 지방에 삽니다. 중3 큰 아이가 내년에 고등학교를 갑니다. 아들의 장래희망은 승무원입니다. 성적은 그냥저냥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는 2순위 고등학교에 원서를 써주시려 하는데 아이는 내신에 자신이 없다며 3순위 학교에 가려고 합니다. 3순위 학교에서 내신 성적을 잘 받아서 대학 입시는 수시전형으로 관련 학과에 가겠다는 겁니다. 참고로 2순위 학교에 대해서는 최근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내신 때문에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많이 지원해 학습 분위기가 아주 좋아져서 1순위 학교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승무원 관련 학과를 살펴보니 지방에도 대학이 많던데 굳이 고등학교를 낮춰서 가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3순위 학교는 학습 분위기가 조금 산만할 것이고, 지방이라 아직도 고등학교 순위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엄마인 제 생각은 그래도 남자 아이라 약간은 인지도 있는 고등학교를 갔으면 싶은데, 억지로 강요했다가 나중에 원망 들을 것 같아서 차마 강요는 못 하고 있습니다.

아이 생각에 맡기려 합니다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차피 승무원 관련 학과를 지망할 예정이므로 그냥 아이의 생각대로 하도록 두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다른 학과에 갈 가능성을 고려해 2순위 학교에 가도록 이끌어야 할까요.

아들은 초등 때부터 승무원이 되고 싶다며 다른 전공이나 학과는 아예 생각조차 안 합니다. 부모 마음은 첫 아이라 그런지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해보고 싶지만 지금 상태로는 선택의 폭이 좁아 아쉽습니다.


▶톡톡 상담: 영철(가명)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자녀 진로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신중한 선택을 위한 고민이 묻어나는 사연입니다. 어머니 이 상담을 통해 당장 ‘2순위 학교에 지원하느냐’ 아니면 ‘영철이 생각대로 3순위 학교로 하향 지원하느냐’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듣기를 원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마음에 걸리는 사안이 있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적이 중상위권이고 그래도 담임선생님이 2순위 학교에 선뜻 지원서를 써주겠다고 하는 정도라면 영철이가 어느 정도 학습능력은 인정받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영철이는 하향 지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왜 영철이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2순위 학교에서 내신을 잘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하향지원으로 고개를 돌릴까요. 왜 내신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내신 성적에 대한 자신감에 국한되어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예상됩니다. 영철이는 자신의 성적이 중상위권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오랜 시간 동안 중상위권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철이에게도 중상위권이 아닌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름 중학교 3년 동안 열심히 하려 애썼으나, 결국 그 상위권의 문턱을 넘어보지 못했을 겁니다.

청소년기에 자신감이 결여되면 그것은 자기도 모른 채 열등감으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열등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내가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열등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열등감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지금은 10등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1등, 2등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 열등감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3등이야.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1등, 2등은 하기 어려워’라고 생각하면 이건 열등감이 있는 상태입니다.

고교 진학을 두고 2순위 학교냐 3순위 학교냐를 고민하기 전에, 영철이 내면에 있는 자신감 결여를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도 2순위 학교에서는 내신에 대한 자신이 없는지를 물어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얘기한다면 영철이의 학습 습관에 대한 전반적인 뒤집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냥 “아직 시간이 있으니 노력하면 2순위 학교에서도 충분히 내신이 좋아질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습니다. 하루 일과를 나열하듯 기록해보고 실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은 몇 시간인지 통계를 내 보아야 합니다. 더불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동안 이런 여러 가지 잘못된 습관들이 있었으니 몇 가지만 수정하면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희망을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동기가 생길 겁니다. 공부에 앞서 ‘공부의 신(神)’들의 다양한 강의도 직접 강연장에 함께 가서 들어보는 기회를 갖게 해 주십시오.

다음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영철이의 꿈인 ‘승무원’입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줄곧 한 가지 꿈만 가지고 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영철이를 직접 상담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영철이에게 그 하나의 꿈에 몰두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한 가지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꼭 다양한 꿈을 꾸어보지 않아도 됩니다. 나의 주체적 의지에서 나온 꿈이기만 하면 됩니다. 타인의 의지가 아닌, 나의 의지로 탄생된 꿈이라면, 그리고 그 꿈을 이룬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아무리 다양한 꿈을 갖고 그 중에 멋진 무언가를 이루었다 해도, 내 욕망에서 나온 꿈이 아니라면 꿈을 이루고 나서 어떤 의미도 찾기 어려워집니다. 어머니 입장에서 좀 더 원대하고 무언가 큰 꿈을 제시하기를 바라실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어머니의 욕망일 뿐임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자,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습니다. 2순위 학교에 가게 할까요, 3순위 학교를 가게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염두에 둔 미래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가만히 되짚어 보십시오. 살아오면서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는지 말이지요.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에는 단순해져야 합니다. 한 가지만 보십시오. 지금 영철이의 성적에서 갈 수 있는 최상의 학교를 지원하십시오. 그 뒤에 다가올 내신 성적, 대학, 승무원 등 너무 많은 변수를 생각하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두려움만 앞섭니다. 더불어 반드시 내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금과는 다른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를 해주셔야 합니다. 영철이가 자신이 만년 중상위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경쟁을 회피하거나, 좀 더 안전하거나, 좀 더 쉬운 길은 없는지 찾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결정은 영철이 삶에 있어서 첫 번째 갈림길입니다. 어려운 길로 들어서도, 막상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을 아는 순간 앞으로 마주할 수많은 도전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10여 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갔습니다. 저는 이 말을 영철이에게 다시 한 번 들려주고 싶습니다.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넌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 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글쓴이] 김선호 유석초 교사(《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