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톡톡

[Vol.40] “엄마의 기대감을 애타게 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점수는 엉망이면서 학원은 계속 다닌다는 중3 아들

 

▶톡톡 상담: 올해 중3 되는 아들 둔 엄마입니다. 아들은 말 그대로 정말 공부를 지지리도 안하면서 또 못합니다. 그래요, 누구 말처럼 공부도 재능이라고 우리 아이는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바라는 건 바르게만 자라서 ‘네 입에 들어가는 건 네가 해결해라’라는 주의입니다. 세상살이가 꼭 공부만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대학은 가고 싶을 때 가도 되고요. 저 역시 기술직입니다.

근데 제가 자영업을 하다 보니 요즘 경제적으로 많이 힘드네요. 애들 학원비가 만만찮습니다. 둘째도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공부를 썩 잘하진 않지만 학원 숙제는 꼬박꼬박 해가는 편이라 아무 말 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영어학원에서 일주일째 숙제가 밀려있다는 문자가 오거나 수학 학원을 다녀도 시험 성적이 늘 60점대입니다. 그래놓고 오늘도 도서관 간다고 거짓말하고 PC방에 갔다가 딱 걸렸습니다. 어제랑 그제도 PC방에 갔었는데 말이죠.

제 생각에는 점수가 그 정도면 학원을 안다녔으면 합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운동을 하거나 가족여행이라도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인문계 고등학교 보낼 생각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학원을 굳이 가겠다네요. 학원마저 안 다니면 불안해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복습 한 번 하는 걸 못 봤고 학원에 간다고 머릿속에 공부한 내용이 쌓이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학원에 가려고 하는 걸까요?

그냥 제 맘대로 안보내자니 나중에 원망을 들을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하네요. 


▶톡톡 상담: 편의상 아들을 민준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학원마저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민준이의 말 한마디에서 민준이의 현재 위치가 보입니다. 민준이의 하루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숨만 쉬고 있는 모습일 겁니다. 학원에 안 가면 세상살이에서 낙오할 것 같고, 학원에 가서 앉아 있자니 뭘 배우는지도 모르겠고, 지쳐서 PC방에 갔더니 그마저 엄마한테 들켜 혼나고….

어머니 말씀대로라면, 비싼 학원비 아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어떤 결정을 하실 지는 어머니의 선택입니다. 단, 짧은 사연만으로 민준이의 모든 부분을 살펴볼 수는 없기에… 예상되는 몇 가지 질문을 드려봅니다. 그리고 그 질문 중에 어머니의 마음에 와 닿거나, 그동안 미처 바라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본다면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민준이는 어머니에게 어떤 말을 듣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꿀 수 있습니다. 민준이는 엄마가 자신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길 바랄까요?

많은 어머니들이 범하는 오류가 있습니다. 자녀의 생각과 경험, 흥미, 적성에 상관없이 엄마의 기대감을 심어 놓는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의 생각과 경험, 흥미, 적성에 상관없이 엄마의 기대감을 보여주지도 않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헷갈리시지요. 다시 정리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에 대해 무언가 기대해주기를 바랍니다.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바로 자신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거기까지입니다. 엄마가 보기에 ‘너는 독서를 잘 하는구나, 글씨를 잘 쓰는구나,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 노래를 잘하는구나, 만들기를 잘 하는구나…’ 등의 기대감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 놓는 것이지요. 아이에게는 그런 다양한 기대감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주체적 결정의 시기가 있어야 합니다. ‘엄마 아빠가 보기에 이런 기대감들이 있는데… 그 중 나는 이걸 하고 싶다’는 그 결정의 순간이 바로 강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영수 어머니께서 민준이에게 바라는 기대감은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게 살면서 네 입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라’정도로 들립니다. 그 정도의 기대감은 한참 꿈 많을 15세 청소년이 부모에게 듣기에는 너무 기대치가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민준이는 엄마에게 더 큰 기대감이 섞인 무언가를 듣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는 네가 평범하게 살아가기보다 뭔가 야망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민준이는 엄마에게서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 섞인 무언가를 듣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민준이가 생각하기에는 엄마가 자신에게 ‘네 입에 스스로 풀칠하는 정도’는 편의점 알바 정도의 수준만 기대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을 드립니다. 민준이의 불안감에 대해 왜 함께 몰입하지 않으시나요. 민준이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불안해서 학원이라도 다녀야겠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머니는 이렇게 질문을 하십니다. 왜 학원을 다니는지 모르겠다고요. 초점을 민준이에게로 다시 맞춰보겠습니다. 민준이는 학원을 가는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 어머니의 질문은 ‘왜 학원을 다니는지’가 아닌 ‘무엇이 불안하지’로 바뀌셔야 합니다.

민준이는 이제 중3이 됩니다. 혼자서 불안을 감당해 낼 수 있는 나이가 아닙니다. 더구나 반복되는 학습에 대한 실패감을 맛본 아이가 느낄 불안감의 수치는 부모라도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신 그 불안에 대해 함께 부모로서 몰입하고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럼 적어도 아이 입장에서 불안을 끌어안고 가는 용기가 생깁니다. 불안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몫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두려움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실 수는 있습니다.

불안에 함께 몰두하는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가장 불안한지, 초등 ․ 중등을 지나면서 어느 순간 실패에 대한 수치심으로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이 느꼈는지, 그리고 그때 누군가 옆에서 어떤 말을 해 주기를 기다렸는지 등을 나누셔야 합니다. 그런 질문을 할 자신이 없다면 민준이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분을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민준이가 초등학교 때 의지했던 선생님, 평소 민준이를 귀여워해주던 삼촌이나 이모, 고모… 지금은 민준이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 불안의 근본을 알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해줄 누군가 곁에 있어주어야 함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질문을 드립니다. 동생은 그나마 학원 숙제를 곧잘 해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께서는 민준이 동생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지요?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사연 속에서는 그런 확신에 찬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형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정도입니다. 냉철하게 말씀드려서 학원숙제 좀 해가는 정도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원뿐 아니라 집에서도 장기적, 단기적 목표를 갖고 공부하는 근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없다면, 민준이와 동생은 결과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을 까요?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그러함에도 민준이의 학원비는 낭비고, 동생의 학원비는 낭비가 아니고… 아닙니다. 둘 다 낭비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학원을 보낼 때는 학부모로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적 없이 그저 성적이 조금 나아진다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 또한 현실 회피가 됩니다. 학원비는 실질적인 투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이 학원에 매달 수 십 만원씩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셔야 합니다. 투자의 실패는 곧 손실입니다. 학원에 투자했을 때 손실이 날 것 같다는 판단이 선다면, 투자처를 바꾸셔야 합니다. 두 아이를 위한 적금이 될 수도 있고, 부모의 노후자금을 위한 연금에 투자하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라 하고, 학원 대신 EBS 교육방송의 강의를 들으라하고, 두 아이의 학원비를 다른 투자처로 돌리시는 방안도 검토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질문 드립니다. 두 자녀와 개인적으로 하루에 몇 분 정도 대화하시는지요? 어머니 눈에는 민준이가 PC방에 가는 것이 답답하고, 어리석고, 혼내야 하는 일로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거면 학원 그만두는 것이 더 나아보일 거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 말고, 민준이와 최근 대화하신 내용이 무엇이 있는지 질문 드린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쭙겠습니다. 민준이가 PC방에서 즐겨하는 게임 이름은 무엇인지요? 잘 모르신다면, 그것부터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괜찮다면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우시기 바랍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기에 우리 아들이 힘들 때 엄마 아빠를 찾지 않고 그 게임을 찾아갔는지, 그 게임 속에서 배우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통해 분노나 화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울함을 해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감정 상태인지, 공부에 자신감이 없는지,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엄마가 바라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하셔야 합니다. 민준이의 행동결과만 가지고 판단, 결정하려 해서는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민준이가 그나마 불안하다면서 학원이라도 다녀야겠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엄마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학원을 보낼지, 보내지 않을지의 선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민준이가 엄마를, 엄마가 민준이를 서로를 알게 해주는 대화의 시간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나서의 선택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윈윈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루 15분 이상 반드시 민준이와 개인적으로 대화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아무리 삶이 빠듯해도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도 대화 15분만큼은 꼭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준이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못하니 기술직이라도 열심히 배우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본인이 하고 싶으면 시도하는 겁니다. 민준이는 아직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모릅니다. 더욱이 엄마의 기대치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민준이가 공부든, 기술직이든, 예술가든, 공무원이든…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속에서, 욕심내지 않고 선택하는 위치에 서길 바랍니다.

아마도 어머님은 이렇게 반론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껏(초등6년, 중등3년) 봐왔는데… 아들은 정말 공부에는 소질이 없는 아이’였다고요. 그래서 기대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 반론에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난 아이는 1%도 안 됩니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소질을 지닌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된 이유는, ‘너는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라는 누군가의 기대 어린 시선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성적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항상 변함없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엄마의 기대감 어린 눈동자, 지금 민준이가 애타게 기다리는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 김선호 유석초 교사(《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