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톡톡

[Vol.42] “회피인지 원의(原意)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돈 벌고 싶으니 대학 가지 않겠다는 아들

 

▶톡톡 상담: 올해 고입을 준비하는 중 3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가 자꾸만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본인은 돈을 벌고 싶고 자기 일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고 하는데요. 그러면서 대학을 왜 가야하는지, 대학 학벌이 꼭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자기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허송세월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야자’를 하며 공부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런지‘그래도 대학을 나와야하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 성적이 그리 나쁜 편도 아니고 모범생 부류에 속해서 주변에서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보내라고 성화입니다. 저도 내심 그냥 인문계를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요.

하지만 아들은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욕심이 크고 경제관념에 있어서 좀 예민한 편이긴 합니다. 약간 구두쇠 같은 면도 있고요. 그래서 아들은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도 살아보니 ‘SKY급 대학’이 아니고는 어느 대학을 가느냐는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대학을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어찌해야할지 좀 답답합니다.


▶톡톡 상담: 안녕하세요. 영철이(가명) 어머님. 고등학교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영철이의 말에서 간절함이 다가옵니다. 한편 다르게 해석하면 엄마에 대한 ‘압박’도 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가면 그냥 의미 없는 공부 하느라 허송세월하고 원망할 테니 내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경고이지요.

어느 선택이든 선택한 후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기꺼이 질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다면, 어떤 길을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단, 선택의 순간에 어느 정도 객관적 시선이 필요합니다. 편중된 시선으로 선택했을 경우 책임보다는 후회가 먼저 다가올 것입니다.

우선 영철이가 ‘대학 가는 길’과 ‘고졸 후 바로 취업하는 길’에 대해 얼마나 비교 분석을 해봤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대학 가면 학비도 많이 들고, 어차피 취업준비를 또 해야하고, 취업한다 한들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일찌감치 바로 취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면 다시 원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특별한 전문직이 아닐 경우, 고졸 평균연봉과 대졸 평균연봉을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대졸자 연봉이 더 높습니다. 그리고 후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이 일반적으로 승진도 빠릅니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밤늦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대졸자 월급이 더 많을 경우, 그리고 몇 년 후 직책마저 추월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군대도 고려대상입니다. 고졸 후 일반 사병으로 지원할 수도 있고, 대학 학사장교로 지원해 장교로 복무하며 착실히 월급을 모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학사장교 중에 열심히 모아서 제대할 즈음 1억 가까이 자본금을 마련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먹고 자고 심지어 입는 것까지 해결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영철이의 단순한 논리로 일단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왜 많은 고졸자들이 대졸자 못지않게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고 있을까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왜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는지 이유도 살펴봐야 합니다.

영철이가 먼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든,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든 ‘돈’ 버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영철이가 대학 가지 않고 그렇게 빨리 돈을 벌고싶어 한다면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시절에 직접 돈을 벌어보려고 무언가 시도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 초중고생들 중에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이들도 제법 됩니다. 꼭 유튜브만이 아니라 직접 도매로 물건을 구입해서 인터넷 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면 왜 굳이 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는 돈 버는 것에 대한 시도를 해보지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사를 충분히 밝혔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서 못했다면 모르지만, 그런 생각과 의견도 없었다면 영철이가 지닌 ‘돈’에 대한 욕구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영철이의 ‘돈’에 대한 집착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한 번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물어봐 주셔야 합니다. 왜 돈을 그렇게 빨리 벌고 싶은지를 말이지요.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생각은 없는지도 물어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일단 빨리 취업만 하면 된다는 입장은 뭔가를 피해서 도망간다는 뉘앙스로 들립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아이든) 자신의 진짜 욕구를 잘 보지 못합니다. 표면상 드러나는 욕구는 두려운 무언가에 대한 회피일 때도 있습니다. 저는 영철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내면을 진지하게 바라볼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왜 그렇게 강하게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스스로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원인을 아는 순간 진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영철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어머님의 사연을 통해 알 수 있는 단서는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영철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일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하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취업이 아닌 새로운 아이템들이 계속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떠오르고 작은 자본으로 혹은 자본 없이도 하루빨리 ‘창업’을 하고 싶어 한다면 굳이 대학을 꼭 가야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연을 통해서 보았을 때, 돈을 빨리 벌고 싶다는 욕망 이외에 다른 구체적 사업계획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영철이에게 추후 살아갈 로드맵을 한번 그려와 보라고 해보십시오. 구체적 사업계획서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누가 봐도 어설프고 현실적인지 않고 비전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직은 진로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만큼 성숙된 상황이 아닙니다.

영철이에게 이 한 가지는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정말 열심히 공부해도 됩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해도 됩니다. 중요한건 고졸이든, 대졸이든 돈을 벌기 위해 성실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철이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행복한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욕심을 내면 행복한 부자이면서 더불어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는 사업가였으면 좋겠습니다.

영철이 어머님께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대학보다 중요한 건 영철이 자신입니다. 영철이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염려와 걱정은 늘 어머니를 따라올 겁니다. 함께 진지한 대화를 더 나누시고, 영철이의 눈동자를 잘 바라보십시오. 지금 회피중인지 아니면 자신의 진짜 원의(原意: 원래의 생각)를 표출하는 간절함인지를 구분하셔야 합니다. 회피중이라면 문제에 직면하도록 해주고, 원의의 표출이면 받아주시면 됩니다. 둘 다 어렵습니다. 그래도 잘 해내시리라 응원합니다.

[글쓴이] 김선호 초등교육 전문가(《초등자존감의 힘》저자)